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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용봉탕 조리법을 검색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용봉탕 조리법을 검색했다. 조회를 마치고 교실 문을 나설 때, 반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선생님. 저... 오늘 가져오려 했는데 못 가져왔어요..." "뭘 안 가져왔니?"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섯 글자를 내게 들려주었고, 나는 핵폭탄 여섯 개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출생신고서요." 출. 생. 신. 고. 서. 요. 핵폭탄 여섯 개가 불러온 낙진이 전두엽을 지나 좌심방 우심실을 거쳐 좌뇌와 우뇌의 활동을 정지시켰다. 다행히 담임 교사의 얼굴 근육은 1밀리의 미동도 없었다. 표정을 감춘 것이 아니라 표정을 짓지 못했다. 사고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니 표정도 멈췄다. "아..." "출생신고서 바로 가져오려했는데 깜빡했어요." "아하..."..

하루 2021.05.31

체계적인 '질병 활동'이 나에게 하루를 선물해주었다.

체계적인 '질병 활동'이 나에게 하루를 선물해주었다. 이번 주는 퇴근 시간이 다른 때에 비해 늦을 예정이었다. 학생부에서 선도 처분을 맡은 아이들을 학년부 생활 지도 담당 교사가 지도해야 했다. 난 그 지도 교사였다. 교내봉사 대상 아이들은 총 세 명이었다.아이들 숫자는 적었지만 그래도 부담은 부담이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 직접 관찰하지도 못한 데다가 수업을 들어가지 않은 반 아이들이라 관계 형성도 제로 상태였다. 낯선 아이에게 벌을 준다는 건 언제나 부담이다. 그래도 초임 교사 시절, 혼자서 80여명의 아이들을 한번에 지도해야 했던 부조리에 비하면 코스트코 호주산 대용량 '꿀'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 세 명의 아이들에게 전화를 모두 돌렸다. 문자도 친절하게 시베리아 대륙 횡단 철도 길이 부럽지 않게..

하루 2021.05.31

<지도할 수 없는 너>(원작 : 가질 수 없는 너-뱅크)

(원작 : 가질 수 없는 너-뱅크) 잠에 취한 니 목소리 문득 깜빡했다던 그 말 슬픔 예감 가누면서 니네 반 달려갔던 날 그 날 희미한 두눈으로 날 훑으며 넌 말했지 허기진 배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선도' 버릴 수 있다고 며칠 사이 안 보인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였었지 참교사한다는 마음으로도 지도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규정' 있어도 널 '지도'하지 못하쟎아 한숨 섞인 니 목소리 내가 0같아 보인다던 그 말 그것으로 족ㅇ은거지 나하나 ㅇㅇ 된다면 네게 붉어진 두 눈으로 나를 보며 넌 따졌지 '지도'의 다른 이름은 '인권침해'란 걸 알고 있느냐고 며칠 사이 안 보인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였었지 ..

스승의 날을 폐지하면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5천만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매우 간단한 정책이 하나 있다. 게다가 이 정책의 시행 비용은 0에 가깝다. 국민 행복 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가성비가 극한인 그 정책을 즉시 도입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정책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덴마크의 턱밑까지 간단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기념일의 의의] 국가는 특정 집단의 공로와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기념일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는 모든 직업인을 기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념일이 있다는 것은 그 집단에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다. 기념일을 맞이하여 '국민'들은 기념일의 주인공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기도 하고, 나랏님들은 축하 인사를 보내기도 한다. [매우 특이한 기념일] 하지만, 다른 기념일이 주인공에게 감사를 표하는..

하루 2021.05.19

신규 초등 선생님들을 위한 책을 내었습니다.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알라딘 서점 tinyurl.com/yfpk8fs5 신규 초등 교사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교사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한 책으로, 교육 전문가이자 선배 교사인 멘토 3인의 대화를 담았다. 남을 가르치는 직업인 교사도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는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교사 저마다의 업무로 바쁜 상황에서 선배 교사의 따뜻한 조언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와중에 처음부터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신규 교사는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위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문제와 민감해서 누구에게도 묻기 힘든 의문들을 설명한다. 또한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앞으로 닥칠 상황들에 대한 사례별 대응법을 알려 준다. 더불어 교사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신규 시절에 대한 선배 교사들의 회상..

[no광고후기] 혀와 뇌가 말했다. "이게 원래 맥주 맛 아니었어?" : 칭따오 무알콜 맥주 후기

[no광고후기] 혀와 뇌가 말했다. "이게 원래 맥주 맛 아니었어?" : 칭따오 무알콜 맥주 후기 보리 향만 맡아도 숨을 헐떡였다. 맥주를 마시지 못하니 금단 증상 비슷한 사무침이 밀려왔다. 편의점 냉장고에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유혹하는 못된 수입 맥주들을 보며 주먹을 슬며시 쥐고, 건널목 앞에서 헤어진 연인을 만난 사람처럼 시선을 급히 카운터 쪽으로 돌린 적도 많았다. 여차여차한 이유로 한 달간 금주령이 떨어졌다. 특별 몸 관리 기간이 찾아왔다. 당분간은 맥주, 소주, 양주, 막걸리, 와인, 꼬냑, 위스키 알콜이 들어간 모든 '음료'를 마시지 말아야 했다. 그러니 보리차의 향내만 슬쩍 맡아도 맥주 생각이 치솟아 올라 그리움만 쌓여갔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알콜 맥주는 내..

글적글적 2021.01.16

크롬 브라우저 상단에 확장 프로그램 보이게 하는 법

크롬 브라우저 상단에 확장 프로그램 보이게 하는 법 브라우저 우측 상단에 보시면 퍼즐 모양의 아이콘이 있습니다. 그걸 클릭하면 설치한 확장 프로그램들이 주르륵 나열됩니다. 확장 프로그램 옆을 보시면 핀 모양 아이콘이 있습니다. 무채색으로 되어 있는 핀을 클릭하면 색깔이 생기면서 브라우저 상단(주소창 옆)에 확장 프로그램이 보이게 됩니다.

IT 팁 2021.01.15

<no광고후기> 혁신과 변화는 필요 없다 : 모닝글로리 14000 양장플래너 25A 다이어리, 브라운 후기

만원 정도되는 새해 다이어리를 아버지께 선물해 드렸다. 아버지는 눈가에 주름을 숨기지 않고 환하게 웃으셨다. 작은 선물로 기쁨을 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나눠준 다이어리를 매해 사용하셨다. 아버지는 계획을 세우고 자잘한 기록을 남기시는 걸 좋아하셨다. 글씨체도 너무 훌륭하셨다. 비록 국민학교만 졸업하셨지만 아버지는 중국 사람과 한자로 필담을 나눌만큼 글을 사랑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늘 회사 다이어리에 불평을 흘리셨다. 크기가 마음에 안들고 두께가 성에 안차고 종이 질감이 취향에 맞지 않으셨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 동네 팬시점을 탐방한다. 회사 다이어리에 물리신 아버지의 상처를 달래줄 다이어를 찾아 떠난다. 이 매장 저 매장을 찾아보아도 아버지는 늘 씁쓸한 뒷맛을 느끼셨..

글적글적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