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 (원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작)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 #학교_패러디문학관 (원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작)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는 대단히 훌륭한 지침서다. 이 책은 오랜 교직 생활에 걸쳐 많은 선배 교사들에 의해 편집되고 또 다시 상신되었다.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교사들과 관리자들의 기고문도 담겨 있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학교는 참 o같다. 대단히 o같다. 그것이 얼마나 미쳤고 맛이갔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말은, 심리 치료소까지 가는 길이 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당신이 겪을 여러 일들에 비하면 좁쌀 한 알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들어보라.....'

(좀 지나면 감정이 차분해지면서 교사들이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령, 저 전설적으로 아름답게 교사 생활하고 있는 000샘이 현재 한 해 천사같은 애들이 몇명씩이나 몰려드는 학교에서 끊임없이 앉아 행복하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그 샘이 있는 학교는 욕먹는 양도 적고 베푸는 양만 많아서 딱 그만큼의 훌륭함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휴게실에 가서 나는 왜 이럴까 하기전에 아참 우리 학교랑 저 샘 학교랑 많이 다르지 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을 기해 말하자면, 학교들 간의 그 엄청나게 광대한 복불복을 마주하게 되면 <안내서>의 서문을 쓴 탤짱보다 더 거시기한 사람들도 뭐야 다 필요없네 안내서고 뭐고 다 복불복이쟎아 하고 만다.

어떤 선생님은 이는 교대 사대 합격증도 새학년 업무분장 잘 뽑기도 죄다 의미 없이 인생이 아찔해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학교들 간의 차이는 교사와 외부인들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차이가 너무나 큰 나머지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교 옮기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복권을 사는 행위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퇴직 후에나 알게 된다.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는 폐 한가득 한과 스트레스와 자격지심을 한 숨 들이마시면 완전 진공 상태의 몽롱함을 느기면서 최소 30초 정도는 버티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하길
"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o같은 거대한 교육계에서 그 30초 안에 당신이 어떻게든 구조될 수 있는 확률은 십팔조십팔억십팔만십팔의 십팔이라고 한다.

어떤 엄청나게 경이로운 우연의 일치에 따르면 그 숫자는 또한 20oo년 통일 한국의 교육부 장관 네이스 접속 비밀번호이기도 했다.

한 교사는 그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재밌는 교직 생활을 하는 가 싶다가
학교라는 행성도 교사의 한글파일들도 내선번호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학부모의 교사 이용 설명서>에서는 교사를 '온갖 요구에 맞추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도록 디자인된 철밥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반도의 교육 관청에서는 교사를 '오다 내리면 서둘러 응해야하는 하청 관계의 인력'이라고 정의한다.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는 교육 관청을 '한국 교육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라져 버릴 얼간이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교육 관청 특파원 자리에 흥미 있는 사람은 누구든 지원해달라는 편집자의 말이 각주로 달려 있다.

대단히 흥미롭게도, 교육 관청이 전혀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는 다른 평행 우주에서 차원 왜곡 기술을 이용해 교육 관청에 도착한 <학부모의 교사 이용 설명서>에는, 교육 관청에 대해 '학교 보다 더 쉬운 곳'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학교라는 행성을 떠나 행성간 이동을 떠난 한 교사는 다시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를 꺼내어 읽었다.

안내서에서는 교사가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되는 행위를 '집일'이라고 정의하였다.

'집일'이란 학교 간을 여행하는 교사가 지닐 수 있는 행위 중 최고로 쓸모 있는 행위다. '집일'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고삼 담임을 맡기려는 학교의 냉혹한 관리자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고3 담임을 피하는데 쓸 수 있다.

6학년 담임에 방과후 학교를 시키려는 눈부신 학교의 인사자문위원회에게는 '집일'을 깔고 누워 이를 피할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집일'에는 엄청나게 폭넓은 심리학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교사가 '집일'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학부모가 알게 되면 그 학부모는 교사가 당연히 출산, 육아, 사춘기, 돌잔치, 자녀 입학 시키기 등도 잘 알고 있을거라고 자동으로 믿어버린다.

게다가 그 학부모는 그 교사가 어쩌다가 자신의 요구와 다른 결론을 내리려 할 때 "선생님이 아직 애가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를 시전할 수 없게 된다.

그 학부모는 이후, 몇가지 기술을 더 걸려고 시도할 지도 모른다. "애가 하나라서 잘 모르시나본데"라든가 "전업 주부가 아니라서 잘 모르시나본데" 등 다양한 버전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학교간 여행길에 '집일'은 최소한의 방어기제로 작동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여행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제가 '집일'때문에 사정이 생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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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