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 청소년 센터 유스내비 사이트 놀라운 멘토링에 기고 되었습니다.
음대를 가고자 하는 그대를, 부모님과 선생님이 응원은 못해줄망정 툭하면 반대하고 아니라고 그 길 말고 다른길 알아보라고 하셔서 상처, 많이도 받았을 그대에게, 혹은 그대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리슨.
늘 그렇듯, 오늘은 냉정해지는 법을, 냉정해 지고 난 뒤에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구요. 손해 볼 것 없답니다. 이 잔소리 듣고 나서 어차피 결정은 그대가 할테니까요. 이런 저런 의견과 관점을 가져 보는 것은, 손해 볼 거 없는 거니까요. 음대에 진학하려는 그대를 막는 부모님의 논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음대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그대 논리는 무엇인지 살펴 보면서, 그대의 미래와 삶을 차분하게 이야기 해보아요.
우선 대화의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좀 빼고 가실게요~~ 그쪽은 선생님도 잘 모르니까요. 여기서는 실용 음악과, 그중에서도 작곡과를 제외한 나머지, 이를테면, 기타, 드럼, 펑커션, 보컬 같은 것들만 이야기하려는 것이니까요. 우선, 왜 다른 것도 아닌, 음대(실용 음악과) 지망생 들에게만 이런 시비를 거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어른의 삶에서 그대가 마주하게 될 현실, 때문입니다. 자, 자, 인상 피고 천천히 이야기 나누자구요.
예고를 갈지, 인문계고를 갈지, 실업계고를 갈지와 달리, 대학교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스무살 이후, 어른의 삶을 결정하는 첫 단추입니다. 보다 진지하고 더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답니다. 어른의 삶에서는,그대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영화를 보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자녀 교육을 시키고, 여기 저기 경조사에 참가할 때 들어가는 그대의 ‘주머니’를, 그대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럼 현실의 뚜껑을 열어 볼게요. 실용음악과는, 말 그대로 ‘실용’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 관련 일을 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는 학과랍니다. 이 과는 졸업 이후, 음악인으로 삶을 사려는 사람을 길러 내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학과라는 겁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실용 음악과는 음악을 배운다, 라는 것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음악인으로 살게 된다는 것이죠. 다른 학과들이, 졸업 이후 어떤 직종에서 어른의 삶을 살게 될지 많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거랍니다.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은, 음악을 통해 예술적 성취감을 맛보는 것과 함께, 음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거랍니다.
음대에 지원하려는 이유. 그리고 ‘생활’
그대는, 어떤 계기로 또는 어떤 이유로 음대를 지원하게 되었나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느껴서? 아니면, 공부를 아무리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우선, 확실하게 짚어 봅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음대를 지원하려 한다면, 진로에 대해 한번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권장-잔소리 하고 싶어요. 다시 말씀 드릴게요, 단순히 성적때문에 음대를 지망하는 이유였다면, 진로 로드맵 전체를 다시 차분하게 짤 것을 권유-잔소리 합니다.
선생님이 아끼는 동네 후배가 있답니다. 이 후배는 축구 메니아에요. 주말 마다 전국을 누벼가며 동호회 시합을 뛰고 있답니다. 연애는 언제 할런지 걱정이 들 정도에요. 영국 리그, 스페인 리그, 이탈리아 리그 선수부터 감독까지 줄줄줄 외우고 다닌답니다. 그런데 그 후배가 축구를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축구 선수가 되어서 연봉을 받고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랍니다. 축구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해서,메시, 호날두, 카카, 루니 같은 선수들이 득실되는 세계에서, 후배의 축구 실력으로는, 후보의 후보의 후보도 안됩니다. 후배는, 축구 참 좋아하고 나름 잘하지만, 축구로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죠.
냉정하게 생각해야 된답니다. 음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두 문장은 서로 다르답니다. 여기저기서, 도전하는 젊은이가 아름답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도전하지 않는 젊은이들 보다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히말라야 산 정상을 밟는 도전을 한다고 상상해 볼게요. 한 젊은이가, 히말라야의 기후, 등반 경로, 여비, 시간, 장비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게다가 기본적인 체력관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체육복 한 벌 달랑 입고, 도전하는 젊음이여를 외치며 등반을 시작했다면 그것은 도전일까요? ‘도전하는 젊은이’는, ‘방향을 잡고 준비하는 젊은이’와 뜻이 같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대가 음악으로 어른의 ‘생활’을 책임지는 음악인이 되겠다는 도전에는, 현실을 살펴보고 그리고 ‘기회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랍니다.
평균적인, 음악인의 삶
지금부터 음악인의 평균적인 ‘생활’ 현실을 살펴 볼게요. 그리고 그대는 이 생활을 즐기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솔직하게, 확실하게, 그리고 진지한 대답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등록금까지는 부모님이 어떻게 해 주실지 모르지만, 졸업 이후의 삶은, 그대가 그대 삶의 모든 것을, 그 모든 것을 직접 책임지는 어른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음악인의 평균적인 삶
(딴지일보 카인님 기사 인용 : http://www.ddanzi.com/blog/archives/91845 )
1. ‘음악의 주체 3단계 구조’
- 창작 : 작곡가, 작사가, 연주가, 엔지니어, 편곡, 제작사, 가수 등
- 유통 : 최근, MP3의 발달로 의미가 없어짐.
- 서비스 : 이동통신사, 포털 사이트 등
2. 돈을 나눠 갖는 구조
- 한곡당 600원이라 가정한다.
- 저작자의 몫은 평균 9퍼센트. 이것을 작사가와 작곡가가 5 대 5로 나눠 갖는다고 가정 하면 작곡가는 약 25원 ~ 27원 사이를 받는다.
- 일반적으로 연주가와 가수는 5퍼센트를 받는다. 그러면 많이 잡아도, 13원 정도.
무려, 4만곡 이상 다운로드를 받아주어야 50~60만원을 번다. (매달이 아니라, 그정도 다운 받으면 딱 그정도가 손에 들어온다)
그런데, 문제는 무제한 다운로드, 혹은 40곡에 6000원 이런 요금제가 있다.
저 수입은 반토막에, 다시 반토막에, 다시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아예, 한달 내내 수입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위 자료는 어디까지나 음반이 발매 되었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이 처절한 삶의 흔적들 속에서도, 저 고단한 삶을, 그래도 음악을 하는 즐거움으로, 이겨낼 수 있고, 그래도 행복하다면, 선생님은, 비로서 그제서야 그대의 그길을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의 삶 그리고 책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길을 가지 말라는 것이 결코 아니랍니다. 이런 가시밭 길임에도, 그래도,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수 있다면, 뚜벅 뚜벅 행복한 마음으로 그대 길을 걸어 가십시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그대의 도전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그대는 그대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행복을 찾아가는 멋진 사람이니까요. 자신의 선택에 있어 ‘편익’이 무엇이고, 그 편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당당하게 책임을 지려하는 사람은 멋진 사람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멋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잔소리는 오직 하나입니다.단순히 공부는 하기 싫은데 음악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어리광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미래에 대한 진지함은 성장통이 함께합니다. 자신의 현재를 인정하고, 미래의 현실을 방정식에 넣는 과정은 부단히도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통은 절대 피해서는 안됩니다. 인생에 있어서,선택에 있어서 기회비용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죠? 그래요. 어른의 삶은 편익과 기회비용 그리고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랍니다. 책임질 준비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당당하게 그대의 삶을 걸어가면 됩니다.삶에 대한 진지한 마음의 준비가 된 그대에게, 이제서야 이 말을 꺼냅니다.
“도전하세요! 당신은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막연하게, 그냥 공부 보다는 기타, 피아노, 노래가 편하고 좋아서, 음악 하는 순간 만큼은 행복하고 좋아서, 그냥 막연하게 음대를 선택한 것이라면 일단 잠시 생각을 좀더 깊게 해보자. 자신의 삶을 결정 짓는 것에, 아무런 대책도, 데이터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부모님을 믿고(부모님께 모든 짐을 던져 버리고) 덤비는 것은, 그건, 좀 아니다, 싶다. 진심이 전달 되었기를 바란다. 그대의 인생, 그대의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면, 책임져라. 그대의 삶을. 그럼, 좋은 선택, 멋진 책임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