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함부로 뽑지 마라, 나에게 심는다 - 원작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흰머리 함부로 뽑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가운 모발이었느냐
반쯤 뽑은 흰머리
언젠가는
너도 훨훨 머리 넘기고 싶을 것이다
엠자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올려 넘기고 싶은 것이다
뽑혀 왔던 드라이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흰머리,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머리카락도
휑해져
한가닥 모의 존재도 까마득히 횡해질 터이니
하애도
여기서 찬란한 모발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탈모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퇴화앞에
지금은 앞머리
속알머리 엠자머리 없는
휑한, 갈라진 내 모발을 얹고
엠자부터 모발이 살아나
옮겨 심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거스르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 모발이
까맣게 솟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시바 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