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글쓰기 순서를 찾아가자
글을 쓰는 순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순서를 찾으면 됩니다. 저 역시 글을 쓰는 순서를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삽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제가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는 책 앞부분에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말씀드렸죠? 다행히 지금은 예전보다 글을 쉽고 빠르게 쓰는 편입니다. 요즘은 글을 어떤 순서로 쓰는지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저의 글쓰기 순서를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제 글쓰기 방식 역시 다른 수많은 글쓰기 방법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방황’하시는 선생님에게는 작은 참고가 되리라 믿습니다.
<탤짱쌤의 글쓰기 순서> ‘에피소드’를 개조식으로 적는다. 2. 글의 온도와 장르를 정한다. 3. 글쓰기 공식 후보를 뽑고 ‘에피소드’를 공식에 넣는다. 4. 공식에 맞게 개조식으로 글을 써보며 ‘결론’을 찾아간다. 5. 결론, 장르, 온도에 어울리는 글쓰기 공식을 결정하고 개조식으로 글을 쓴다. 6. 공식 순서에 맞춰서 글을 쓴다. 7. ‘미끼’ 거리를 찾은 후 서두에 배치한다. 8. 맞춤법 검사를 한 후 퇴고를 시작한다. |
‘에피소드’를 개조식으로 적는다.
순서가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저는 ‘에피소드’ 쓰기가 제일 쉽습니다. 있었던 일이나, 이슈를 묘사하는 일은 생각을 여러 번 할 필요 없이 관찰한 대로 적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로 알게 된 식당의 음식 맛은 어땠는지,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은 무엇인지, 배송 온 제품의 품질은 어떠한지 등 ‘사실’을 적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는 지점은 어떤 일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쓰는 일은 어렵습니다. 사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쓰는 일도 어렵습니다. 지금의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적습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에 에피소드를 완성된 문장 형태로 쓰기 시작하면 안 됩니다. 글을 어떻게 전개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바로 글쓰기에 들어가게 되면 방향도 잃고, 체력도 금세 소진되어 글을 마무리하기 힘듭니다. 일단 어떤 경험을 했는지만 간략하게 적어둡니다.
글의 온도와 장르를 정한다.
이제 글의 장르와 온도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글을 읽은 이에게서 어떤 반응을 끌어내고 싶은지 자문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싶은 것인지, 주장문을 쓰고 싶은지, 칼럼을 쓰고 싶은지, 후기를 쓰고 싶은지, 좋은 말씀을 쓰고 싶은지, 간단하게 일기를 쓸 것인지 결정합니다. 공감을 끌어내고 싶은지, 감동을 주고 싶은지, 위로를 받고 싶은지, 위로를 해주고 싶은지, 교훈을 주고 싶은지, 웃음을 주고 싶은지를 결정합니다.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고 잔잔한 감동을 줘야겠다, 주장문 형식의 글을 쓰고 동의를 끌어내야겠다 등을 정합니다.
글쓰기 공식 후보를 뽑고 ‘에피소드’를 공식에 넣는다.
글의 장르와 온도를 결정했으면 이제 내 결정에 어울릴 공식 후보들을 추려냅니다. 3단계 글쓰기 공식, 메타인지 글쓰기 공식, 달라졌어요 글쓰기 공식, 설득력 있는 글쓰기 공식 등 어떤 공식이 내 글에 어울리지 떠올립니다. 저는 보통 2~3개 공식을 후보로 내세웁니다. 그리고 둘을 경쟁시켜서 가장 어울리는 공식을 선발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이 되어봅니다. “한번, 보여주시죠.”, “네. 잘 봤습니다. 죄송하지만 당신은 우리와 함께하실 수 없습니다.”
공식에 맞게 개조식으로 글을 써보며 ‘결론’을 찾아간다.
공식 후보들을 고른 후에 각 순서에 들어갈 내용을 개조식으로 짧게 한 두 문장으로 써봅니다. 아직 어느 후보가 선발될지 모르기 때문에 과도한 ‘투자’는 삼갑니다. 완성된 문장으로 힘을 주어 바로 긴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면 글을 끝까지 마무리 짓기 힘듭니다. “어? 이 공식으로 쓰니까 글이 맘에 안 드네? 근데 어쩌지 너무 글을 많이 썼어!”하고 매몰비용을 과다청구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의 빈칸을 채워나가면 내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결론’을 찾게 됩니다.
결론, 장르, 온도에 어울리는 글쓰기 공식을 결정하고 개조식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진짜 생각과 마음을 찾아가는 경험하는 일입니다. 개조식으로 글을 써보며 내 생각을 ‘발견’하게 되면, 처음에 어렴풋이 글의 온도와 장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 ‘결론’에 어울리는 공식을 다시 골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장르, 온도, 공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했으면 연습장에 다시 글 상자를 그립니다. 왼쪽 란에 공식을 채우고 오른쪽 란에 개조식으로 단계별로 한 줄씩 개조식으로 ‘설계도’를 그립니다.
공식 순서에 맞춰서 글을 쓴다.
설계도가 완성되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글을 쓸 차례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초고’ 쓰기 시간입니다. 초고는 어차피 버려질 친구입니다. 부담 없이 죽죽 글을 밀고 나갑니다.
‘미끼’ 거리를 찾은 후 서두에 배치한다.
글을 읽자마자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티저 예고편 등을 서두에 배치합니다. 결론을 적어도 좋고, 가장 재밌는 부분을 살짝 보여줘도 좋고 메타인지 질문을 미리 던져도 좋습니다. 독자에게 미끼를 투척하세요. 어렵게 쓴 내 글을 끝까지 읽도록 유혹하세요.
맞춤법 검사를 한 후 퇴고를 시작한다.
초고를 마친 후에 바로 퇴고를 들어가도 좋습니다. 하지만 방금 쓴 글을 바로 읽으면 퇴고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뇌에게 잠시 시간을 주세요. 심장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세요. 머리와 마음이 한숨을 돌리게 해주어야 다른 ‘눈’으로 내가 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며칠씩 묵혀둘 수는 없겠죠? SNS나 블로그에 간단하게 올릴 글인데, 시간을 많이 투자할 여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럴 땐 맞춤법 검사를 하면 천천히 글을 살펴보세요. 프로그램이 오타를 잡아주는 동안 숨을 고릅니다. 그러고 나서 퇴고를 시작하면 됩니다.
설계도를 그릴 때 저는 마인드맵을 사용합니다.
저는 마인드맵 프로그램으로 ‘설계도’를 작성합니다. 연습장에 글 상자를 그리고 설계도를 작성하면 수정하기가 조금 번거롭습니다. “이 내용은 에피소드에 적지 말고 메타인지 질문에 넣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볼펜으로 이미 쓴 내용을 죽죽 긋고 나서, 새로 옮겨 적어야 합니다. 과정도 지겹지만 글 상자가 너덜너덜해져서 다시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 과정이 매우 수월해집니다. 작성을 내용을 쉽게 드래그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편합니다. 저는 무료 프로그램인 ‘알마인드’를 애용합니다. 엑셀이나 문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글 상자를 만든 뒤에 오리기-붙이기 기능을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설계도를 그리든,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사용하든, 워드나 엑셀을 사용하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설계도는 꼭 그린 후에 글을 씁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에피소드’를 개조식으로 적는다. 종완이네 집에 놀러 갔다. 게임기가 종류별로 있음. 부러웠음. 2. 글의 온도와 장르를 정한다. 에세이 형식. 유쾌한 분위기. 삶의 이치를 깨달음. 3. 글쓰기 공식 후보를 뽑고 ‘에피소드’를 공식에 넣는다. 달라졌어요 공식 또는 메타인지 글쓰기 공식 중에서 고민 4. 공식에 맞게 개조식으로 글을 써보며 ‘결론’을 찾아간다. 가. 달라졌어요 글쓰기 공식 버전 1) 변화 전 상황 : 종완이네 간 이야기. 나는 그저 한없이 종완이가 부러웠다. 2) 터닝 포인트 : 나는 왜 그렇게 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는가? 종완이가 한마디 했다. “형, 질러. 인생 뭔데. 돈은 벌면 돼. 하지만 시간은 못 벌어.” 그 소리에 깨달음. 3) 변해가는 나의 이야기 : 미친 듯이 기기를 사 모으기 시작. 아 행복. 오히려 다른 데 돈을 안 쓰게 되니. 가계 형편에 더 도움 됨. 4) 정리, 방향 제시, 구체적 다짐 : 나를 위한 소비를 너무 억제하지 말자. 이제는 욜로, 선을 넘으며 살아가 보자. 엑스 박스 신형기기가 나온단다. 예약 구매해야지. 나) 메타인지 글쓰기 공식의 경우 1) 에피소드 : 종완이네 갔다. 종완이는 기계가 정말 많았다. 2) 첫 번째 생각 : 종완이가 너무 부러움. 하지만 나는 쉽사리 기계를 사지 않는다. 난 돈이 별로 없다. 난 싼 걸 여러 개 자주 사고 버리면서 산다. 3) 메타인지 질문 : 종완이의 말. 살 때 좋은 거 사는 게 돈을 아끼는 거야. 왜 나는 선망만 할까. 자문. 4) 새로운 생각 : 난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에 인색했음. 소비의 즐거움은 나를 위한 것 아닌가. 후회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난 오히려 낭비. 5) 정리. 방향 제시. 구체적 다짐 : 이제라도 나를 위한 소비를 해보자. 이제는 욜로, 선을 넘으며 살아가 보자. 엑스 박스 신형기기가 나온다. 예약 구매해야지. |
예시를 보니 제가 어떤 순서를 글을 이어갈지 눈에 보이시죠? 사람마다 글을 쓰는 루틴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겠죠.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글쓰기 순서를 찾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도 자신만의 글쓰기 순서를 찾아보세요. 초고가 완성되었다면, 이제는 퇴고를 시작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