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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고에 불어닥친 훈남풍.

category 글적글적 2018. 7. 1. 23:52
H고에 불어닥친 훈남풍.
진로 체험의 날.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학과 소개 시간을 채워주러 학교에 방문했다.
자기가 신청한 학과 설명회를 듣기 위해 아이들이 분주하게 각 교실로 이동했다.
복도가 수근덕 수근덕. 여고생들은 긴박한 눈빛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어머 진짜?"
"엄훠"
여고생 아이들이 4반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풍경 어디서 많이 봤나 했더니, 상암동 방송국 단지에 연예인 오빠 떴을 때 모습이로다.
4반에 왕림하신 훈남 오빠를 체험한 여고생들은 복도를 누비며 간증을 시작한다. 거리 선교를 통해 구원 열차에 올라타고픈 이웃 여고생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호주 미니 펭귄 생태 관광 모습처럼 줄을 길게 늘어서 훈남 오빠의 훈훈함을 너도 나도 공유하며 기뻐한다.
이 풍경 어디서 봤더라, 십수년 전 신촌, 광화문에서 월드컵 8강 4강 진출할 때 함성을 지르던 붉은악마들의 모습이로다.
4반에 찾아온 대학생 훈남 오빠의 전공은 나노공학과였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각자 선택한 반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설명회를 듣는 여인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았다.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모두를 배부르게 하던 목수의 아들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빛으로 자리에 앉아 있겠지?
여인네들의 순수함 반정도 들어간 말똥한 눈빛이 궁금하여 4반 교실로 향했다.
나노공학과. 그렇다. 훈남 대학생 형님의 전공은 나노공학과였다.
훈남 오빠와 마주 앉은 스물 다섯명의 아이들은 모두 남고생들이었다. 설명회 하는 훈남 형님, 장차 공대생이 될 남학생. 부글 부글 남탕이었다.
잠시나마 여고생들의 팬심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훈남 형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노단위의 공학이 왜 중요한지 설파했다.
뜨거웠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사하라 사막 오후 한시같은 적막함만이 교실에 가득하구나.
이 풍경 어디서 봤더라, 아하 그렇구나. 군바리 위문열차 콘서트날 여자 아이돌 그룹 공연 끝나고, 남자 발라드 가수가 무대에 올랐을 때의 적막이로구나.
훈남풍은 그렇게 서서히 사그라들어간다.

훈남 공대생 형님은 학교에서 늘 그랬듯이,
남고생 아이들은 곧 몇년 뒤면 생활이될
황사 가득한 남탕의 봄은 그렇게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