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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헤는 밤> (원작 : '별헤는 밤' , 윤동주)

2학기가 지나가는 일반고 문과에는
수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문과 속의 수시생들을 다 HELL 듯 합니다.

자소서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소설을
이제 다 못 채우는 것은

쉬이 원서 철이 오는 까닭이요,
수시 2차 남은 까닭이요,

아직 아해의 자소서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수시 하나에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 와

수시 하나에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와

수시 하나에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리더십 발휘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 와

수시 하나에 "대학별 자율문항"이라 하고서는 결국 "우리 대학 들어와서 너님 어떻게 공부할거냐" 와

수시 하나에
사교육,
사교육,
사교육,

관리,
관리,
관리

수시 하나에
공교육 정상화
공교육
정상화
공교육 정
상화

공교육 정상?
아.....

어머님,
나는

수시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신입생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자율 동아리, 봉사활동, 교과 세특,

이런 입시스러운 이름과,

벌써 합격 레전드 된 선배들의
스펙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에게 느낀점과,

비교과, 교내대회, 독서, 합창대회, 체험학습,

'나 관리 받았어요'
이런 관리받음의 여유를 부려 봅니다.

정시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수시가 아스라이 모르듯이.

거기 짱님,
그리고 관료들은

멀리 먼나라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속상해

이 많은 허울 좋음이 내린
현장 위에

애들 3년을 지어내고
소설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담임은
부끄러운 현실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독재가 지나고 나의 나라에도 민주가 왔으면

포도상구균에 페니실린이 피어나듯이

내 꼰대소리 묻힌 학교에도
어떻게든

스무살 무성할 거라

믿어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