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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전


선생이란 교사들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었다. 한반도에 선생이 살았다. 선생은 착하고 성실하기를 좋아하니 매일 교육부 사업이 새로 시작하면 으레 몸소 업무를 학교에다가 뿌려 주었다.


그런데 선생은 멘탈이 약하여 해마다 교육부의 업무를 타다 맡은 것이 쌓여서 백여가지에 이르렀다. 전 정권의 나랏님들이 민원을 처리하다가 교육위에 들러 민원 사무 처리를 열람하고 대노해서,


“어떤 놈의 선생이 이처럼 각종 민원을 담당하지 않고 녹봉을 축낸단 말이냐?”


하고 명해서, 선생을 잡아 가두게 했다.


동네 사람들은 선생이 한가해서 놀고만 있다고 여기고 업무를 더 떠넘겨야 한다고 소리쳤다.


선생은 밤낮 울기만 하고 해결할 방도를 차리지 못했다. 관리자가 역정을 냈다.


“당신은 평생 수업만 하면 되니 나랏 복지일 업무를 담당하는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군요. 쯧쯧 선생들이란… 선생이란 정말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걸…”


그 마을에 사는 한 댓글러가 관리자들과 의논하기를


“선생은 아무리 지들이 힘들다 하더라도 항상 방학이 있지 않느냐. 일도 안하고 방학만 되면 뒹굴 뒹굴 놀기만 하고, 어영 어영 대충 수업만 하는데,


언제 잘리지 몰라 갑질 행위에 무릎으로 기는 등 우리 일반 사람들은 매일 그런 수모를 받는단 말이다.


이제 저 선생이 배가불러서 지 할일을 하지 못하고 시방 아주 불쌍한 코스프레하는 판이니 그것도 못하겠다 징징대는 것이겠다.


내가 장차 그 교직을 사서 가져보겠다.“


댓글러는 곧 선생을 찾아가 보고 자기가 대신 업무를 맡아 주겠다고 청했다. 선생은 크게 기뻐하며 승낙했다. 그래서 댓글러는 즉시 각종 잡무를 받기로 서약하고 업무를 가져갔다.


나랏님들은 선생들이 일을 다 맡겠다고 한 것을 놀랍게 생각했다. 나랏님들은 몸소 감사를 나가 댓글러를 칭찬하고 또 업무를 맡게 된 사정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 옛 선생이 방문증을 패용하고 정장을 입고 상담실 쇼파에 앉아 ‘학부모’라고 자칭하며 똑바로 째려보고 있지 않는가.


나랏님이 깜짝 놀라 내려가서 뒷통수를 후려치며


“임마, 넌 어찌 이다지도 건강지게 스스로 높이어 싸가지 없게 하시는가요?”

하고 말했다.


선생은 더욱 화끈하게 나랏님들 머리에 싸다귀를 내리고는 엎드리게 하였다.


“황당할뿐이오다. 학부모를 감히 욕되게 하다니. 이미 내 교직을 팔아서 업무를 넘겼읍지요. 동리의 댓글러가 이제 선생이올시다. 나는 이제 다시 어떻게 전의 선생을 모칭해서 선생 행세를 하겠습니까”


나랏님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하 이제 학부모로구나 선생이여. 아, 아니지 이제는 학부모 신이시여!!"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댓글러에게 말을 이었다.


"이제는 선생이로구나 댓글러여!


댓글러이면서도 말로만 욕하지 않으니 의로운 일이요, 남의 어려움을 도와주니 멋진 일이요,


하챦은 선생짓도 마다 않고 헌신을 사모하니 지혜로운 일이다.


이야말로 진짜 선생 참교사로구나.


그러나 사사로 임용증 주고 받고서 증서를 해두지 않으면 민원의 꼬투리가 될 수 있다.


내가 너와 약속을 해서 네이스 대국민 서비스로 증거를 삼고 공인 인증서를 만들어 미덥게 하되 본 관료가 마땅히 거기에 서명할 것이다.“


그리고 나랏님들은 교육부로 돌아가서 각 지역 교육감, 교육장, 학운위, 학폭위, 교육장 연합회, 교직원 공제회들을 모두 불러 교실에 모았다.


댓글러는 교탁의 오른쪽에 서고 선생은 교탁의 아래에 섰다.


그리고 공인 인증서를 만들었다.


=GPKI runtime 1818=

“위에 공인인증서는 교직을 넘겨서 업무를 맡은 것으로 그 값은 아래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오직 선생은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나니,


수업을 하면 학원 강사들보다 못한다라 하고,

정치 의견 내세우면, 좌빨 빨갱이 교사가 되고,

담임은 학급에 들어가고 비담임은 연구실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기본 셋팅이나 업무분장은 복불복에 따를 것이다.


관청에서 시키면 공문서를 받들고 몸을 고생하게 할 것이며

늘 학부모 상담주간만 되면 참을 인에다가 분노를 숨기고 마음의 불을 끄고 눈은 가만히 미소를 유지할 거서이며 발꿈치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학부모의 온갖 말을 한개도 놓치지 말고 왼다.


민원을 참고 교권 침해를 견뎌 입으로 푸념을 늘어놓지 아니하되


경찰, 판사, 변호사, 보육사 역할을 맡으며 입안에서 욕을 가늘게 내뿜지 아니한다.

생기부는 늘 빼곡히 써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개별적으로 심도 있게 써야 하며 뭐라 쓰든 민원은 오로지 네 몫이며


방과후에는 옷을 갈아입고 교실을 털어 온갖 활동이 가능하게 하고, 퇴근할 생각 하지를 말고

공문서를 길게 뽑아서 관청이 시키면 업무를 빠릿 빠릿 실행해서 민원을 도맡아 처리한다.


그리고 영란영란 적폐청산하여 깨알같이 쓰인 편지는 받되, 한잔 커피도 안되며 카네이션도 안되며 빼빼로도 받지 말고, 스승의 날에 선물 안되다고 가통 보내지도 말고, 아니 보내지도 말아라.


어차피 뭘해도 민원을 받을 것이니 말이다.


학생이 담배를 피울 때 욕하지 말고, 화난다고 인상쓰지 말고 성내서 학부모와 학생의 심경을 건들지 말 것이며…..”


댓글러는 공인 인증서 다운을 중지시키고 혀를 내두르며


“그만두시오 그만 두어. 맹랑하구먼. 나를 장차 먼치킨 나 홀로 민원 2.0 처리맨으로 만들 작정인가?”


하고 머리를 흔들고 가버렸다.


댓글러는 평생 다시 선생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한다.


(원작 : ‘양반전”,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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