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새학급>
교사는 교실에 서서 게시판 끝을 잡았다. 그리고 수평이 잡히기만을 기다렸다.
환경미화는 아직 반이 남아 있다. 아마 자정 전에는 침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도 운이 조금은 있을테지. 아니야, 불현 듯 교사는 중얼거렸다.
올해는 낫겠지,하며 기대했을 때부터 이미 내 행운은 깨진 거야.
어리석은 생각은 말아라
하고 교사는 소리내어 말했다.
정신차리고 환경미화나 끝내려 하도록 해.
아직 운이 많이 남았는지도 모르니까.
교사는 생각했다.
반 뽑기 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지금 당장 좀 샀으면 좋겠다.
하지만 뭘로 사오지? 하고 교사는 자신에게 다시 반문했다.
잃어버린 교권과 부러진 자존감과
못쓰게 된 초심으로
도대체 무엇을 사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 없을거야.
하고 교사는 말했다.
작년 학급에서 험지 생활하며 지낸 일년이란 값을 치르고 새학년 반뽑기 행운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그 값에 거의 살 것 같았었지.
늘 구매 실패했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교사는 생각했다.
반뽑기 운이란 삼대가 나라를 구해야 어쩌다 걸리는 것인데 누가 그것을 기대하고 기댄단 말인가.
그렇지만 올해는 나도 좀 누가 그 행운을 줬으면 했다.
그리고 반뽑기 운이 요구하는
어떤 업무라도 값을 치르겠다.
어서 환한 아이들의 미소를 보았으면 좋으려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봐 선생. 자네는 한꺼번에 너무 여러가지를 바라는 군.
그러나 내가 딱하나 바라는 것은 자로 그것이다. 교사는 한해만이라도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전된 마음으로 일년을 보내고자 애썼다.
불안감을 느끼게 되자 교사는 내일이 새학년 첫날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밤 열 시쯤 되었을 때 폰 액정 불빛에서 반사된 낯빛이 보였다. 그 낯빛도 처음에는 노을이 붉게 익기전 약간 노래딘 것처럼 누리끼리 내려앉은 빛이었다.
마침내 컴퓨터를 켰다. 그러더니 부팅과 함께 아래아 한글을 열었다. 그는 마우스 휠을 돌리며 이제 곧 새학년 기초 설문조사지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새학년 준비도 거의 다 끝났구나. 하고
교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다 커져만 갔다.
소문난 그 아이가 우리 반에 배정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 아이가 우리 반에 오면 대책도 없이 황망한 이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교사는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 구석 구석이 참교사 어쩌고의 그림자에 짓눌리는 듯 했다.
작년 얻은 상처와 함께 마음의 구석 구석이 으스러지면서 환절기 늦겨울 초봄의 밤공기를 쑤셔 들어갔다.
이제 다시는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사는 맥주를 컵에 조금 따랐다.
교사는 그것을 받아서 마셨다.
"나멀린.
그놈들이
나를 이기고
말았어......."
교사는 혼잣말을 던졌다.
#학교_패러디문학관
<원작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