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평가제 - 1/5
학부모 평가제 - 1 : 학교 SF 소설


병훈은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 보았다. 모니터 위 숫자들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최하점을 받다니, 병훈은 모니터를 꺼버렸다. 사무실에 자기 혼자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뛴다. 머리가 아팠다. 

"단우 아빠? 우리 병훈 과장 왜 그러셔?"

영업 2과장이 병훈의 어깨를 두들겼다. 꺼진 모니터를 힐끔 보더니 옥상으로 끌고 나갔다.

"단우가 올해 중3이었나?"

병훈은 영업 2과장이 붙여준 담배불을 받아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담배가 이렇게 쓰다니, 혹시 담배때문이었던 걸까, 그 숫자들.

"응. 중2병도 이제 다 마무리되고 이쁜 여고생 되기만을 기다렸는데....하...."

입사 동기는 병훈의 표정을 읽고 머뭇 머뭇 위로를 이야기했다.

"그, 왜 그럴 때 쟎아? 아무리 자식한테 잘해 주어도 이것들이 뭐 아나? 지 부모가 얼마나.... 게다가..너는 또 애를 혼자서.."

영업2과장은 아차 싶어서 말을 멈추었다. 턱수염을 긁으며 빌딩 숲으로 급히 시선을 돌렸다. 

"황과장? 너는 지금 큰 애가 몇이지?"

병훈은 담배를 길게 내뿜고 입사 동기에게 괜찮다는 눈빛을 주었다. 황과장은 다시 미소를 찾고 말을 이었다.

"큰애는, 대학 갔어. 갔으니까.. 개는 이제 평가권이 없지."

"대학생한테도 평가권 줘야돼. 그래야 너같은 흡연 쟁이가 한번 최하등급 맞아봐야 정신차리지."

"야야. 말 말아라. 둘째가 있쟎냐 둘째가. 하 미치겄다. 이건 초등학생인지 지가 고등학생인지. 아주 미쳐 날뛰는데... 협박한다. 협박."

병훈은 모니터 숫자들이 또 생각났다. 심장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어이 병훈씨. 어이 김과장? 야야. 넘 신경쓰지 말라니까. 그 나이 때는 다 점수가 짜요. 게다가 제수씨랑 그렇게 된 것도 애가 아직 받아 들이기 힘들테고...."

"넌 그 초딩 둘째한테 몇 점 받았어?"

황과장은 담배불을 구두로 끄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크게 기지개를 폈다. 빌딩 숲을 훑는 듯 하더니 힐끔 병훈의 표정을 살폈다. 

"몇점 받았냐고 묻쟎아 이 놈아."

"그 왜 요즘 아이들 좋아하는 굿즈 있쟎냐. 요즘엔 핸드폰도 아이돌 폰이 나오대? 이것들 미쳐가지고 한정판으로 만들었는데...정말 비싸더라.."

황과장이 말을 빙빙 돌렸다. 병훈은 알아듣고 다시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었다.

"얼마 썼는데? 만점 받을라고?"

"30만원인가? 하더라. 근데 애가 그거 받고 좋아하니까. 기분은 좋더라."

"30만원에 만점 받았으니까..... 이번 혜택은 얼만데?"

"이번에 합산 점수가 250점 넘어가면 ... 연말 정산 환급 혜택에..의료 보험비랑...그리고 이번에 제도가 좀 바뀐 거 알쟎아? 양육비 지원금이 30% 더 지원된다고 하더라..뭐 합치면... 꽤 되네"

"허, 아주 애 하나 잘 키워서 떼돈을 버세요 떼돈을"

"자 불 받으시죠", 황과장은 담배불을 붙여주며 병훈을 달랬다. 

"후...."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 병훈은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렸다.

"말이 되냐고.. .단우가... 이 중딩 아가씨가... 최하점을 줬다고 최하점.... 자녀 평가 점수 100점 만점에 30점이 뭐냐 30점이"

빵점은 아니쟎냐, 라고 말하려다 황과장은 담배로 자기 입을 다물게 했다.

"이 지랄맞은 학부모 평가제는 도대체 왜 만들어가지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가정 교육을 어떻게 점수로 평가를 한다는거야?"

"그렇지."

"닝기리... 그러면 뭐 인성이 좋아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되냐 이거냐고. 세금 혜택은 닝기... 게다가 우리 회사는 왜 또 이걸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고... 아 뒷골..."

그렇게 잘해주었는데 병훈의 딸은 아빠에게 최하점을 주었다. 이제 남은 평가 점수는 마을 학부모 평가 점수와, 교사들 평가 점수만이 남았다. 

"병훈아. 너 그래도 아직 희망있다. 아파트 아빠들 모임 자주 나갔쟎아? 거기서는 그래도 점수 나올 거 아냐?"

"그 인간들 마저 배신때리면... 나 아파트 중도금이고 뭐고 ..... 미치겄네... 이건 근데 돈 전에.. .내가 뭘.... 하...이.."

"문제는... 선생님들의 평가인데.... "

병훈이 다음 담배를 또 물려고 하자 황과장은 잽싸게 담배를 빼내었다.

"진정해. 몸을 생각해야지. 단우가 아직도 지 엄마 그리 된 거, 다 네탓으로 생각한다며.."

황과장의 말에 병훈은 숨을 멈추 듯 가만히 빌딩 숲을 내려다 보았다.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알았어. 오케이 오케이. 근데 너 설마? 학부모 평가 점수 말고 주관식 서술형 인가 그 의견까지 다 읽었어?"

"그걸 왜봐? 온갖 욕밖에 안 써있는데!"

"쯧쯧.... 이 양반아... 너 학부모 평가제 제도 바뀐거 모르냐?"

"왜 또?"

"자녀 평가 점수, 마을 학부모 평가 점수, 교사 평가 점수 합산 최하점 그룹과, 각 영역별 기본 점수 통과 못한게 2 영역 이상이면......"


"이상이면 뭐?"

"안 듣는게 나을려나.. 설마 그럴 일도 없고.."


"야... 말해봐..그거 뭐 또 법이 바뀌었어?"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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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