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김치는 늘 죄책감을 강요한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은 김장 김치를 냉장고 깊숙이 감금한 채, 불효자식은 차가운 자본주의가 만든 공장형 김치만 냉장고 앞칸에서 꺼내어 위장으로 집어 넣는다. 어머니가 만든 김치를 싫어했다. 김치맛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넣은 귀한 해산물들은 비린 맛을 입안 천장과 바닥을 오르내렸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입맛에 맞추어 배추의 식감을 조절했다. 덕분에 난 김치를 씹을 때마다 혓바닥의 돌기를 짓누르는 불쾌감을 참아내야 했다. 친구집 김치는 그리 맛있던데. 식당 김치는 어쩜 이리 맛있을까. 급기야 직접 겉절이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까나리 액젖과 설탕과 소금과 미원과 찹쌀 가루를 버무렸다. 맛은 있었지만 이걸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만들어 옪은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