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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사 http://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239


“제대로 된 소통 위해서는 선생님의 변화가 우선”

[베스트티처]중산고등학교 안태일 교사

 

 

 

 

 

“초·중·고에는 자유학기제와 진로직업교육을, 대학생에게는 창업 친화적인 교육을 확대하겠다.” 이는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 분야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으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에 쫓겨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있다. 현재 일산의 중산고등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안태일 교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안 교사는 청소년 진로 특강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진로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안 교사는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의 꿈은 ‘교사’가 아니라 ‘드라마 작가’였다. “대학 진학 시 일어교육과를 선택했어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방송 드라마 분야에서는 일어를 잘 한다는 사람이 소위 말하는 상품가치가 있는 작가였거든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이후에도 드라마 작가가 되려고 시나리오아카데미에 다녔죠. 그러다 유명한 작 가의 영화와 드라마를 접하게 되면서 이 분야는 제가 업(業)으로 삼을 영역이 아니라고 뒤늦게 깨달았어요.” 

이후 안 교사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콘텐츠를 다룸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 안 교사는 뒤늦게 발견한 진로이지만 ‘교사’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면서 이 분야에서 ‘탤짱(tellzzang)’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각종 방송과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교육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팟캐스트’ 운영, UCC 제작 등과 함께 최근에는 ‘너도 모르는 네 맘, 나는 알지’라는 책을 내면서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생에게 존경받고, 학부모에게 인정받는 ‘카리스마 교사’ 

안 교사는 ‘탤짱’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우선 안 교사는 “소통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며 “소통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과의 ‘래포(rapport: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래포 형성의 첫 걸음은 학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면밀히 관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안 교사의 생각. “제 경우엔 학생들에 대한 정보수집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가령 월요일에는 이발을 하고 오는 학생들이 꽤 많아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럴 때 지나가는 말로 웃으면서 ‘이발했네’라고 먼저 관심을 보이면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게 돼요. 약간의 교감이라도 형성되면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훨씬 유리하죠. 또 학생들 성대모사를 종종 하는데 똑같든, 안 똑같든 웃는 게 태반이에요. 이런 식으로 래포가 형성되면 호감, 신뢰감이 생기고 마음 속에 있는 얘기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어요.” 

다음으로 안 교사는 교사-학생 간의 소통은 열린 방식을 지향하되 수평적 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흔히 하는 말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학생들이 부르는 안 교사에 대한 호칭도 ‘존경하는 담임 선생님’이다. 그렇다고 경직된 군대문화가 아닌 존경이 담긴 관계 설정을 통해 ‘삼촌 같은 교사’가 되겠다는 게 안 교사의 목표다. 

“학생들이 ‘존경하는 담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제 행동도 존경받는 말투, 마음가짐, 행동을 해야 한다고 의식하게 돼요. 게다가 교사로서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대하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저를 따라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지막으로 안 교사는 학생들과의 소통의 연장선상에서 부모들과의 교류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안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학생 지도와 관련된 문자를 주 3회 정기적으로 보내거나 학생들을 심하게 꾸짖을 경우 학부모들이 알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안 교사가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학부모가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녀들도 교사의 말을 믿고 따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고의 슬럼화 현상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 교사의 이 같은 노력은 일반고 교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자신만의 소통 지론 밝혀… 자신을 이해하는 게 소통의 시작! 

안 교사는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 그 자체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자신만의 소통 지론을 펼쳤다. 안 교사가 강조하는 소통은 교육을 함에 있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을 비롯해 청소년, 대학생, 교사 대상의 강의와 연수를 수년간 진행하면서 소통에는 3개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나, 너 그리고 매개체가 있어야 해요. 나와 너는 서로의 입장을 알리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예요. 매개체는 나와 너 중간에 존재하면서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교육과 소통의 사이클이 똑같다고 볼 수 있어요. 나와 너의 대상자로 교육자와 학생이 있고, 말·글자·전화기·문자·팟캐스트·카톡 등이 매개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매스컴에서 안 교사의 ‘팟캐스트 활용 교육’이 한창 이슈가 될 때 매개체만 훌륭하면 소통이 원활하게 될 거라는 게 안 교사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매개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더 중요한 것은 ‘너’를 이해하는 거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한 거였다. 

“‘팟캐스트’나 ‘인강’이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도구는 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분명 한계가 있었어요. 그냥 말로 설명해도 되는데 굳이 ‘팟캐스트’나 ‘인강’ 등으로 얘기하려고 하니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면대면 소통에 비해 효과가 많이 떨어졌어요. 목적전치(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현상) 현상이 발생하게 된 거죠.” 

안 교사에 따르면 제대로 된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의 함의는 학생들의 변화에 앞서 선생님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안 교사는 교사의 직장은 안정적일지 모르겠지만 직무만족도나 자부심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교사들이 직업과 교과목, 직책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교사가 수업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교과목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죠.” 

교사들이 알아야 할 진로. 진학지도 4가지 원칙 
첫째, 자신에 대한 이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자아탐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크다. 자아탐색을 하는 경우 으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음이다. 

둘째, 직업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
 특히 해당 직업을 선택할 경우 좋아하는 점 뿐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 고용정보원이나 워크넷 등에서 살펴보면 직업별 상세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니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셋째, 학과든 직업이든 일단 선택하기다.
 누가 대신해 주는 선택이 아닌 ‘나의 선택’이 중심이 돼야 한다. 부모나 선생님은 선택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고3 정도면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어엿한 성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 댓가 치르기다.
 즉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선택에 따른 댓가를 치르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다. 자신이 최종 선택을 했으면 여기에 따르는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준환 기자 
kjh@dh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