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1차 지필평가 성적표 가정 통신문
반 담임 교사입니다. 늦봄에라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처음 마주한 때가 벌써 반년 전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2020년의 끝이 어렴풋이 보이는 11월입니다. 원격 수업 기간과 등교 수업 기간을 번갈아 시행하다 보니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만 같은 요즘입니다.
아이들은 벌써 내년도 과목을 선택했습니다. 수행 평가 마감이 다가옵니다. 교내 대회도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학년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딱합니다. 학교에 무슨 낙으로 올까. 체육대회도 없어지고, 교내 축제도 없어지고, 체험 학습도 못 가고, 학급 단합대회도 열 수 없습니다.
교무실에 주르륵 와서 교육청 몰래 우리 반끼리 소풍을 가자, 단합 대회를 열자는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귀여워 보이기도 하지만 짠한 마음이 들 때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고등학교란 그저 입시만을 위한 곳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화목하게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이 모든 것은 학부모님께서 자녀의 가정 교육에 삶과 사랑을 뜨겁게 부으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탈한 1년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성적표를 인쇄해서 나눠준다고 하자 원성이 참 컸습니다. 학부모님과 담임 교사가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학습 태도라 생각해도, 아이들 본인들은 자기 성적에 뭔가 할 말이 많은가 봅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희망차게 때로는 다급하게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성적이 걱정되시더라도 고생했다는 말을 꼭 건네주세요. 모든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와 직업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어느 환경에서도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저 역시 늘 아이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더 건강하시고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