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 - 2(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패러디)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 - 2]

<학부모의 교사 이용 설명서>에서는 교사를 '온갖 요구에 맞추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도록 디자인된 철밥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반도의 교육 관청에서는 교사를 '오다 내리면 서둘러 응해야하는 하청 관계의 인력'이라고 정의한다.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는 교육 관청을 '한국 교육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라져 버릴 얼간이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교육 관청 특파원 자리에 흥미 있는 사람은 누구든 지원해달라는 편집자의 말이 각주로 달려 있다.

대단히 흥미롭게도, 교육 관청이 전혀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는 다른 평행 우주에서 차원 왜곡 기술을 이용해 교육 관청에 도착한 <학부모의 교사 이용 설명서>에는, 교육 관청에 대해 '학교 보다 더 쉬운 곳'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학교라는 행성을 떠나 행성간 이동을 떠난 한 교사는 다시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를 꺼내어 읽었다.


안내서에서는 교사가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되는 행위를 '집일'이라고 정의하였다.

'집일'이란 학교 간을 여행하는 교사가 지닐 수 있는 행위 중 최고로 쓸모 있는 행위다. '집일'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고삼 담임을 맡기려는 학교의 냉혹한 관리자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고3 담임을 피하는데 쓸 수 있다. 6학년 담임에 방과후 학교를 시키려는 눈부신 학교의 인사자문위원회에게는 '집일'을 깔고 누워 이를 피할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집일'에는 엄청나게 폭넓은 심리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교사가 '집일'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학부모가 알게 되면 그 학부모는 교사가 당연히 출산, 육아, 사춘기, 돌잔치, 자녀 입학 시키기 등도 잘 알고 있을거라고 자동으로 믿어버린다. 게다가 그 학부모는 그 교사가 어쩌다가 자신의 요구와 다른 결론을 내리려 할 때 "선생님이 아직 애가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를 시전할 수 없게 된다.

그 학부모는 이후, 몇가지 기술을 더 걸려고 시도할 지도 모른다. "애가 하나라서 잘 모르시나본데"라든가 "전업 주부가 아니라서 잘 모르시나본데" 등 다양한 버전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학교간 여행길에 '집일'은 최소한의 방어기제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제가 '집일'때문에 사정이 생겨서요"



(원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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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