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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2011년 11월 17일

category 방송들 2012. 7. 4. 21:23

원문 주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5793.html



고양 중산고 안태일 교사

모바일 방송통해 학생과 소통

매주 한번 토크 손님은

흡연자, 야자 튄 사람…

동료교사에 노하우 전수도



# “7반 훈상이, 8반 진호! 지금 방송 안 듣고 졸고 있지. 반장, 방송 안 들은 애들 나중에 조사해와. 너희가 평소에 이런 문제 이해를 못 하는데 그래프를 잘 보면 쉬워. 에이(A) 나라가 적자인 것은 그래프 보면 알겠지? 우리 제발 포기하지 말자. 겁먹지 말고 잘 들어봐….”(안태일샘의 레알보충-경제)



지난 2일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팟캐스트에 올라온 방송 가운데 일부 내용이다. 방송의 주인공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중산고등학교에서 정치·사회·경제를 담당하는 안태일(32) 교사다. 안 교사는 지난 10월부터 ‘레알보충’ 말고도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안태일샘의 감성통신문’(1318 토크 콘서트), 교사들의 애환을 전하는 ‘샘수다 방’과 ‘출제해서 생긴 일’(동영상) 등 모두 4개의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인데 팟캐스트도 사교육이 점령하고 있더라고요. 공교육 선생님 입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6년차 교사인 그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 팟캐스트로 맞춤형 강의도 하고, 아이들 추억도 만들어 주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레알보충’은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방송이다. 학생들은 15분 분량의 강의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다. 그는 “수업시간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고려해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 어려운데, 진도를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방송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1318 토크 콘서트’는 일주일에 한 차례 안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7반 학생들과 함께 만든다. 지난달 21일부터 12차례 방송이 올라왔는데 ‘흡연자 특집’, ‘반장·부반장이여 힘을 내라’, ‘야자 튀신 분들 특집’ 등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을 다루고 있다. 1318 토크 콘서트에서는 담배 피우다 걸려서 교내 봉사 벌칙을 받은 친구를 불러 급우들 앞에서 금연을 약속하게 하거나, 축구 한다고 자율학습에 빠진 학생들을 불러 불만을 듣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안 교사는 “학생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마이크 앞에만 오면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잘한다”며 활짝 웃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2학년 7반 지성수군은 “평소 수업진도를 못 따라가고, 그렇다고 질문하기는 쑥스럽고 그랬는데 스마트폰으로 아무 때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2학년 박상희양도 “평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 내 목소리가 방송에 나오니까 연예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교사 연수에 강사로 나서 팟캐스트 방송 제작 경험을 강의했고,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도 전수하고 있다. 안 교사는 “무료서버를 이용하면 방송하는 데 비용이 전혀 안 든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팟캐스트를 잘 활용해 공교육이 앞장서서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