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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좋은 날> 원작_운수좋은날_현진건_작‬  패러디문학관‬.


새침하게 흐린 액정화면을 보아하니 오늘은 눈이 온다고 또 기상청이 '역술인 행위'를 했나 싶더니, 역시나 눈은 아니 오고 비가 철푸덕 철푸덕 내려 싸 앉았다.

겨울방학이야 말로 요 연수원 인력풀 안에서 강사질 노릇하는 안선생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연수하기 좋은 날이었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전남, 광주, 제주, 경북, 대구 연수원, 언론 진흥원, 사단법인 멀리 장학재단까지 강의해다드린 것을 비롯하여 늘 설레였지만 어째 요즘은 뜸하다. 그리고 아직도 전북, 경남, 부산, 울산, 충북, 충남, 대전에서 어정 어정 연락이 아직 없어서 아직 좋은 강사 못구한 연구부장, 장학사, 연구사 하나 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장인 듯한 양복장이 문자 메세지 하나를 받게 되었다.




그것이 스타트가 되었더니, 첫 강의에는 1시간 반, 두번째 강의는 세시간, , 겨울 찬바람에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몇년 동안 겨울 방학 강의 초빙 의뢰도 못받았던 안선생은 한시간 짜리 강의에서 몇 푼, 세시간 강의에서는 몇 푼 또는 가끔씩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는 여덟시간 풀타임 연수에서 몇몇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게 거의 눈물을 흘릴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요즘처럼 비수기에 요런 저런 강의 초빙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맥주 피처 빨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는 고생하는 반 몇 몇 아이들에게 피자라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반 아이들이 피자에 굶주려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피자스쿨도 감지 덕지 하는 형편이니 물론 피자헛, 도미노는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다.

구태여 내 돈 써서 멕이려면 못할 바도 아니로되, 그저 학생들이란, 스쿨이던 헛이던, 도미노던, 에땅이던, 그저 배를 채우는 것에 충실할 놈들이렸다.




브라질 놈이 축구하다 신라면 끓여 먹는 소리하지 말라며, 피자 사달라는 열화와 성을 갈아 성을 냈다.

"에이, 오레오 시리얼 말아먹을 조카의 신발 색이 18색이네"

하고 피자에 굶주린 반 아이의 정서에 -100000데미지를 입히셨다.

개학을 허고 나니 봄방학이 아직인데, 0-0지역 연구사가 연락와 닥치고 튀어 오라하니 안선생은 깊이도 갈등하였다.

수업을 교환하고 가야 허니, 아이들이 야자를 튀고 보충을 튀고 청소마저 튈 것 같아 고민 고민하였다.




어찌 어찌 교장을 설득하여 학기중 연수 강의를 나가게 되었는데, 그는 불행이 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 거렸던 운수 좋은날 김첨지 처럼 사망 플래그를 차근 차근 쌓기 시작하였다.

기적에 가까운 강의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 두리번 연수원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교실,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프레지 패쓰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하는 기이한 오만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안선생. 오늘도 강의 나왔나 보네 그려. 어허허허 어째 연수비는 많이 걷었는가. 한잔 빨리게"

처음 연수원에 꽂았던 김선생이 안선생을 만나 너무도 반가워 했다.

"김선생은 벌써 아메리카노를 빨았나 보네 그려"

"압다. 강의 평점 안좋다고 아메리카노 안 먹을 낸가. 그런데 안선생, 자네 아랫배가 어째 이티에 나오는 이티 같은가?"

카페는 훈훈하고 떠떠떠떠떳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겅마냥 바리스타의 몸짓은 빠릿해고 임요환 스타 컨트롤 같았다. ]

"그래 얼마를 연수 뛰었단 말인가?"

"내 오늘 알바 강의로 피자 열판을 구했네"

"그래 그돈으로 뭘 하려 그려나"

"이제 애들하고 바이 바이니 내 설렁탕은 아니어도, 애들에게 피자,헛, 도미노 뭐 이런 메이저한 놈들을 쏘려고 하네"

"이 사림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피자, 스쿨과 에땅에서 벌벌벌 떠는데 말일세"

"어허허허 이제 그정도는 해야지. 애들 열심히 공부하고, 야자하고 있을테니 "

"원 이사림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벌써 애들은 다 튀었겠지"

" 안 튀었어, 안 튀었대도 그래"




안선생은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에 안 튄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안선생은 카페인 중독에도 피자 하고도 헛 열판을 사가지고 학교에 다시금 도다랐다.




교실 앞에서서 "어허, 담임 왔다"하고 소리를 쳤는데 어째 교실이 조용하다.

"이런 브라질 축구할 놈. 담임이 와도 맞이하지를 못해" 하고 교실문에 발길질로 몹시 찼다. 그러나 교실문이 뻥하고 열렸는데 어째 인기척은 하나 없고 교실이 텅텅 비어 있었다.

허탈한 마음에 안선생은 얼굴을 찡그려 붙어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었다. 시......ㅂ.....소리도 입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좌심방 우심실에서 나는 듯하였다. ㅃ치다가, ㅃ치다가 목도 잠겼고 또 화낼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이놈들아, 어딨는게냐, 왜 다 튀었어, 이런 브라질 놈!"

"아무도 없네!"

"이놈들아 청소마저 다 튀었단 말이냐!"

"정말 튀었나보네!!"

이러다가 교실 바닥에 흘린 음료수 자국을 발견하자마자

"이런 쓰레기까지!"




애꿎은 피자만 시름 시름 식어갔고, 문득 안선생은 미친 듯이 슈퍼 스프림 피자를 처묵 처묵하다 바닥에 내팽겨쳤다.

"피자하고도 헛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이번 겨울은 연수가 좋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