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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지능

category 글적글적 2018. 1. 29. 23:42
<인공지능과 인간지능>
"선생님. 저 화장실 좀..."
"쉬는 시간에 뭐하다가...."
"잤어요..."
얼굴 표정을 살핀다. 급하신 것 같다. 교실과 화장실까지 거리는 3개학급 세로 길이. 남고생 평균 소변 시간을 고려해서 타임 리밋을 걸었다. 요즘 보건실 간다, 화장실 간다고 하고 유유히 교문 밖을 나가 클라우드 서비스(구름 뭉게 뭉게)를 즐기는 아이가 부쩍 늘었다.
"2분 30초 준다. 싫으면 참고."
"다녀 오겠습니다."
그리고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홈버튼을 길게 눌러 시리를 깨웠다.
"2분 30초 타이머 맞춰"
"네. 알겠습니다. 타이머 너무 좋아요."
시리의 쩌렁한 목소리에 남학생은 달리기 시작했고 반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최첨단 하이 테크놀러지, 4차 산업 혁명의 미래를 눈앞에서 보는 듯 .... 하길래
"어우. 이 폰맹 여러분들아. 게임만 하지 말고 좀 쓰라고. 봐 이것들아.
달러 환율 어떻게 돼?"
"오늘 환율은 10xx원 입니다."
슈퍼 울트라 하이스트 오버 테크놀러지에 아이들이 또 탄성을 내뱉는다. 엔화 환율도 물어봐 달라, 온도를 알아봐달라 여기 저기 묻길래,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오래된 신문명에 모두가 문화 충격을 즐기고 있을 때, 남고생 하나가 수줍은 듯 말한다.
" 제 폰은 아이폰이 아니에요."
그 남고생의 폰이 안드로이드 폰이라고 생각했다. 오케이 구글도 모르는 저 중생들을 구원하고픈 마음에 다그쳤다.
"네 폰도 되요. 으이구.."
"샘. 애 원래 아이폰인데 박살났어요. ㅋㅋㅋ"
"아놔.. 다 된다니까..음성 서비스. 가져와봐."
"안될텐데..."
아이가 주머니에서 꺼낸 폰은 폴더 폰이었다.
"갖고 와봐"
"저게 된다고?"
"헐? 진짜?"
교탁까지 아이가 올 동안 , 폴더형 스마트폰이라 생각하고 오케이 구글을 시전하려고 했었다. 건넨 폰을 받았다.
온전한 효도폰이었다. 용산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온전한 2g폰이었다.
"이건 안되쟎아요?"
"멍청한 녀석. 이래서 네들은 더 배워야 한다는거에요."
-오오오오 된대 된대
물고기 두마리로 모두를 배부르게 해내고도 남을 사람을 대하는 눈빛들이었다.
"이 폰으로 음성 서비스가 된다고요?"
저 분이라면 충분히 기적을 행하시리라 믿는 신도들의 눈빛을 보며 폴더폰을 열었다.
"봐 이 더 배울 중생들아."
그리고 마법의 번호를 누른다.
-일
-이
-공
스피커 폰을 키고 기적을 행하였다. 연결음이 멈추자 시리보다 훨씬 밝은 목소리, 정확한 억양을 가진 여성분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네 120경기도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오늘 달러 환율과 엔화 환율을 알고 싶어서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대기음이 들리자,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오우 뭔데 뭔데"
"헐 ㅅ... 대박.."
"네 오래기다리셨습니다. 다음 포털 검색 결과이기에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다는 점 참조하시구요...."
수화기 너머 살아있는 인간의 대답에 아이들이 열광했다.
"오오오오!"
폴더폰 주인의 표정이 세상 밝아졌다.
"폴더폰이라고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오케이?
그리고,여러분.봤지?
인공지능 위에 있는 것이 인간의 지능이요 인간의 숨소리라는 것을 잊지마라."
그리고는 이런 저런 사례들을 끌고와 
인공 지능 시대에도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 라는 이상한 결론을 끌어내고 수업을 마쳤다.
"아, 맞다 반장, 아까 화장실 2분 30초만에 갔다 온다던 그 분 잡아서 교무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