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성교제, 모른 척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아이의 이성교제…<교육부 매거진 행복한 교육>


정보 / 아이의 사생활 ● 글│안태일 경기 중산고 교사

『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


아이의 이성교제…

모른 척 해야 하나? 말려야 하나?

  자녀의 이성교제를 바라보는 부모와 교사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이성교제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결혼 적령기라면 서둘러 이성교제를 시작하라고 재촉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청소년 시기 아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이성교제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지도’하고 싶다. 헌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흡연, 가출, 폭력, 욕설이 ‘나쁜 짓’이라는 것은 청소년들도 동의하기 쉽다. 그만큼 ‘지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이성교제 자체를 나쁘다고 동의할 청소년은 몇이나 될까. 연애의 ‘기회비용들’을 근거로 이성교제 자체를 제재하려 하는 ‘지도’는 청소년들과 소통을 단절시킬 위험도 있다.

‘오늘부터 열애 중’ 연애 이야기 친구들과 공유


  ‘이성교제’는 이성과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다. 청소년 자녀가 이성교제 중이라는 것은, 청소년 자녀가 이성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중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사랑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당장 그 ‘단어’를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SNS에 ‘오늘부터 연애 중’, ‘??이와 약혼’, ‘??아 사랑해,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 말자’, ‘자기야, 오늘 데이트 너무 즐거웠어’ 같은 글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함께 데이트하며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한다. 축하한다, 부럽다, 오래 오래 사랑하라는 댓글에 행복해 한다. 촛불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사랑을 고백하고, 친구들을 모아 기념일 파티를 열기도 한다. 둘만의 연애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청소년 이성교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의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네들은 사랑을, 하고 있다.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바라볼 때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교제 중인 청소년들은 그 감정들의 정체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그 감정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좋은 롤 모델(멘토)이 되어줘야 한다.


  남녀 학생이 분리된 환경에서는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성교제는 그만큼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이성교제는 ‘아직’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에 동조한 청소년들이 더 많았다. 이성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으니 ‘조바심’도, ‘외로움’도 느끼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이성교제 중인 청소년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남녀공학이 일반화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이성친구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니, 조바심과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자신도 이성친구와 함께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기념일도 챙기고, 손을 잡고 걷고 싶다. 그 ‘목적’을 누리기 위해 이성친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청소년의 모든 연애가 이러한 ‘목적의식’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의식’을 갖고 연애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연인과 이성친구는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결성한 계약적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을 위해 유희만을 위해 필요에 의해서 시작되는 사랑은 어른의 연애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연애관’을 내면화한다. SNS, 영화, 가요, 드라마, 라이트 노벨 등에서 사랑의 정의, 연애 방식, 사랑한다면 해야 하는 것들, 이별의 의미, 가치관 등을 내면화한다.

이성교재 ‘지도’하기보다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부모, 교사, 우리에게 물어본다. 그네들에게 ‘사랑’과 그 과정에 대해 부모와 교사는 얼마만큼이나 소통을 시도했는지. 그리고 그 소통은 얼만큼이나 진심과 진실을 담았었는지 돌아본다. 행여 청소년과 소통은 외면한 채 그저 그네들의 감정을 통제하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물어본다.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걱정하며 ‘지도’하려 하기 전에,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 시기는 주체성을 획득하려는 내적 외적 투쟁의 시간이다. 어른의 걱정을 간섭과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시기다. 학습 선택권과 진로 선택권, 취미 선택권을 빼앗긴다는 위협보다, 이성교제에 부모, 교사가 개입하려는 시도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시기다. 청소년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소통 자체가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위협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멋진 연애,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른 스스로의 가치관과 연애관을 돌아보아야 한다. 사랑의 정의, 이유, 이별의 의미와 극복 과정, 행복은 무엇인지,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실천해 왔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전에, 그네들에게 바라는 모습의 ‘사랑’을 몸소 실천해 왔고 누려왔는지 돌아보자.


  이성교제 ‘문제’로 인해 청소년과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 보자. 내 마음대로 아이의 모든 것이 움직여 주면 좋겠지만, 사랑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더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공유할 수 있을 뿐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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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EBS 미래를 여는 교육 MC /KBS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 출연진/너도 모르는 네맘 나는 알지 저자/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사회 교실 강사/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소통 강사/진로 특강 강사/스마트 워크 강사/안태일 학교시집/탤짱닷컴 tv/출제해서 생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