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향해 그대의 허기진 배를 비추라
:팜플래닛 샐러드믹스 키트 후기
샐러드 키트를 구매한 이후로 지중해 요리 쉐프가 되었다. 조리법이 너무 간편했고 재료들이 신선했다.
샐러드 만들기가 너무 쉬워졌다. 한 회분량의 다양한 샐러드가 낱개로 포장된 제품이다. 마트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채소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채소들이 냉장고 안에서 오랜 기간동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 했다. 진공 포장 덕일까, 원 재료 자체가 파릇파릇한 녀석들이었기 때문일까.
식솔에게 지중해식 요리를 대접해주겠다고 큰소리쳤었다. 건강과 맛을 책임지는 멋진 아재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다짐의 열정과 결과물의 품질은 비례하지 않았다. 재료 구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지중해 샐러드에 어울리는 채소들은 집에서 몇블럭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대형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었다. 집 근처 소규모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채소라고는 애호박, 청량고추, 상추, 마늘처럼 한식에 최적화된 재료들 뿐이었다.
몇킬로그램 짜리 채소 믹스를 구해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다. 이제 카스피해를 지나 지중해에 도착하는 건가 설레였었다. 하지만 대형 채소 믹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재료가 금방 상했고, 원하는 종류의 채소가 부족했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나는 동해식 조리사라도 되보자며 된장찌게나 끓이고 있었다.
낱개로 판매하는 샐러드 키트를 발견한 건 최근 몇 주전이었다. 지중해 요리사가 되보겠다는 욕망과 동해 바다 요리사라도 제대로 되라는 푸념이 뒤섞여 쿠팡 프레시를 검색중이었다. 추천 제품에 튀어 오른 샐러드 믹스 하고도 '키트'
키트란 아재들의 추억 속에 '시리를 내장한 스포츠카'였다. 키트가 뭔가 하는 호기심에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대충 보니 1회 분량마다 낱개로 포장이 된 제품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 버튼을 눌렀다. 쿠팡은 여전히 빨랐다. 이튿날 새벽, 집 문 앞에 샐러드 믹스 키트가 지중해를 건너왔다.
조리법은 무척 간단했다. 채소를 세척한다, 그릇에 담는다, 소스를 뿌린다, 먹는다. 고객의 심장을 관아의 곤장처럼 후려쳐준 것은 '소스 제공'이었다. 샐러드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채소이지만, 요리를 완성시키는 재료는 소스였다. 소스를 제공해주다니. 그야 말로 '키트'였다.
맛과 효율성. 남유럽의 건강식을 갈망하는 아재에게 이보다 아름다운 편익이 어디있단 말인가. 이제 감을 잡았으니 하나씩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에 발목부터 하나씩 적셔 허리까지 누워보기로 했다. 닭가슴살을 삶아 썰어 넣어보고, 방울 토마토를 쪼게어 담아 보고, 크렌베리와 호두를 넣어본다.
식솔 크루들이 눈을 스르륵 감으며 맛을 느낀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귀족 시민들의 방탕한 탐욕의 향내에 젖어들었다. 도대체 이런 귀한 요리를 어떻게 매일 해줄 수 있단 말이요?
허나 이러한 호사는 입소문을 금새 탄다. 먹을만하면 일시품절이다. 하여 요즘에는 키트 봉지가 조금 남아 있더라도 서둘러 장바구니에 담고 바로 비워내어 새벽에 문 앞에서 미리 만나곤 한다. 지중해식 샐러드를 꿈꾸는 이들이여, 카페 가서 만 몇천원 내고 비싼 샐러드를 사먹다가 집에서 해먹으면 왜 그 맛이 안나지 하는 이들이여. 한번쯤 그대들도 여기 지중해를 향해 '키트'를 타고 오라. 호사스런 탐욕의 바다에 흠뻑 젖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