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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았으면 맛있었을까?

a 돼지국밥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a 육개장을 먹으며 뿌옇게 멍들어버렸다. a 육개장의 맛은 내 혀와 맞질 않았다. 뜯지 않은 육개장 3봉지가 며칠째 냉동실에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제주 고기국수 맛을 재현한다고 a 고기국밥을 잔뜩 구매했었다. 돼지국밥 육수에 쌀소면을 넣으면 제주도 현지에서 먹었던 고기국수 맛을 비슷하게나마 낼 수 있었다. 여기저기 a 브랜드를 홍보해주었다. 고기국수 맛이 그립다면 고민하지말고 구매하라고.

고기국수에 질릴 때 즈음 육개장이 먹고싶어졌다. 마침 집에 당면도 한가득 장만해놓았으니 냉동 제품을 주문해서 조리하기로 했다. 육개장을 집에서 직접 만들려면 재료와 시간이 많이 들어 부담이 컸다. 배달시켜 먹자니 가격은 비싸고 맛은 제 값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냉동 식품을 주문하는 편이 합리적이라 여겼다. 돼지국밥을 잘 만드는 a 브랜드이니 육개장도 맛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주문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내 기대는 절망으로 얼룩졌다.

냄비에 a 육개장을 넣고 펄펄 끓였다. 침샘도 함께 펄펄 끓어 오르고 있었다. 라면 포트에는 불려놓은 당면이 물컹물컹 식감을 찾아가며 익고 있었다. 밥솥에서 갓지은 쌀밥을 한 주걱 펐다. 그리고 서둘러 세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육개장과 당면과 밥을 휘휘 젓고 육개장을 애타게 찾던 식도 안으로 풍덩 집어 넣었다. 하지만 식사의 즐거움은 거기에서 멈췄다. 요리를 먹고난 후에 즐거움이 더 크게 찾아와야 할지언데, 음식을 섭취하기 전까지만 즐거울 수 있었다.

저렴한 조미료 맛이 입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조미료는 본래 죄가 없다. 본래 재료와 조미료의 조합이 하모니만 이룬다면 조미료는 죄인이 아니라 은인일테다. 하지만 이 육개장의 조미료는 공범자가 되버렸다. 사약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는 몸에 그리도 좋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재료의 조합이 어떠냐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사약이 될 수도 있다. 이 육개장의 조미료는 혀를 즐겁게 하지 못하고 그만 맛에 사망선고를 내려버렸다. 아마도 정말 허기지고 진실로 집에 먹을 음식들이 없을 때나 이 육개장을 다시 개봉하겠지.

그래도 a 브랜드 자체를 미워하진 않으련다.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거대한 기업인 구글도, 페이스북도, 삼성도, 엘지도 애플도 모든 분야에서 항상 좋은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 씁쓸한 마음이 크다. 마음 아프겠도 당분간 이 육개장은 냉장고의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겠지. 이제 다른 육개장을 찾아 또 뽑기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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