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원작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김영민 교수)
"교육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원작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김영민 교수)
#학교_패러디문학관

학부모 상담하다가 내담자를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녹차 한모금 한가득 입에 물고서 가글하며 말해보라. "교육적 상담이란 무엇인가" 아마 상담하던 학부모는 자식 걱정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교육의 본질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교육학 원론서의 첫장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평상시 그런 교육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교육이란 무엇인지, 학교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 보다는 , 내 자식이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 우리 애는 절대로 잘못이 없고 다 선생과 다른 아이 탓인 증거를 찾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자식의 대입 성패를 좌우할 만한 특이한 정책이 도입되려 하면, 새삼 교육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의 똥볼 차기가 그 좋은 예다. 교육부는 다른 부처의 일을 가져와 교육부의 일로 만드는 뒷처리 전담 부처인데, 얼마전 새로운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정책 설명회에 제시된 내용 중에는 보건 복지부나 행정 자치부에서 담당할 듯한 육아 지원 정책이 있었다.

교육 기관에게 육아라니, 특이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앞에서 정책의 핵심 내용을 읽어 보았다.

그런데 그 내용과 방향이 내 직업적 정체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멀리가서 그만 그 자리에서 실신할 뻔했다.


혹여 내가 교육 정책을 제시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면, "교육부"라는 부처를 "보육부"라고 지칭하지는 않으리라. "입시‧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이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2015 교육과정이 현장에 안착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혁신 기반을 조성하고 고교학점제의 체계적 도입을 준비하겠다"와 같은 문장을 쓰지 않으리라.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국가 책임 교육을 실현하고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 자녀 양육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와 같은 표현은 결코 구사하지 않으리라.

뇌졸증이 올 정도로 뜬구름 잡는 문장으로 가득 찬 그 교육 정책 설명서가 하도 인상적이어서 , 그 정책을 만든이에게 이거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천역덕스럽게 "제가 의원 시절에 교육위에서도 근무해 봤구요, 교육청, 교육부 사람들하고 자주 교류했어요. 저는 교육전문가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금뱃지의 명예를 진 이 사람에게 이와 같은 면모가 있었다니!

잠시 후 다시 그 사람에게 "교육 현장에 있어 본적이 없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하죠?"라고 묻고 말았다. 그랬더니평소 감정의 파도가 없던 그 사람은 정서적 파란을 보이면서, 자신은 학교 현장에 없었지만 교육 전문가라며 , 내 표현에 정치적 음해가 있다고 의심했다.

따지고 싶어진 나는 왜 교육과 보육을 구분하지 못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갑자기 정치인다운 평정심을 잃고 교사 무능론을 제기했다.

"학교 현장에 있는 당신들은 무능하다! 당신들 때문에 교육이 이 모양이다!" 하고 성질을 부리기에
"학교 밖에만 있으니 학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느냐. 경제 성장과 복지를 왜 학교에서 묻느냐"라고 다시 재차 따져 물으니,

"경제 정책을 짜던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왜냐고 묻지 말고 그냥 까라면 까란 말이닷!"하면서 악플러들을 선동해 나를 갈구었다. 그 예측하기 뻔한 기사 댓글 악플들 덕에 내 눈과 심장은 한 여름 정오에 돋보기 초점 맞춘 검은 종이처럼 타들어 갔다.


이 사람의 이러한 난동은 본질을 향한 질문이란 위기 상황에서 제기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식에게 불리한 정책을 부정하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교육적 본질을 힘주어 파괴하려 들었던 것이다.

하나의 통합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한 것이다.

오늘도 댓글러들은 대입에서 공정성을 주장하며 수능 수업 중심의 정시 확대를 주장하다가도,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교수법과 질문이 있는 열린 수업을 요구한다.


이를 유도할 수시 확대를 실시하면, 또다시 공정성을 논할 것이며, 다시 미래 수업을 요구하고, 다시 수능을 이야기하는 무한 루프에 빠져 교사와 학교를 어쩌란 말이냐-무간지옥에 빠뜨릴 것이다.

미래 사회를 대비할 인재 양성을 주장하던 자신과, 공정성을 위해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하자는 자신과 '교육적'으로 씨름하고 있으리라.

입시철을 맞아 포털에 모여든 댓글러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교사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정년 보장은 여전한지, 방학 때도 월급 받는지, 육아 휴직은 다 챙기는지, 도대체 하는게 뭐가 있느냐 등등. 학부모와 댓글러들이 집요하게 선생 당신의 삶을 폄하하려 할 때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학부모가 "선생님이 애가 아직 없으셔서 모르시나 본데"라고 빈틈을 간보면, "어머님..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은..."하고 어버버버하지 말고 "출산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내가 애를 키워봐서 아는데.."라고 되말하면, "양육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학부모가 "우리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거든요"라고 물어보면 "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아니 선생이 되가지고, 지금 학부모 말을 우습게 여기는 거에요?"라고 말하면 "교사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댓글러가 "선생 네들은 수업이나 상담이나 하면 되면서 방학은 또 다 챙겨먹는 놈팽이들"이라고 말하면, "수업이란 무엇인가" 답하라.


댓글러가 "일반 회사에서는 복지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 아느냐? 배때기가 불렀구나. "라고 말하면 , "복지란 무엇인가" 대답하라.


교육부와 교육청이 "하는 일도 없는데, 보육, 복지, 방과후, 학교 폭력, 아동 학대 등등 다 받아라"하고 물으면, "학교란 무엇인가" 되묻고, 다시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부모가 하자는대로 교육과정, 학사일정, 평가 방식, 학급 편성 등등 죄다 민원 들어주거라"라고 하면 "교육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교육 본질에 관련된 이러한 난담은, 안타깝지만 그네들이 너무도 싫어하는 질문인지라 되려 긁어 부스럼이 되어, 해묵은 '무능하고 말만 많은 철밥통들' 명패가 더욱 진하게 적히게 되어,
다시 교사 당신의 목을 더욱 조여올 것이다.
학교 패러디 문학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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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