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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의 중심에는 항상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소통하기는 쉽지 않았죠. 학생도 선생님도 일상이 너무 바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학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생님은 ‘훌륭한 학습 멘토’도, 인생이나 진로에서 ‘좋은 상담자’도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학생들이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는 선생님들이 더 많으니까요. <미즈내일>이 학습이나 인성, 진로 영역 등 파트별로 나눠 그동안 간과한 선생님의 가치를 다시 조명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다가가면 효과가 두 배 되는 선생님 100% 활용법.
 
 



 
Special
Part 2
 
선생님, 고민 있어요!
학생을 외면하는 교사는 없다
 

지난 5월 전교조 대전지부가 초·중·고 학생 6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학교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민이 있을 때 교사와 이야기하겠다’는 학생은 초등학생은 9.8%, 중·고생은 각각 2.6%와 1.5%에 불과했다. 그만큼 학생과 교사 사이의 단절, 대화의 실종이 심각한 상황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외면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손 내밀기를 기다린다. 초·중학생 자녀와 엄마를 위한 고민 해결 선생님 활용법을 전한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ver.com
도움말 안태일 교사(경기 중산고등학교)·한성준 교사(인천 신흥중학교)·유상룡 교사(서울 문백초등학교)·이성근 교사(인천 심곡초등학교)
 
고민을 털어놓을 교사가 없다?
‘학생 학교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사가 학생들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고민이 있을 때 상의하고 싶은 교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백초 유상룡 교사 역시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려면 교사와 친밀감과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요즘 학교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학교 폭력이나 무단결석 등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전에는 교사가 학생들의 고민을 감지하지 못하고, 학생들 역시 교사에게 속내를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 중학교 2학년 박진영(가명·서울 노원구 상계동) 학생은 “아이들 입장에서 선생님은 나에 대해 잘 모르면서 꾸짖는 사람, 공부를 강요하는 사람이다. 그런 관계인데 어떻게 고민을 털어 놓겠나”라고 말한다. 중산고 안태일 교사는 “학생들이 고민을 교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사가 학생들의 고민이나 변화를 먼저 인지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무척 바쁘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아이들이 고민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흥중 한성준 교사는 “혼자 교사와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면 친한 친구들 두세 명과 함께 교사를 찾거나 문자와 쪽지, 편지 등을 이용해도 좋다. 예고 없이 찾아가는 것보다 문자나 쪽지 등으로 의사를 전달하면 교사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어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하다. 담임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어렵다면 좋아하는 교사나 조금이라도 편한 교사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 외에도 학교에는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위클래스’라는 상담 센터가 있다. 상담 교사, 진로 교사 등이 배치되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교사와 이야기로 고민이 가벼워진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두 성적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공부 방법을 몰라서’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서’ 등 공부에 대한 고민 종류도 다양하다. 또 ‘공부 목표에 대한 부모와 갈등’ ‘고교 진학’ ‘불안한 미래’ ‘학교 폭력이나 왕따’ ‘친구 문제’ ‘가정 문제’ 등 아이들은 저마다 고민을 안고 생활한다. 그러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놓을 상대로 부모나 교사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극히 적다. 고민은 자기 안에 있을 때 가장 커진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이 해결되는 셈. 특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한 교사만큼 아이들의 고민을 정확하게 알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사람은 많지 않다.
 
 
 
#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고민이에요.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요? 엄마는 공부하면서 자꾸 딴생각을 하는 건 아니냐고 몰아세웁니다.정말 답답합니다.
이상화(가명, 중2)
 
교사와 상담 후 달라진 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현재의 내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수학 성적이 80점대니까 85~90점을 목표로 공부하면서 점차 목표를 높이라고 조언해주셨다. 현재 나의 공부 방법이나 시간 배분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주셨고, 공부법에 대한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성적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목표에 접근해가며 무너졌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 6학년이 되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중학교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고, 저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친구 사이에서도 공부, 학원 이야기가 전부라 점점 불안합니다.
정지원(가명, 초6)
 
교사와 상담 후 달라진 점
6학년 학생이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위안이 되었다.특히 ‘친구들의 선행 학습 수준을 들으며 나는 뭘 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불안했는데, 선생님께서 내가 하는 공부 방법을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중학교에 가면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초등 4~6학년 수학 개념을 다시 정리해보라는 조언을 실천하고 있다.
 
# 반에서 1등을 했어요. 그런데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잘 지내던 친구들이 절 피합니다. 친구들끼리 속삭이다가 제가 가면 멈추고 재수 없다며 공부나 하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속상하지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고원석(가명, 중1)
 
교사와 상담 후 달라진 점
처음에는 친구들이 나를 따돌린다는 생각에 화가 나고 미웠다. 친구들을 무시하는 마음도 생겼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묵묵히 들어주시고, 어렵게 고민을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냐’는 질문을 통해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고, ‘선생님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니?’ 라며 내 입장에서 이야기해 주시는데 든든했다.
 
 
 
 
 
교사와 자녀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할 엄마의 역할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모와 교사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교사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과 관계도 더 멀어진다고 느낀다. 가장 큰 이유가 ‘학교, 교사에 대한 불신’이다. 엄마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신뢰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교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 안 교사는 “아이들의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신은 학교생활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교사는 학원 강사처럼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01 아이 말만 믿고 교사 비난은 금물이다
아이가 교사와 갈등을 겪는다면 문제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아이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이 앞에서 교사 비난은 교사에 대한 아이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02 교사를 신뢰한다
자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라는 것을 기억하고, 교사를 신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03 공손하게 인사하는 법, 예절을 가르친다
의외로 학교에서 인사를 제대로 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교사들의 목소리. 교사에게 예쁨 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기본 예절 교육은 필수다.
 
04 교사와 자주 소통한다
교사를 만나는 일은 부모뿐 아니라 교사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교사와 상의할 일이 있으면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와 자주 소통하다 보면 그 아이를 더 유심히 지켜본다는 것. 교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가 말하는
‘교사와 상담 잘하는 법’

교사들은 어떤 학생을 좋아할까?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요”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교사들은 ‘인사 잘하는 아이, 자기 일을 성실히 하는 아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심곡초 이성근 교사는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인사를 잘하고 예의를 지키는 아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그런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안 교사는 “상담하다 보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겉도는 아이들이 많다.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교사와 상담 시간이 의미가 없다. 교사를 믿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가 이야기하는 ‘교사와 친해지는 법’을 소개한다.

 
01 고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가 어떤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가 많다. 상담을 하기 전에 자신의 고민을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 고민은 대부분 고민을 정확히 아는 과정을 통해 해결된다.
 
02 자신의 감정 상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야 교사도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친구 때문에 고민인데요, 그 친구와 잘 지내고 싶어요. 어떡할까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친구 때문에 고민이에요”라고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상담 결과가 천양지차이다.
 
03 교사에 대한 선입관 없이 교사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진정성을 갖고 상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04 상담은 15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니 고민이 무엇인지 문자나 쪽지 등으로 미리 알려 교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다. 특히 손으로 쓴 편지는 교사에게 더 관심을 갖게 한다
 
학생이 말하는
‘교사와 친해지는 법’

중산고 3학년 이정혁 학생에게 교사의 의미를 묻자 “선생님은 뭔가를 시작할 때 용기가 되어주고, 포기하고 싶을 때 든든하게 잡아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정혁이가 교사와 관계를 잘 유지해가는 비결은 뭘까. 그는 “그냥 착실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제대로 깨어 있고, 선생님이 설명할 때 눈을 마주치고 집중만 해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사만 잘해도 교사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 인천 간재울중 1학년 신다해 학생은 “진심은 서로 통하듯이 선생님께 진심으로 대하면 알아주시는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선생님을 대하는지가 관계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선생님과 친해지는 법.

 
01 수업 시간이나 복도에서 선생님과 마주치면 공손하게 인사한다
요즘 인사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인사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02 선생님의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무작정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기보다 시간이 괜찮은지 확인한다.
 
03 예의를 지킨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중간에 끊거나 반감을 표하는 것은 상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04 선생님을 믿는다
이야기하면서도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딴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할 거야’ 등 선입관을 갖고 상담에 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생님을 신뢰해야 상담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