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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학교 시리즈/안태일 학교유머

안태일 학교유머 32 ~ 34

<우주여행 현장 체험 학습 : 안태일 학교 유머 32>

한국인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을 하게 된 갑부는 딸바보 아들 바보로 소문난 학부모이기도 했다. 갑부는 최초의 우주여행을 자기 혼자 갈 수 없어서 학교에 체험 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침 학년 말이라 무책임하고 무능한 학교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없이 학생들을 방치한 채 교실에서 철 지난 영화나 시청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이 기간을 이용해서 20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우주를 유영하며 스페이스 오페라스러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갑부는 너스레도 떨 겸 학교를 찾아 체험 학습 신청서를 담임 교사에게 직접 제출하였다. 담임 교사는 체험 학습 신청서를 한참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송합니다. 반려하겠습니다. 체험 학습 신청이 어렵겠습니다."

갑부는 콧방귀를 크게 내쉬고 담임 교사를 쳐다보았다.

"아니, 학부모가 동의한 데다가, 그야말로 온 우주가 부모가 동행하는 것을 다 아는 사실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담임 교사는 두 손을 곱게 모으고 고개를 숙여 사죄한 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직접 내려온 현장 체험 학습 안전 점검 철저 공문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학년 말이라……. 제가 생활기록부 마감이 너무 바빠서요…. 우주까지 가서 현장 안전 점검을 해드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또...제가…. 우주까지 가기에는 모아둔 돈이…. 턱없이 부족 해서요..."

 


<이보시오. 나는 왜 여기 끌려온 것이오 : 안태일 학교 유머 33>
수능 미션을 수행 중인 고사장에 모인 고교 교사, 수험생, 경찰, 중학교 교사가 푸념을 쏟아 뱉었다.

수험생은 컴퓨터 사인펜을 집어 던지며 울부짖었다.
"도대체 왜! 3년의 캐 고생을 단 하루의 시험으로 심판받아야 하는 건가요?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요?"

고교 교사는 녹색 수세미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울분을 오바이트 했다.
"아니 왜! 고사장 설치도 우리가 하고, 소송 걸릴지도 모르는 수능 감독관까지 맡아야 하는 겁니까? 교수들이 하셔야죠"

경찰은 조용히 담배꽁초를 주우며 속삭였다.
"알아요. 알아요. 학교는 금연 구역이죠. 그런데요. 수능 날 담배 못 피게 싹 다 잡아봐요? 당장 범칙금은 많이 걷힐지 몰라도, 그 쏟아지는 민원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고교 교사, 수험생, 경찰이 쑥덕 울컥하고 있을 때 중학교 교사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사경을 헤매며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웅얼거리며 감독관 대기실을 유령처럼 배회했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여기가 어디요…. 나는 누구요….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오…. 나는 중학교에서만 십수 년을 보냈소…. 이보시오…. 내가…. 내가…. 왜 결시자 현황표를 들고 있는 것이요…. 내가…. 내가…. 왜 제 1 감독관인 것이요…. 이보시오…. 이보시오….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것이오…. 탐구영역 1개 과목 선택자는 대기실에 가는 것이오. 아니면 교실에 있는 것이오…. 이보시오…. 이보시오…. 왜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것이오…. 어흑…. 이보게 복도 감독관 양반…. 나랑 자리를 바꿔주시오…. 이보시오…. 이보시오…. 모의고사도 감독해본 적 없소…. 이보시오…. 경력 많다고 제1 감독관이라니…. 이보시오 고교 선생 부감독관 양반…. 나랑 자리를 바꿔주시오…. 이보시오…. 이봇…. 여긴 어디요…. 나는 누구요…. 이보시오….중딩들하고 쎄쎄쎄하다 끌려왔소..이보시오..내가 수능 정감독이라니..내가 수능 감독관이라니!!!"

 


<시간의 끝에서 시간을 돌리다 : 안태일 학교 유머 34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휴대형 타임머신이 개발되었다. 손목시계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마법의 기계를 손에 얻은 초등 교사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제 이 타임머신만 있다면 어떠한 학부모 상담도 안전하게 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학부모가 아이의 학습 태도와 능력에 대해서 조곤조곤 초등 교사에게 물었다.
"우리 애는 학교에서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던가요?"

교사는 타임머신 손목시계에 백업 버튼을 누르고 대답했다. 언제든 대답이 잘못되었다 판단했을 때 백업 시간으로 돌아오려 했다.

"네. 어머니. 다른 아이들처럼 학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요, 또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갑자기 다리를 꼬며 한심하다는 듯이 교사를 쳐다보고는 쏘아붙이는 말투와 데시벨로 초등 교사에게 항의했다.

"아니, 도대체 담임 교사라는 양반이 어찌 그렇게 무책임하죠? 어째 그게 공부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런 태도로 애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요! 초등학교 식으로 그냥 어중이떠중이 공부하는 걸 두고 잘한다고 해버리면 도대체 우리 아이 미래를 얼마나 망치려고 하는 거냐구욧!!"

초등 교사는 한숨을 길게 내시고 손목시계 타임머신의 백업 버튼을 눌렀다. 초등 교사를 둘러싼 모든 장면이 거꾸로 재생되었다.

"우리 애는 학교에서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던가요?"

학부모가 다시 물었다. 초등 교사는 이번에는 아이의 학습 능력에 대해서 솔직하고 냉정하게 대답하고자 했다.

"아이가 음악, 미술, 체육처럼 예체능 과목에는 집중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과 사회 과목에서는 좀처럼 열의를 보이지 않네요."

학부모는 갑자기 다리를 꼬며 한심하다는 듯이 교사를 쳐다보고는 쏘아붙이는 말투와 데시벨로 초등 교사에게 항의했다.

"아니, 도대체 담임 교사라는 양반이 어찌 그렇게 무책임하죠? 지금 우리 아이를 무시하는 거예요? 애를 평상시에 그렇게 차별적인 태도로 무시하며 바라보니, 아이 성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아니에요!! 그런 태도로 애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요! 선생님이 우리 아이 성적을 이렇게 떨어뜨려 놓아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요! 도대체 우리 아이 미래를 얼마나 망치려고 그러는 거예요!!"

초등 교사는 한숨을 길게 내시고 손목시계 타임머신의 백업 버튼을 눌렀다. 초등 교사를 둘러싼 모든 장면이 거꾸로 재생되었다.

"우리 애는 학교에서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던가요?"

학부모가 다시 물었다. 초등 교사는 이번에는 아이의 학습 능력에 대해서 두리 둥실하게 말하고자 했다.

"네 별문제 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사이도 좋고요. 수업 시간에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갑자기 다리를 꼬며 한심하다는 듯이 교사를 쳐다보고는 쏘아붙이는 말투와 데시벨로 초등 교사에게 항의했다.

"아니, 도대체 담임 교사라는 양반이 어찌 그렇게 무책임하죠? 우리 아이에게 어쩜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고요? 맨날 공부도 안 하려는 애들하고 친하게 지내게 하니까 애가 공부를 이렇게밖에 안 하는 거 아니에욧!! 그런 태도로 애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요! 선생님이 아이한테 무관심하니 애가 집에서도 도무지 공부할 생각을 안 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우리 아이 미래를 얼마나 망치려고 그러는 거예요!!"

초등 교사는 잠시 교실 천장을 바라보고 학부모를 한번 쳐다보고는, 타임머신의 백업 시간을 교대에 입시 원서를 넣으려던 고3 시절로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