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리 김치찌개면을 산 이야기>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 김용준
편의점 출입을 안하다 내가 근간에는 이사온 집 다니는 길 옆에 자주 이벤트를 여는 편의점 하나가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원 플러스 원을 찾아보고 올레 카드로 할인 받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이 GS25 편의점에 들렀더니 오모리 김치찌개면이 새로 나왔다는 판촉물이 걸려있었다.
지금 사면 GS리테일 생수 2리터를 함께 준다기에 마치 아이유 다이어리를 사면 치킨 한 마리를 준다던 치킨집 광고가 생각났다. 희한한 이벤트다.
봉지 뒷면을 보니 몇십년 전통의 오모리 김치찌개 소스에 이런 저런 노하우를 쏟아 부었다고 하는데 이런 종류의 라면은 초대면이다.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 맛이니 완전한 라면도 아니요 또 찌개는 물론 아니다.
봉지 앞면에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 주인공이 한 봉지 사줍쇼 하고 서있고 뒷면 조리예는 읽어 보아도 구매욕을 스윽 당기게 써있지도 않았다.
요즈음 편의점 자체 상품들을 본다면 거저 준대도 안 가져갈 제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생수통에 낚여 갑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 놓고 사기로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이 날 밤에 우리 모자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집에 박스채로 라면들이 즐비한데 영양도 없고 맛도 없어 보이는 그놈의 오모리 김치찌개면을 왜 사서 먹으려하느냐는 어무이의 바가지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 집에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오모리면 산 돈은 이놈의 오모리가 갚아 줄 테니 걱정말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썰을 또 풀게 된 것이다.
허셋글 같은 이 한편의 썰값이 행여 오모리 값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내 싱크대 옆에 오모리면 너를 두고 이 글을 쓸 때 네가 감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필시 너도 슬퍼할 것이다.
너는 어째 그리도 맛있느냐. 면발은 왜 저렇게 오동통하고 목넘김은 왜 그리 상콤하며 소스는 무얼 하자고 그리고 매콤하느냐.
김치찌개에 면 사리를 푼 듯한 네 식감! 곧 무슨 말이나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가장 호사스럽게 토핑를 한다고 네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라면같아 보이지 않는다. 흡사히 홍대 앞 낭풍 김치찌개마냥 황홀해만 보인다.
두부도 얹히고 파도 썰어보고 참치도 넣어봐도 너는 일품 찌개 같구나.
내 뱃속에 허기가 휘황하면 할수록 너는 점점 더 맛나게만 보이니 누가 너를 일부러 GS에서만 판매하게 만들었단 말이냐.
네 오모리 소스에 든 김치는 또 무어냐. 필시 맛집 아주미가 몰래 먹던 것을 웃돈 주고 훔쳐온 것이 분명하리라.
그러니, 내가 지금 라면을 먹는 것인지 찌개를 먹는 것인지 모르겠는 거 아니겠느냐.
너를 만들어서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보내 주었는지 너의 주인이 보고 싶다.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팔도라면이란 것을 잘안다.
네 면과, 네 소스와, 네 가루와, 네 포장지,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팔도라면 공장은 너와 같이 아름답고 이쁘고 매콤한 호인일 것이니라.
그리고 유통을 독점한 GS도 찌개도 아니요 면도 아닌 것처럼 어중간한 성격을 가졌으리라 생각해도 그저 이쁘기만 하구나.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찰진 면, 그 매콤한 김치 소스, 그리고 그 다양한 토핑을 품는 호방함을 보고 무슨 이유로 사람들이 아직도 너를 모르는지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올레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올레 카드 할인이 없다면 냉큼 GS에서 오모리 면을 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맛좋은 너를.
나의 허기짐은 너 같은 식감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없다. 올레카드 들고 오지 아니한 날도 너에 대한 사랑을 막을 수 없구나.
오모리 김치찌개면들은 밤마다 싱크대 옆 박스에서 무리지어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 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찌개같은 오모리면이 그 우아한 자태를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누워 있는가를 살핀 뒤에아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