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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님께. 드리지 못했던 편지

category 글적글적 2020. 5. 1. 12:45

저번주 일요일. 대구에 계시는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큰아버지에게 병문안을 가고자 먼 길을 떠나셨던 아버지.하지만 아버지가 병원에 도착하시기 불과 몇분 전에 큰아버지께서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병문안 길에 드리려 했던 편지는 이제 큰아버지에게 전해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큰 아버지에게 부치지 못했던 아버지의 편지를 이곳에 옮겨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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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입원하고 계시는 병원 주소를 몰라 띄우지 못하고

이 편지를 받아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하직하신 형님!

정말 목이 메입니다.

동생. 도현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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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형님께!

 

전화를 해도 동생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답답한 형님의 심정을 글로 적어 드려야 하는 동생의 심정은 측은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몸을 그렇게 많이 다치시고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으시겠지요.

 

즉시 내려가서 형님을 뵙고 문안을 드렸어야 할 터인데

 

직장 생활에 메인 몸이고 또한 이 코로나로 인하여 대구를 한번 다녀오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병원이고 다 같겠지만 이곳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서울에서 대구를 여행하고 온 사람은 세브란스 병원을 출입하려면 일일이 다 기재하고 몸에 열(체온)을 검사를 하고 코로나 환자 취급을 받아야 해요.

 

이 코로나 전염병이 수그려 지면 대구를 다녀올까 하오니 형님!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셨으면 합니다.

 

저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무사히 시술을 잘 받고 퇴원을 해서 조심스레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형님!

 

저나 형님이나 아버지를 잘못 만나 피눈물 나는 어린 시절을 너무 힘들게 보내고 어머니 없이 지나온 옛날을 뒤돌아 보며 돈을 벌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죽어라 일하며 살아 왔지 않습니까?

 

학교는 가고 싶어도 돈도 없고 학교를 보내 주고 싶은 아버지도 아니고 우리는 오직 돈, 돈 돈, 이 아니였습니까?

 

그렇지만 돈을 따라갔지만

잡을 수 없고

멀리 도망만 가 돈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골병만 남았지 않습니까?

 

형님! 돈도 중하고 귀하지만 돈 보다 더 중한 것은 목숨 입니다.

 

내 하나 죽고 나면 돈도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형님이나 저나 돈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돈만 모으려고 온갖 고생 다해 왔던 세월이었습니다.

 

돈만 모으려고 온갖 고생 다 해 왔던 세월이었습니다.

 

못 배우고 없이 살아온 지난날 부모님을 한탄하며 울고 웃었던 지난 날이었지만

이제는 벌써 인생의 황혼길을 바라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어둡고 괴로웠던 시절이 지나고 살아갈 남은 여생을 좀 편히 사셔야 되지 않을까요.

 

물론 병원비도 다소 걱정이 되시겠지만 자식들이 있으시니까 그동안 형님 모은 재산도 있으니까

병원비 돈보다 형님 몸이 더 소중하니까 우선 갈비뼈가 아물어 붙을 때까지만이라도 병원에서 해드리는 식사 드시고

링겔 주사 영양제 주사 맞아가면서 안정을 취해가시다 보면

건강이 빨리 회복되어 갈터이니 너무 마음 조급하게 생각지 마시옵고 마음 편히 병원에 좀 쉬신다 생각하시고 갈비뼈만이라도 아물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입원을 하고 계십시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누구나 다 한번은 죽어야 해요.

 

다만 늦게가고 빨리 가는 차이뿐이지만 인간의 죽고사는 생사회복은 하나님께 달려 있으니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시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십시요.

누워서 기도는 드릴 수 있어요. 진심 어린 형님의 기도를 하나님께서는 다 듣고 계시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형님은 그래도 집사님이시지 않습니까. 조급한 마음 갖지 마시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시고 기도하시고 편안하게 입원하고 계십시요.

 

의사님들과 간호사 그리고 간병하시는 분들이 형님의 건강을 지키고 치료하고 계시니 이분들을 믿고 편안히 마음 편히 계시다 보면 빨리 형님의 건강이 회독 되시리라 믿습니다.

 

너무 조급한 마음 먹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큰일나요. 이런 걱정 근심 돈 걱정 하다보면 치매가 와요. 치매가 무언지 아시지요.

 

자식과 형제도 부모도 몰라보는 무서운 병이 치매예요. 치매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양로원, 요양병원으로 가야해요. 그곳에 가면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팔 다리를 묶어 놓고 비참하게 생활하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무서운 병이니까

이병에 안걸리려면 이 정신 바짝 차리시고 정신의 끈을 놓지 마시기를 간곡히 기도 드리오니 이 동생의 말을 잊지 말아 주십시요.

 

일어날 수 없는 몸이라면 가만히 누워서라도 정신을 늘 밝고 맑게 차리시고 기도하시고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시고 편안히 잘 쉬셨다가 자식들이 하자는대로 따르시기를 바라며

 

웃음으로 퇴원하시는 그날을 기다리며 형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2020년 4월에

서울에서 동생

도현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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