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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반 부반장>  원작 ‘트럭 아저씨’ 박완서 작

매일 저녁 하던, 헬쓰라기보다는 단백질 함량 유지하기 정도의 가벼운 아령 들기를 첫 장마가 온 후부터는 그만두었다. 부족한 운동은 몸 볼일 많을 오셨어 월드나 케비어 갈 때나 하기로 했다.



원격 연수 준비니, 진로 도서 준비니, 인강 준비니, 팟캐스트니, 탤짱닷컴 관리니 그간 싸지른 일들을 세어 보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었다. 물론 헤아려 보는 사이에 부풀리고 싶은 욕심까지 생겨 또 생활 정치 책을 써볼까, 컴퓨터 꼼수 관련 뭐라도 해볼까 했지만 아니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내 좌심방 우심실을 울렁거리게 하지 않았다. 이 어린 나이에도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는다니 이 것 역시 놀랍고 새삼 깨달은 큰 복인가.



그럼에도 여기 저기 뭔가를  하고 산다고 하면 다들 그래도 뭔가를 얻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나도 처음에는 열심히도 그렇게 취해 살았다.


그러나 매번 정말 이게 맞나 하는 마음에 의심은 끓고 마음은 시들해졌고 새학교 오고 나서는 곧 아예 접을까 하곤 했다.  나란 놈이 뭐라고, 또 어디가서 사기를 치려고.



묵직한 폰 가방에다 각종 아이폰과 갤럭시와 쥐 씨리즈를 걷고 다니는 순박하고 노안인 옆반 부반장은 자기 키보다 높은 케비넷과 씨름한다. 우이씨 우이씨 하는 소리가 들리면 가서 좀 대신 케비넷에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마음보다 먼저 엉덩이가 들썩 들썩한다.



하도 귀여워서 “왜 이리 귀엽냐” 소리가 절로 나올 때도 있다. 그러면 옆반 부반장은 자기 키 작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구라치면서 웃는다.


내가 작다는 건 케비넷에 비해 그렇다는 소리지 얼마가 표준 키냐고 알고 하는 소리는 물론 아니다.


옆반 부반장은 고딩 잡지 않은 턱수염에 옆구리 살에 되도 않는 넉넉함까지 갖춰 누가 봐도 바비큐 집 사장처럼 생겼다.


옆반 부반장은 나를 쳐다볼 때마다 늘 힐끔 힐끔 보았는데 어느 날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탤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탤짱샘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극극극극극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소수의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싶은 되도 않는 못난 수줍음이 있는데 그놈에게 정체 아닌 정체가 탄로 난 건 싫지가 않았다.


순박한 표정에 곧이곧대로 나타난 존경과 애정을 뉘라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내 책을 읽은게 아니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나온 걸 보았다고 했다.



책을 읽을 새가 있느냐고 했더니, 얼라? 책도 쓰셨음?하면서 수줍은 듯 거만한 듯, 어려서 <교과서는 좋은 베게>라는 글을 썼다며 베시시 웃는다.



옆반 부반장은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안 졸리는 책> 같은 거 하나만 써달라며 좋은 이야기 많이 해달라며 악수 한번해달라고 했다.


그 아이 손을 가만히 잡고, 그래도 뭔가 해도 될 것 같은 일들이 남은 듯하여, 다시 책상에 앉아 이것 저것 고민하고, 그 마음 고맙게 간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