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11225n12097
스마트폰으로 전하는 선생님의 감성통신문
언제 어디서나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 할 수 있는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 폰. 국내 사용자 2천만 명을 훌쩍 넘은 이 혁신적인 기계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똑똑하게 이용하고 있을까.
중산고등학교(교장 김명식) 안태일 교사는 스마트폰을 교육현장에 끌어들였다. 정보화를 활용한 교육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안 교사의 시도는 조금 특별해 보인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충수업을 하고, 학생들의 속마음을 듣는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는 이 별난 교사를 만나보자.
스마트폰 활용한 인터넷 강의와 라디오 방송 제작
안태일 교사는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다. 낮에는 학교에서 경제과목을 가르친다. 퇴근 후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충수업용 동영상을 제작한다. 학생들은 방과 후 안 교사의 ‘레알보충’ 동영상 시리즈를 보면서 경제 과목을 복습한다. 중산고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인터넷 강의’인 셈이다.
“다른 인터넷 강의보다 이해가 잘 됐어요. 우리 선생님이어서 친근감 있고 재밌어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시니까 실력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학년 원용기 군)
또 하나는 라디오 방송 ‘1318감성통신문’이다.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을 이용, 아이들의 속마음을 듣는다. 마이크를 들이대면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안 교사는 이렇게 학생들이 울고 웃으며 들려준 이야기를 편집해 올린다. ‘오늘의 급식 메뉴’부터 ‘담임교사 칭찬하기 혹은 욕하기’,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도망간 학생들 이야기’, ‘담배 피다 걸린 학생 사연’까지 소재는 다양하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학생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로 즐겼다.
“처음에는 떨렸는데 막상 하니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학년 이종민 군)
수업 살리고 학교문화 만들고
수업하는 한 가지 일만 해도 벅찰 텐데, 안 교사는 왜 굳이 여러 일을 하려는 걸까.
첫 번째 목적은 수업을 살리는 것이다.
“수업이 살면 학부모가 학교를 믿고 교사와 학생 사이가 좋아져요. 사교육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수업을 살리자는 것이 목적이잖아요.”
학교의 진도에 맞춘 강의, 학생들 수준에 맞는 강의는 학생들의 귀에 쏙쏙 파고들었다. 학생들이 점점 ‘레알보충’을 찾는 횟수가 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요즘 학생들은 스트레스 내성이 약해요.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폭발하죠. 예전의 학교가 너무 억압적이었다면 요즘은 너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전직 훈남 출신의 공교육 에듀테이너 1호
그는 애초 교사들에게 더 알려진 존재다. 지난 6월, 패러디 동영상 ‘출제해서 생긴 일’을 만들어 교사들의 애환을 세상에 알렸다. 뜨거운 반응을 보며, 교육의 당사자들이 조금 더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안 교사는 스스로 ‘전직 훈남 출신의 공교육 에듀테이너 1호’라고 부른다.
“사교육에는 에듀테이너가 많죠. 공교육 선생님들도 역할을 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자칭해서라도 학교와 학생이 즐거워지면 좋겠어요.”
그는 제2, 3의 에듀테이너가 나올 때 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교사들을 위한 연수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년 봄 무렵에는 ‘나도 스마트샘이다’라는 책도 펴낸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교사들이 이해하기 쉽게 담았다. 다가오는 1월 3일에는 연세대에서 조벽 교수, 김용택 시인과 교사공감 토크콘서트를 공동 진행한다. 교사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취지의 콘서트로, 안 교사는 현장 교사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안 교사는 앞으로 교내 비보이 동아리, 연극동아리 등 학생들의 영상을 방송에 담을 예정이다. 축제 때가 아니면 창의력을 발산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표현의 장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레알보충’에는 패널을 초대해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며 강의하고 싶다.
차가운 기계 스마트폰으로 뜨거운 교육 활동을 창조하는 그를 ‘미래형 교사’라 불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