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평가제 - 2/5
학부모 평가제 - 2 : 학교 SF 소설

<학부모 평가제 - 2 >
#학교SF소설

"몇 번을 말씀드려야.... 단우 아버님..점수를 제 임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수화기 너머 단우 담임 교사의 목소리를 더 큰 목소리로 받아 누르려다 꾸욱 꾸욱 참았다. 병훈은 행여 누가 통화를 듣진 않을까 골목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선생님? 도대체 그 점수가 말이 되냐는 말입니다."

어두운 골목 앞에서는 바쁜 걸음들이 많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얕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들리라는 소리는 아니라고 믿기로 했다.

"복지부에서, 교육부에서, 청와대에서 정한 정책이쟎아요... 그걸 일개 담임 교사인 제가 어떻게 뭘 어떻게 해드립니까.. 그리고...아버님? 단우 아버님? 혹시 취하신 건 가요? 지금 시간이...열시가 넘었습니다...저도 가정이 있고..."

화가났다. 취했냐니.

"선생님? 그거 말씀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취했다니요?? 그리고 몇번을 제가 드렸쟎습니까? 제가 애 엄마도 없이 애를 혼자 기르고, 일도 나가다보니 제가 연락 드릴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아 이렇게 연락 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몇 건을 더 건드려도 단우 담임 교사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병훈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목소리는 절박해지는 만큼 커져간다.

"도대체 그 점수가 말이 되냐구요? 이거 안되겠네요.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연차 써서 학교로 갈테니까 그럽시다."

휴대폰을 때리듯이 꺼버렸다. 골목 밖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기침을 두어번 내뱉었다.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일 학교로 찾아가서 이 부조리함을 바로 잡고 말리라고 뿌득 뿌득 되내었다. 라이타가 없었다. 또 황과장이 라이터를 가져가버렸다.

"황과장 이 놈은.... 하여간 도움되는 것이 하나없어..", 혼잣말을 내뱉으며 황과장이 낮에 건네준 이야기를 씹었다.

"병훈아, 잘 들어... 그러니까.. 네가 여기서 그 험한 꼴을 안보려면 말이야, 교사들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고... 일단 다른 건 하나없고, 퇴근 시간 이후에 전화거는 거, 전화기로 승질부터 내는 거. 이것만은 반드시 하면 안되는 거야. 알았냐?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돼"

황과장이 그토록 하지 말랬던 행동을 방금 해버렸다. 내일 연차를 어떻게 둘러대고 쓸 수 있을까만 생각하기로 했다. 바로 잡아야 했다. 자녀 평가 점수로도 모잘라서 교사 평가 점수가 최하점이라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부장한테는 '학부모 소환령'이 발동되었다고 둘러대기로 했다. 단우가 학교에서 담배를 피다 걸렸다, 학생부 지도 교사가 학생부 소환령을 내렸으니 학교에 반드시 가야만 한다. 시나리오 괜찮았다. 부장도 일전에 한번 학부모 소환령에 불응했다가 크게 고생한 적이 있을테니 사정을 봐줄 것이다.

우리집에 와보기나 했단 말인가?
도대체 학교 선생이 뭘 안다고 남의 가정 교육을 평가한단 말인가? 병훈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마을 아빠들 점수까지 최하점을 받게된다면, 병훈은 생각을 멈췄다.
상상도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내일 반드시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만 한다고 되내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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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