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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교실, 아이들과 소통은 스마트’하게~ 

<미즈내일>이 만난 교육계 이 사람_ 팟캐스트 DJ 고양 중산고 안태일 교사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지만 영상작가교육원을 수료한 안태일(32) 교사.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폭력에 멍들어가는 학교 현장에서 팟캐스트 DJ로 자신의 끼와 열정을 뿜어낸다. 그를 통해 처음 접한'팟캐스트'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MP3로 내려받아 듣는 프로그램이다. 1인 1미디어 시대, 스마트 시대에 살지만 게임이나 카카오톡 이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안 교사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교사들의 애환과 학교 현장을 담은 패러디 영상, 질풍노도 실전 매뉴얼, 안태일 샘의 교실 이야기 등 재치 넘치는 영상으로 보는 이에게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진다.



힘든 교육 환경에서 소통을 시도하다




'안태일 쌤의 탤짱닷컴'사이트에 들어가면 볼거리가 많다. 다양한 패러디 영상으로 배꼽 빠지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요즘 학생들과 교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팟캐스트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교사들의 소통 창구였어요. 요즘 교육 환경은 정말 심각합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는 것은 예사고, 교사의 말에 반항하거나 책상을 발로 차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은 어느 교실에서나 일상사가 됐어요. 교사 하기 참 힘든 세상이지요. 그래서 교사들과 재미난 콘텐츠를 돌려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뭔가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안 교사는 전국에 30만 명이나 되는 교사들이 있지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교사들은 1만 명도 되지 않는다며, 다소 패쇄적인 교사들의 특성과 기술적인 면 때문에 소통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스마트 기기에 민감하고 잘 활용하는 학생들을 떠올렸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과 소통이 정말 안 됩니다. 그런데 가만있자니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저에게 오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학급에 42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소통할 방법이 없어요. 그러다 스마트 기기로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이들과 소통 수단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고민하던 중 여느 때처럼 야간 자율 학습을 빼먹고 도망가는 학생들을 붙잡았다. 화를 내려다가 마이크를 갖다댔는데, 잡혀온 아이가 자기만 도망간 게 아니라며 도망간 다른 아이들을 불러오고, 몰래 담배 피운 애들을 불러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학생들과 일상을 담은 팟캐스트 '1318 감성 통신문'. 사람들은 '마이크'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신뢰나 공감대 형성 없이는 아무리 마이크를 갖다대도 아이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안 교사는 학생들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뭘 원하는지, 뭘 두려워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은 사랑과 의리 관계다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날이면 안 교사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된다. 보통 교사들이 이름이나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수업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안 교사는 자신에 대한 소개를 PPT로 하면서 아이들과 관계 설정에 들어간다. "고등학생도 재밌어야 집중합니다. 학년 첫날, 학생들에게 우리는 '사랑과 의리의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서로 존경해야 한다, 너희가 나를 존경하면 난 너희에게 그 이상을 줄 거라고 설명하죠. 그리고 충성을 외치며 팔을 앞으로 뻗는 '히틀러식'인사를 시킵니다. 그리고 우리 반에서는 '네? 왜요?'라는 단어는 안 쓰기로 약속합니다."

대신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학생들이 자신을 잘 믿고 따라오면 그 이상의 선물을 준다고. 공부에 힘들고 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 가방 릴레이, 부루마불 같은 게임을 해서 이긴 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사주거나 비빔밥 데이, 팥빙수 데이 등 이벤트를 열어 학생들의 흥을 돋운다. 2학년 안태균 학생은 "다른 선생님들처럼 권위적이거나 일방적 소통을 하지 않는다. 저희 입장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신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선생님과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민을 터놓고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증언(?)한다. 

같은 반 김우연 학생 역시 "학생들의 표정이 안 좋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건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들마다 특성이 달라요. 학기 초에 아이들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살피며 분석에 들어가요. 그러면 변화가 보입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제가 점쟁이가 되어갑니다. 아이들을 분석하다 보면 유형이 나오거든요.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심리를 알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깜짝 놀라죠. 어느 순간 술술 털어놓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안 교사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아이들의 소통·표현 욕구를 발견했다. 사이버공간이기 때문에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약속하니,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냉정을 찾는다. 안 교사도 마찬가지다. "남학생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을 때' 너 이XX 왜 그랬어?'라고 윽박을 지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마이크를 대면 저 역시 조심하죠. 그런데 무조건 아이들에게 공감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같이 욕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뒤 목소리에 강약을 주거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협상 스킬이 필요해요."

안태일 교사는 부모와 자식 관계도 무조건적인 상하 구조로는 개선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아이들의 어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은 '왜'라는 단어를 두 의미로 받아들여요. 사용할 때는 '싫어요. 꺼져요', 들을 때는 '이유'로요. 학교를 무단결석한 아들에게'너 왜 학교 안 갔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가기 싫으니까요'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부모와 자식의 대화는 끝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유를 물으니 대답한 건데 말이죠. 전 대화할 때 '왜'라는 말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단어를 선택할 때 풀이해줍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합니다."

안 교사는 아이들과 소통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크게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누면, 여학생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뒷말을 반복해주는 행동으로, 남학생들은 같이 욕하고 분노해주는 행동으로 공감한다고. 그러니 자녀가 말하지 않는다고 계속 쫓아다니며 추궁하듯 묻기보다는, 아이와 신뢰를 쌓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학교, 가정, 제도 삼박자 맞물려야

"부모님들은 성적에 집중하지만 입시 제도가 달라지고 있어요.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전형이 늘어나면서 대학은 지식, 테크닉에 강한 학생보다 인성을 갖춘 학생을 선호합니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뿐더러, 학교나 학원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를 학교에 맡겼다가 아니라, 내 자녀를 교사와 함께 키운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내 자식이 잘 크려면 옆집 아이, 내 옆집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요." 

안 교사는 인재를 키우려면 가정, 학교, 교육제도 삼박자가 맞물려야 하는데, 현 교육 현실은 세 박자가 따로 노는 형태라며 안타까워한다.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육의 중심에 교사가제대로 서야 한다는 안 교사. 그는'학교가 즐거워야 교사가 즐겁고,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들이 즐겁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과 소통에 힘쓴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hellela@naver.com 

사진 오병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