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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청소년 이성교제

category 방송들 2015. 3. 29. 00:12

<2015년 3월 4일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탤짱샘 안태일 - 청소년의 이성교제

어린애인 줄 알았던 자녀가 이성친구를 사귄다는 걸 알게 된 학부모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헤어지라고 해야 하나, 그런다고 말을 들을까, 괜히 부모 자식 사이만 나빠지는 거 아닐까. 행여 성적이라도 떨어지면 어쩌나. 열공 상담소가 학부모들을 대신해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열공 상담소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느끼는 학부모들의 고민을 듣고 전문가들을 찾아 조언을 듣는 코너입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고교생 이성교제에 대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여친한테 푹 빠진 아들

제 말을 안 듣습니다”

지난 겨울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아직 어린 애인줄 알았는데 섭섭하기도 하고 고2면 공부에 집중할 때인데 걱정도 많습니다. 헤어지라고 하고 싶은데 잘못 건드리면 남자 아이들은 크게 엇나갈 수 있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원 다니는 여학생이라는데 공부도 잘한다고 합니다. 제 아들은 중상위권입니다. 아들과 진지하게 이성교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아는 척만 해도 아이가 화를 버럭버럭 냅니다. “여자친구 예뻐?”라고 물어보면 “아이~씨” 이러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아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아들이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이성교제 후 성적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여자 아이들은 이성교제를 해도 성적을 유지한다던데 우리 아들은 푹 빠져 있다고 하니 너무 걱정이 돼서 요즘은 바람난 남편 뒷조사하듯 아들 뒷조사하는 게 일입니다. 조금만 멍하니 있어도 여자친구 생각하나보다 싶어 열불이 납니다. 이모씨(43·고2 아들·서울 강남구)

Q. “남친과 헤어지라 했더니 …

엄마는 속물이래요”

딸은 남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전교권 우등생이었어요. 지난해부터 사귄 남자친구는 같은 반인데 올해도 같은 반이 됐습니다. 그 아이를 사귀고부터 성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딸 말로는 공부가 어려워진 거지 남자친구 탓이 아니라는데 얘기하다보면 꼭 싸우게 됩니다. 딸의 남자친구는 공부를 많이 못하는데 둘이 같이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정말 못마땅합니다. 솔직히 공부 잘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상처였는지 싸울 때 마다 “엄마는 속물”이라며 비난합니다. ‘유학 보낼까’ 애 아빠랑 고민도 했습니다. 같이 집에 와서 공부하라고 달래도 봤고 둘이 같이 과외를 주선해주겠다고도 해봤지만 다 거절당했죠. 자기 남자친구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행동이라나요. 엄마 아빠가 자꾸 개입하니까 더 애틋해서 저러나 싶어서 모른 척도 해봤는데 제가 미치겠더라고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유모씨(44·고2 딸·서울 양천구)

Q. “고등학생 딸이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귑니다”

고3 딸이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귑니다. 지난해 학원에서 만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친구도 고등학생이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만 딸 가진 부모로서 성인이 된 남자친구가 너무 걱정됩니다. 올해 초에 남자친구를 따로 불러서 헤어져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이가 고3인데 공부해서 같은 대학에서 만나는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제가 남자친구를 만난 사실을 알고 딸이 격분해서 “엄마가 뭔데 끼어드느냐. 오빠 없으면 대학 안 간다”라며 집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남자친구도 헤어지려고 노력해줘서 그 아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고3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남자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숙제를 내주고 채점도 하고 공부를 가르쳐 주느라 토요일마다 집에 옵니다. 거실에서 둘이 공부하는거 보면 고맙기도 하다가 공부하고 나가서 논다고 하면 속상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문제가 있는 걸까요. 강모씨(46·고3 딸·서울 송파구)

“예뻐? 공부 잘해?” 질문은 금물

교제 인정하고 연애 멘토가 돼줘야

A.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면 이미 부모의 통제가 불가능한 시기입니다. 부모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합의 가능한 부분을 정해 협상을 해야합니다. 통제하려고 할수록 아이들은 반발합니다. 여자친구에 대해 “예뻐? 공부 잘해?”같은 평가형 질문은 삼가세요. 그보다 엄마는 ‘네 편’이라는 걸 알게해 주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믿어주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다. 성숙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혹시 친구와 헤어지거나 싸웠을 때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라. 좋은 연애 멘토가 되어줄게”라고 하세요. 연애상담이 자연스러운 진로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호적인 관계가 맺어진 후에나 공부하라는 말이 통하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를 강요하면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부모 자식 관계마저 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행동은 교정할 수 있지만 감정은 제어할 수 없습니다. ‘담배 피우지 말아라, 교복 단정히 입어라, 공부해라’ 같은 말은 교정 가능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랑을 참아라, 사랑을 멈춰라’는 어른들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나의 감정까지 컨트롤하려 한다고 느끼고 반발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욱 이성친구에게 의지하고 기대려는 성향을 나타냅니다. 뒷조사까지 하는 걸 자녀가 알게 될 경우 “왜 엄마는 나를 믿지 않지?”라는 반발심이 생깁니다. “엄마가 나를 믿지 않으니 나는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에서 함부로 행동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부모의 역할은 올바른 이성교제 가이드를 주는 것이지 무조건 막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이성친구를 통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얻도록 하는 게 현명합니다. 서로가 공부 열심히 하자고 격려하고 도와 주는 이성친구 사이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성적이 좋으면 둘이 나란히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멋진 일이겠다고 미래를 상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엄마가 마음을 느슨하게 먹고 두 아이가 학업과 인간관계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게 좋습니다.

자녀가 이성교제를 한다는 걸 알게 된 부모님들은 싫고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하지만 때론 그런 걱정이 막연하고 근거없는 두려움이나 걱정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자녀들마저 책임지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성교제의 에너지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엄마는 ‘너희를 인정하고 믿는다’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믿는 사람에게는 쉽게 상처를 주지 못합니다.

이미 교제를 하고 있는 자녀에게 무조건 헤어지라고 강요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설득하고 설명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윽박지르고 강압하는 것으로 느낍니다. 이성교제를 인정할 테니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유지해달라고 협상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혹시 부모가 아이에게 믿을 만한 ‘내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건 아닌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믿을 만한 내 편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가족 속에서 내 편을 찾은 아이들은 확고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그 부족감을 친구나 이성에게서 찾으려고 합니다. 엄마는 성적 관리자가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의 통제 밖으로 나가는 걸 불안하게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가족이 있다면 고민 상담을 요청하고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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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 안태일 무원고 교사,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박동혁 허그맘심리상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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