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에 모셔야할 귀한 고기를 냄비 바닥에 버려두었던 날들이여 안녕.
: 모아미트 보리먹인 암퇘지 삼겹살 구이용 후기
삼겹살은 구워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뒤늦게 알았다. 이제라도 삼겹살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그동안 쿠팡에서 삼겹살을 여러번 주문했었다.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김치찌개에 깊은 육수맛을 더하고 싶을 때, 김치와 온갖 양념을 더해 두루치기를 해먹을 때 자주 주문했었다. 삼겹살을 제대로 먹을 줄 몰랐다는 이야기다. 양념의 맵고 짠 맛과 김치의 강한 신내에 삼겹살 본연의 고기맛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며칠 전 삼겹살을 '어쩔 수 없이' 그냥 구워 먹게 되었다. 김치 두루치기를 만들려고 했으나 메인 재료들 중 하나인 묵은 지 김치가 동이 나있었다. 김치를 다시 구할 때까지 삼겹살을 냉장 보관하려 했었다. 하지만 고기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대충' 구워 먹자 싶었다.
고기가 서서히 익어가는 찰나에도 입꼬리는 추억 처져있었다. 원래 먹고 싶었던 김치두루치기를 먹을 수 없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그런데 코 끝을 서서히 찔러대는 삼겹살 구이의 향내가 처진 입꼬리를 슬그머니 끌어 올렸다.
"이 냄새....?"
돼지 고기집에서 맡던 향내가 집안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익은 고기 한점을 입속에 후다닥 집어 넣었다. 입안 가득 고소한 고기 맛내가 가득 넘쳐흘렀다. 허둥지둥 냉장고 문을 열어 반쯤 남은 소주를 꺼내 따랐다. 집에서 마시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니. 식탁에 곱게 구운 삼겹살을 허둥지둥 내려 놓았다. 고기 한 점에 소주 한잔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위장으로 들어가는 길 혼자 외롭지 말라고 상추에 마늘도 함께 넣어주었다. 식도를 타 넘어 위를 향해 달려가는 맛의 질주. 그랬다. 삼겹살은 고기 그대로 불판에 구워 먹을 때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이제라도 삼겹살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알았으니 혓속 욕망들이 고기를 외칠 때 자주 장만하여 단백질 파티를 열어야겠다. 침이 또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