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또 튈 무렵> 원작 메밀 꽃 필 무렵_ 이효석 작
여름 보충수업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가 벌써 중천에 있건만 교실은 쓸쓸하고 그나마 앉아 있는 아이들도 에어컨도 없이 더운 햇밭이 벌여 놓은 휘장 밑으로 땀새미 등중기를 훅훅 볶는다.
보충 신청한 아이들 중 절반은 소식 없고, 풀리지 못한 프린트만 교실 책상위에 나둥기고 있으나, 젤리나 사탕받고 헤벌레하며 족할 참한 아이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모기떼도 파리떼들도 귀찮다. 노총각에 왼손잡이인 윤선생은 기어이 동료 교사 안선생을 꼬시기 시작했다.
“그만 우리도 정리하고 낮술이나 한잔”
“잘 생각했네. 방학 보충하다가 한번이나 흐뭇하게 보람있던 적이 있었을까? 내 겨울 방학 보충이나 함 준비해봐야겠네”
“애들 더 안올걸?”
“수능이 코앞이렸다”
껄렁껄렁 소리를 내며 안선생이 방학 보충비를 이리 저리 따지는 것을 보고 윤선생은 교탁에 올려둔 넓은 이비에스 교재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탐스런, 수능특강, 기출 문제가 두 쇼핑백에 꽉 찼다. 교재 위에는 분필 가루가 어수선하게 남았다.
보충 수업이 끝나니 학생들도 벌써 거의 복도를 튀 나가고 있었다. 3교시가 채 끝나기 전에 약바르게 떠나는 패거리도 있었다. 맘 잡겠다던 아이도, 이번엔 진짜라고 하던 아이도, 반장도, 부반장도, 서기도, 정보부장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 방학은 수능이 코 앞이라 여러 강좌가 개설된다. 학생들은 수시든 정시든 어느쪽으로든지 붙어야 하기에 밤을 새며 하루 이십사시간 공부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입시판은 잔치 뒤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진다. 오늘도 사교육 시장에서는 싸움이 터져있었다. 일타 강사에, 대치동에, 대기업에 온갖 공포와 상술이 아이들의 귀도, 선생들의 귀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