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SCHOOL . 두번 출근하다.
서울시 은평구 ㅁㅁ 시장에는 맛난 냉면집이 숨어있다. 뜨내기 블로거들의 거짓 부렁이 후기에는 자주 오르지 않은 진짜 맛집이다.
5교시 쉬는 시간부터 ㅁㅁ 시장 'ㅇㅇ냉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하드코어 매운맛 냉면을 먹고 싶었다.
쉬는 시간마다 1번부터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서 성적 상담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었나 보다.
오늘은 특별 구역 청소도 없는 날이었다. 학부모 공개 수업날이라 교실 상태도 깨끗했다. 종례와 청소 없이 아이들을 서둘러 귀가시켰다. 어제 체육대회 때 열심히 일한 오즈모모바일2 짐벌과 DSLR 카메라도 가방에 구겨 넣었다. 맛있는 냉면을 먹으면 체육대회 지도 피로까지 풀릴 것 같았다.
ㅁㅁ 시장 앞 길거리는 출근 시간을 제외하고 언제나 노상주차가 가능하다. 전통시장 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이 조금 일렀을까. 대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매콤한 냉면을 주문하고 뜨거운 육수를 미리 떴다. 뭔가 조미료가 가득한 듯 한데 밍숭 밍숭한 이 맛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시뻘건 국물 가득한 스댕 대야가 테이블 위에 착륙했다. 빠르게 먹을 수 있지만 그 아스트랄한 매운 맛 덕에 빨리 먹기란 쉽지 않았다.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탈탈탈 털어 넣었다. 평일 저녁에도 이런 돌발 외식은 필요하다. 날잡아 찾아가는 음식점 보다 이렇게 후다닥 먹는 음식이 더 맛났다.
서울시 은평구와 고양시 덕양구는 맞닿은 지역이지만 공기가 참 달랐다. 사람들도 더 부산하게 움직인다.
사는 곳은 서울 일하는 곳은 경기도 고양시. 아이들에게 늘 서울시 예찬론을 들려주었다. 지방자치제 단위를 설명하기 위해 벌이는 퍼포먼스였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은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다. 아이들이 행여 고양시 시골론을 펼치는 내 퍼포먼스가 진심으로 알면 어쩌지 싶었다. 고양시에 씨쥐비있다고? 스타벅스가 있다고? 많이 발전했네. 늘 건네는 블랙 코미디 퍼포먼스였다.
집까지 돌아가는 길에 어떤 노래를 들을까 폰을 켰다. 페이스북메신저에 알림이 3개, 텔레그램에 알림이 4개, 카카오톡에 알림이 11개가 떠있었다.
카카오톡 아이디는 "카톡 잘 안합니다. 텔레그램으로"이다. 출발하기 전에 푸시 알림 뜬 것은 다 읽고 가자는 마음으로 페메, 텔레그램을 슥슥 읽었다.
그리고 카톡을 열었다.
그렇게 헬게이트가 열렸다.
“안샘...오늘 야자감독인 거 아시죠?”
“안샘? 아까 안샘 반 애들이 퇴근하셨다고 하던데요?”
“헐 ㅎㅎㅎㅎㅎ”
그리고 몇 개의 스티커가 학년부 톡방 창에 가득했다.
보통은 이 타이밍에 야간 자율 학습을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급히 물어보는게 순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감독 누구였지?
그렇다. 나는 야자 감독 담당 교사였다. 이름도 거룩한 진학진로계 담당. 다급하게 학교에 남은 분들을 애타게 찾아보았다.
그럴 리가. 오늘은 체육대회 다음 날이다. 체력이 남아 학교에 굳이 계실 선생님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학년부장 선생님은 2학년부에 전화를 걸어 사태를 수습해 주시려 애써주셨다.
나는 지금 다시 출근하고 있다. 출근을 두 번하는 남자. 출두남.
아침 공기 마시며 달려가던 용두동 공사장 숲길을 지났다. 용두동 공사장 숲길의 저녁 공기는 왜 그리도 매울까. 체육대회 다음 날에 지친 몸을 끌고 굳이 공부하겠다고 면학실을 찾은 아이들이 일곱명이나 있었다.
그네들의 체력과 의지를 어찌 원망하리요. 이 모든 것은 캘린더에 야자 감독 일정을 적어두지 않은 내 탓이거늘.
매운맛 냉면때문인지 면학실 공기가 심히 매콤하다.
아니다. 그냥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