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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샘도 영어 무지 못해. ㅠ.ㅠ 


한번은 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샘한테 와서는, A 레코드 가게가 어디 있냐고 묻는거야. 아, 그건 어떻게 알아 들었냐면, 관광 가이드 책을 펼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라고. 그리고 영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스마트폰 열었다. 지도 어플 실행 시키고 그 왜 길거리 모습 나오게 하는 거 말이다. 촥촥 손 짓 발 짓 써서 말했지. 뿌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 이거 정말 챙피하긴 했는데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세요,를 말하고 싶었는데 손 짓은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해 놓고서는 “턴 레프트” 해버렸다. 


그 외국인 오잉? 하는 표정을 짓길래, 아차 싶어서 부랴 부랴 “오 오 소리 소리 턴 롸잇” 했지. 댕큐 댕큐 계속 하더라. 영어 말이다. 사실, 잘하면 정말 좋지. 그때 그 생각이 든거야. 우이씨, 영어 잘 햇으면 더 멋들어지게 길 안내 했을텐데 말이다. 근데, 영어의 비밀 하나 알려줄게. 


사회 나오면, 막 영어 잘해야 한다고 하쟎아. 회사 입사 시험 볼때도 토익 몇 점 이상 텝스 몇점 이상 이렇게 커트라인 정해놓고 말이다. 근데 웃긴건. 실상 그렇게 영어 시험 봐서 회사 들어가도, 영어가 그렇게 필요한 직종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 


그러니까, 외국 바이어(음.. 그러니까 무역하려고 하는 외국인 정도의 느낌?)들을 직접 상대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영어, 정말 쓸일이 없어. 웹 상에서, 번역기가 얼추 다 번역도 해주니까 더더욱. 근데, 정말 어이 없는 것은 영어를 정말 쓸 필요가 없는 직종인데도 영어 성적을 요구하라네. 한마디로 요약하마. 


영어, 그거 그다지 쓸모 없다. 물론 영어 잘하면 좋겠지.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외국으로 여행 갈 때 참 편리하고. 응. 거기까지야. 영어는 그저 그릇, 도구에 불과해. 영어는 그냥 도구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미국에 노숙자 분들, 영어 아주 잘해. 


응. 근데 그 사람들 삶은? 잘 보라고. 우리 나라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 영어는 그냥 언어야. 영어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가 중요한거거등. 영어 배워서 무역을 할건지, 영어 배워서 외국인에게 물건을 팔건지 영어 배워서 외국인 친구를 사귈 건지가 중요한거지. 


그냥 영어만 잘해서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 근데, 영어만 좀 할 줄 안다 싶으면, 막 엘리트 취급해. 이런, 이거 뭐여. 장난하냐? 미친 것 같아. 영어 열풍은 그럼 도대체 어디서 불어 오는 것이며, 이 열풍이 너에게까지 악랄하게 몰아쳐 가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뻔하지, 시험 때문에 그렇다. 영어가 ‘주요 과목’이라서 그래. 


수능 볼때도, 회사 들어가는 시험 볼때도, 공무원 시험볼 때도 영어가 필수 과목이다 보니, 영어, 영어 하는거야. 이게 뭔가 이상해졌어. 원래 영어는 외국이 지식을 배우거나 외국을 대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수단으로서 배우는 건데, 이건 그냥 배우는 거 자체만 목적이 되 버린거야. 원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어야 되거든? 


외국어 배워서 외국 친구들하고 쏼라 쏼라 대화도 하고 얼마나 신나. 그런데, 이게 ‘주요 시험 과목’으로 덜컥 되버렸으니, 재밌겠냐 이거지. 노래 잘 부르는 법 배워서 노래방 가서 신나게 불러야 재밌는 거지, 음악 실기 시험 잘볼려고 노래를 주구 장창 부른다고 해봐. 


또 점수 잘 나올때까지 계속 보충 수업 받는다고 상상해봐. 우웩. 끔찍하쟎아. 정리, 지금 영어 광풍. 이거 미친거다. 또, 너 영어 못하는거, 부끄러운거 아니다. 다만, 그냥 단순하게 원하는 입장권(대학, 회사 같은 거)을 쉽게 따기란 힘들어진다는 거 뿐이지. 


주변에서, 영어 좀 잘해라, 라고 하는 건 어느 틈엔가, 그냥 ‘시험 공부 열심히 해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표현이 되었다. 그래서 짜증나는 거지.


 에휴. 근데, 현실이 일단 이렇게 돌아간다면, 쩝. 나중에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발언권이 생겼을 때 샘이랑 함께 영어 광풍 막기로 하고, 일단은, 뭐 배워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열심히 공부하자. 추신. 

샘 해외 여행 갈 일이 생겨서, 아주 즐겁게, 꼭 필요하길래 영어 회화 독학중이다. 영어 공부는, 원래 이러라고 하는건데 말이다. 그치? 힘내. 뽜이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