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의 향내에 취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간이 허락하지 않은 양을 감히 채워 넣었다. 꼬인 혀와 뒤틀린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은 밝았지만 거울 속 낯은 어두웠다. 술이 도무지 깨지 않나 보다. 냉장고에 고이 모셔둔 숙취 해소제로 놀란 몸을 진정시켜 보려해도 간은 숙취 해소제를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퇴근해 조금은 번잡해 보이는 집에 돌아왔을 때 문득 콩나물이 떠올랐다. 콩나물 해장라면을 끓여먹기로 하고 마트로 장바구니 봉지를 하나 들고 향했다. 스마트폰을 이리 저리 눌러가며 조리법을 찾아보았다. 끓여본적 없는 미지의 요리였다.
냉동고를 뒤져보니 하나씩 해장의 산물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나라도 한번 써보시겠냐는 듯 손을 내밀었다. 뜨거운 물 두컵반을 붓고 라면 스프를 넣었다. 물이 보글 보글 끓어갈 때 즈음 콩나물과 면을 넣고 뚜껑을 닿는다.
콩나물의 비린내는 신기하게도 뚜껑을 덮어야만 냄비를 떠난다.
떠나 보내기 위해 길을 막는 다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에 피식 미소를 내뱉는다.
물이 더 끓기 시작하니 콩나물들이 세상 밖으로 탈출하려는 듯 냄비 뚜껑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콩나물이 헤엄치는 그의 강물을 덜어냈다. 마치 물의 신이라도 된 듯 이리 저리 국물을 뽑아내어 콩나물들을 진정시켜본다.
국물을 한 숟가락을 떠 번잡한 배안에 집어넣는다. 처음 맛본 매콤하고 시원한 숙취 해소제의 맛에 지혼자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고추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는 면과 면 사이를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위에게 선물해줄 콩나물을 솎아 먹는다.
얼큰한 국물을 먼저 들이켜 버렸더니 흡사 일본 국물없는 라멘인 쯔게면이 되어버렸다.
본디 라면이라는 것은 빈 속에 들이 부어 속을 채우는 것일텐데 이 콩나물 해장라면은 독이 꽉찬 속을 비어내주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약을 발견한 화학자처럼 실실대다가, 첨부터 무리해서 오장육부들에게 죄송할 짓을 하지 말자 했다.
맛있다. 너도 먹어봐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