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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교 잔혹사 : 원작 리브스 '동물학교


옛날 옛날 동물 나라에서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주제는 동물왕을 뽑는 것이 었습니다. 동물 나라가 온전하게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튼튼한 왕이 꼭 필요했습니다. 토끼, 새, 물고기, 다람쥐, 오리 등 많은 동물들이 모여서 오랫동안 회의를 하였습니다.

회의 결과 동물들 하나 하나가 모두 동물 나라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몇몇 동물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한번도 동물 나라의 주인이 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동물나라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큰 변화가 불어야 했습니다.

그냥 동물일 때 교과목과 나라 주인 동물일 때 교과목은 달라져야 했으니까요.

다람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젠장. 그냥 나무 오르기만 배울 때가 좋았단말야."

토끼도 심등렁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하 나 참. 뭔, 그냥 달리기만 배웠을 때가 좋았단 말야. 난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독수리가 날개를 펄떡이며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냥 나는 법만 배우면 안돼? 나는 하늘을 나는 재능을 갖고 있단 말이야. 뭔 나라 주인 교육같은 거라니.."

동물 학교 교장이 머리를 글적이며 푸념을 늘어 놓았습니다.
"어이 친애하는 동물들. 그것도 많이 좋아진거야. 이전 교장은 모든 교과목을 그냥 다 때려 박고 가르치라 했더니, 당신 선배들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해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뱀장어가 장학생이 된 것 기억 안나? 이것도 많이 좋아진거쟎아."

이전 교육 과정은 각 동물들이 서로 중요하다 여기는 온갖 체육 활동 교과를 다 구겨 넣어 만들었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뱀장어 친구들이 수석 졸업생이 되었지요.

그러다 숲 너머에 있는 다른 동물 나라를 구경 갔다온 돼지가 학교를 뒤바꾸어 놓았었습니다.

"동물 여러분~ 제가 옆 동물 나라에 가보니까 말입니다. 이야. 거긴 정말 좋았어요. 각 동물들이 갖고 있는 재능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 주어서 온전한 성년 동물이 되도록 도와주는 개별화된 교육과정이 아주 기가 막히게 돌아가더라 이겁니다.

이제 우리도 학교를 개혁해서 말입니다. 종합적인 전과목 평균을 높이는 그런 지식 말구요. 하나 하나 맞춤형 교육을 합시다."

돼지의 뜨거운 열변에 동물학교는 이때까지 개별화된 교육만 실시했었답니다. 토끼는 달리기만, 다람쥐는 나무 오르기만, 오리는 수영만, 독수리는 날기 교육만 실시했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모두가 저마다 백점이었으니까요.

"거 지금처럼 그냥 하고 싶은 거 배우면 안되요?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만 하게 해주는 거,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하게 해주는 그런 교육을 해야지. 왜 갑자기 이 좋은 걸 바꾸려고 그래요? "
코가 손인 코끼리 아저씨가 사과를 코로 먹으며 짜증을 부렸습니다.

동물 학교 교장이 턱을 두어번 쓸다가 동물들을 주욱 훑어 본 뒤 말을 받았습니다.

"자자. 다시 말할게요. 이게 이게 좀 복잡해 졌어요. 다람쥐는 나무 오르기, 코끼리는 코 근육 기르기, 독수리는 날기 교육. 네 좋아요. 좋습니다. 그것들도 당연히 해야죠. 하긴 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가 생겼쟎아요."

뱀장어가 슬쩍 몸에 전기 힘을 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슨 문제요? 우린 이렇게 아주 동물권 친화적으로다가 응? 자기 주도적으로다가 응? 아주 그냥 적성에 맞게, 흥미에 맞게 잘 배우고 있쟎어유?"

교장이 손가락 두개를 들었다. "한가지, 들리는 소문에 지금 저어어쪽 마을부터 극심한 가뭄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우리 동물 나라까지 분명 가뭄 위기가 찾아올 거란 말입니다. 가뭄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되요. 다람쥐든, 코끼리든, 특히 뱀장어든. 이 변화하는 기후에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게 첫번째 문제지요. "

교장은 기침을 걷고 말을 이었다. "두번째, 아까 회의 결과 보셨쟎습니까. 이제 동물 나라에는 왕이 없어요. 우리 동물들, 동물 여러분들이 이 동물나라의 주인이란 말이에요. 주인들이 기본적으로 동물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겠지요?

또 말입니다. 누가 동물 나라 대표가 될지도 모르는데, 기본적으로 우리 동물들 모두의 공존을 위해 심성도 고와야 하고, 기본적인 판단력도 있어야 하고, 앞서 말했지만 기후 변화 대응책도 알아야 하고, 동물들 식량 질서에 대한.."

"그만 그만 그만" 독수리가 날개를 휘이이 저으며 교장의 말을 끊었습니다.

"뭐 그리 배워야 할 것이 많단 말이요? 독수리는 그냥 날기만 좀 배우고 , 토끼는 그냥 뛰는 것만 배우자고요! 거 참 그렇게 많이 배워서 우리 동물 애기들이 학교가 재밌겠어요? 학교는 재밌어야 한단 말이에요.

수영 좋아하는 친구들은 하루 종일 수영도 좀 하고, 땅파기 좋아하는 애들은 땅파기 좀 많이 하게 하자구요."

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다시 말씀 드리지만, 우리가 동물들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 되기로 했으니까...그리고...이게 지금 기후변화가.... "

"독수리 말이 맞아요! 우리 동물 애기들 한테 배우기도 싫은 거 그렇게 많이 배우라고 하면 그건 동물권 침해라구요. 동물권 감수성이 전혀 없으시군요!"
오리가 오리발을 흔들며 꽥꽥거렸습니다.

교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아니 동물 여러분. 이게 나라 주인 되는 교육이라는게요. 일단 어떻게든 재밌게 해보는 것은 맞는데요. 일단 이게 보통 중요한게 아니라서요... "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장샘. 거참 세상 모르는 소리 하시네요. 각자의 바램과 재능을 키우는 교육이 먼저 아니겠어요? 지금 애들이 얼마나 고통 받을지 생각 안해보셨나요? 이제껏 맞춤형, 수요자 중심형 교육 잘하고 있었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요? "

"하.... 그러니까요... 이게 .... 그 방법을 찾아가는데요. 우선 제일 중요한건.... 이제 동물 나라 주인들이 우리 모두이니까... 아무래도...."

교장의 대답은 화가난 동물들의 소리에 그만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토끼에게 달리기 교육을!"

"오리는 수영하기와 날기 융합 교육만 하면 된다!"

"동물 애기들에게 놀 시간을 돌려달라!"

"독수리가 높이 더 높이 더 날기만 하면 된거지 뭘 더 바라느냐!"

"학교가 우리 동물 애기들을 죽이고 있다!"

그렇게 동물 나라 학교 교육과정은 산으로 산으로 아름답게 올라가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