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밀어내기 1
<교장실 밀어내기 1 >#학교SF소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알려줬어야지요. 경교장...지금 가뜩이나... 학생 학부모님이 화가 많이 나셨었는데"

경미연 교장은 수화기 너머 들리는 한숨 소리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반복했다. 교실 반만한 크기의 교장실에는 경미연 교장뿐이었다. 행여 누가 들을까 속닥이며 말을 이었다.

"최교장샘. 정말 죄송해요. 저도 올해 처음 교장에 선출되고 나서 이런 저런 일이 마구 쏟아져서요... 네네..저도 파악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네.. 네.. 정말 죄송해요.. 아... 네.. 어제 마침 그런 일이 있었군요... 별 것 아닌 사안이라 생각해서 간단하게 주의만 주면 될 것 같아서.. 네네.."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책상 맞은편 체육대회 우승깃발을 쳐다보았다. 갈색바탕에 노랑색 테두리. 옛법 택견 단체전 전국 최우수상, 수화 고등학교.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인근 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 방과후 학교를 통합으로 운영했었다. 심신 단련과 호신술에 좋다는 옛법 택견 수련반을 만들었었다.

길 건너 초등학교에 무술에 조예가 깊은 교사가 제안했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걱정마라. 장소만 제공해달라. 그러다 사고가 났다.

미연은 책상 위 내선 번호를 살펴보았다. 1학년 3반 담임 교사에게 잠시 내려 와달라고 전화한 후 메신저 창을 열었다.

- 학교 폭력 신고 4건
- 수업 방해 행위 학생 생활 지도 요청 29건
- 등교 거부 학생 상담 요청 11건
- 김미현 교사 외 6명 수업 보강 요청 14차시

의자에 몸을 던지 듯 등을 눕혔다. 천장을 쳐다보았다.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책상 위 탁상 거울에 얼굴을 비처보았다. 주름은 아직 깊지 않았다.
교장 선거에 나갔던 것 잘한 일이다. 잘한 일이다.

"교장샘? "

3반 담임 교사가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왔다. 자리를 옮겨 둥그런 테이블 의자에 마주 앉았다.

"저희반 학생 학부모님도 별 말씀 없으시더라구요. 운동하다 다친거니까. 다만 그 여학생이 너무 승부욕이 강해서, 그 점은 좀 조심했으면 한다 정도에요."

방과후 택견 수업을 하다 수화고 1학년 남학생의 정강이 뼈에 금이 갔다. 함께 수업을 듣던 여학생이 휘두른 뒷굽치 발차기가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옛법 택견...그거 원래 안전하다면서요... 학부모님들이 좀 걱정했었습니까. 실전 무술을 왜 학교에서 배우냐고... 안샘이 괜찮다고 그렇게 추천하더니..어히구,.."
미연은 연신 어히구, 어히구를 뱉었다. 3반 담임 교사는 뒷머리를 글적였다.

"그게... 그 초등학교 선생님 형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거든요. 저도 배워봤더니 참 좋고 그래서."

"잘났수다. 잘났어. 해병대 나온 사람들한테나 별 거 아니겠지. 아이고.. 내가.. 오십도 되기전에 이렇게 주름 생긴거 봐봐. "

"누님. 그래도 이제 제법 관리자 같으셔요?"

3반 담임은 너스레를 떨었다. 3반 담임과 경미연 교장은 10년 터울이었다.

"누님 소리 간만에 들으니까. 좋다. 아, 여기 너무 외로워. 교장실. 적응 안돼. 아, 좀 샘들 좀 만나고 그러고 싶은데"

"그러지 말아요. 교장실에 가만히 있을 때가, 가장 멋진 교장샘이라니까..."

미연은 어히구, 어히구를 또 뱉으려다 넣었다. 곧 중학생 학부모가 올 시간이었다.

"그 여학생 이름이...." 3반 담임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장을 꺼내 펼쳤다. "김단우, 라고 하네요. 여학생이 참 대단해요? 남학생 뼈를 그렇게 한방에"

"타이밍이 너무 안좋아. 안좋아. 학부모 평가 점수 이의 제기하러 그 중학교 교장샘을 직접 찾아갔었데. 그러니까, 그 학생 아버님 입장에서는, 어제는 중학교에, 오늘은 생판 상관도 없는 남의 학교 교장실까지 와야 하는거야...아후...게다가.. 그 중학교 교장샘...성격...알쟎아?"

"알죠.. 준수샘한테 이야기 많이 듣죠."

"준수샘, 아직도 그 학교에 있어?"

"게다가, 그 김단우라는 여학생. 담임이 윤준수 샘이에요."

"어히구.. 아주 그냥 그 때 그 난리 쳤던 3인방이 다 엉켰네...."

3반 담임은 둘밖에 없는 교무실을 두리번 거린 뒤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근데.. 교장샘... 오늘 교직원 회의 있는 거 아시죠?"

"왜 갑자기 귓속말이야. 그냥 말해. 밖에 안들려. 또 들리면 어때?"

"박참영 교감샘 말인데요.... 요즘 좀 분위기가..."

미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통이 오는 듯 이마에 손을 대었다.

"박교감님이 왜...또..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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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