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
기획 : 전연식
연출 : 채환규, 전영표
조연출 : 양철진
글.구성 : 김정은
취재 : 주연진
방송시간 2012. 10. 05 (금) 밤 11:10~12:10
MBC 스페셜, 선생님 마이크로 교실을 깨우다 (탤짱샘 안태일)
전체 영상입니다.
무너진 교실. 불통의 대명사에서, 소통 전도사로 변화해가는 한 선생님의
성장기록입니다.
감독님이, 영상미에 많은 애착을 가지신 분이라 영상이 이쁩니다. 엔딩곡은
학생과 음악감독님의 협업으로 직접 레코딩했습니다.
주요내용
2학년 9반 학생들과 안태일 선생님
▶ 마이크 앞에서 술술술~~
학생들의 닫힌 입을 열게 하는 <안태일 선생님의 1318 감성통신문>
야간 자율학습하다 도망친 아이가 불려온다. 선생님은 혼내는 대신 마이크를 들이댄다. ‘야간 자율학습 안하고 뭐하고 있었니?’란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는 놀랍게도 자백 아닌 자백을 술술 한다. 그리고 이것은 한 편의 방송이 된다.
<안태일 선생님의 1318 감성통신문>은 “흡연자 특집” “상습지각생 특집” “야자 튀신 분들 특집” 등 교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주인공들을 어김없이 마이크 앞에 앉힌다.
“안태일 선생님이 편하게 대해 주시니까
방송하면서 속마음 털어 놓을 수 있으니까 선생님이 좋아지고 친해지고“
- 2학년 7반 이종민 학생
- 학생들과 안태일 선생님의 팟캐스트 녹음 현장
인터넷 방송의 매력은 아이들의 솔직 대담한 토크!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친 학생은 같이 도망간 학생을 고발하고, 흡연자는 자기들만의 담배 은어를, 늘 외톨이였던 아이는 과거 친구들에게 당한 상처를 이야기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마이크 앞에 앉으면 술술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좀처럼 선생님 앞에서 입을 열지 않던 아이들도 예외는 없다. 신통방통한 요술봉 ‘마이크’는 안태일 선생님만의 아주 특별한 무기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사실 안태일 선생님의 실패와 좌절이 만들어낸 발견이었다.
▶ 이벤트의 대왕 안태일 선생님, 강적을 만나다!
- 수업시간에 퀴즈를 내서 맞힌 학생에게 사탕을 주는 안태일 선생님
교사 7년차 안태일은 나름의 노하우로 반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수업시간에 사탕 뿌리기, 비빔밥 만들기, 팥빙수 만들기 등 반 아이들이 단합할 수 있도록 독특한 방식의 이벤트를 열어 아이들의 호응과 흥미를 유발했다. 반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까지도 선생님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해 2학년 7반 담임을 맡고 나서 안선생님의 자신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 동안 써왔던 어떤 비기도 통하지 않았다. 42명의 학급인원 중 예체능을 하는 아이들이 20명을 넘는 7반. 공부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수업 분위기는 엉망이고 다른 과목 선생님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안 가져오고, 뒤돌아 앉고, 떠들고,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으면 벌컥 화내며 대들기도 하는 7반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안태일 선생님의 실망과 무력감은 커져만 갔다. 아이들에게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얘기도 해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벽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로서 그래서는 안 되기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반장, 부반장 이야기나 들어보고자 했다. 반장과 부반장은 마이크 앞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선생님을 가리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랑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놀고요.” - 부반장 김민성 학생
“(반 친구들이) 말을 안 들어요. 잘이 아니라 아예 안 들어요.
선생님이 너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생각 안하고...“ - 반장 정은영 학생
이렇게 방송을 시작하면서 안태일 선생님은 자신이 그동안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면서 그의 ‘팟캐스트’ 방송은 아이들 주변으로 점점 더 넓혀져 갔다.
▶ 응답하라! 학부모-
마이크 앞으로 학부모를 소환하는 선생님
안태일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애환을 다룬 UCC와 인터넷 라디오 방송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성대모사로 1인 7역을 소화하며 교육에 대한 토론도 하고, 과도한 학교 업무에 대한 재치 넘치는 패러디로 동료 교사들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안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넘어, 선생님들은 물론 학부모 소환까지 시도했다. 얼떨결에 소환 당한 엄마들은 딸과 함께 정해진 형식과 대본 없이 녹음을 한다. 1년 만에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적을 올린 선배는 후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대방출하고, 모녀간에 섭섭했던 얘기도 다 털어놓게 된다. 그의 기대를 넘어 의외의 성과까지 낸 것이다.
“선생님하고 이런 얘기까지도 가능하구나.
이런 얘기까지 가면 솔직히 더 못할 얘기가 뭐 있겠나 싶어요”
- 최문희 (정은영 학생의 어머니)
-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한 자리에 모여 팟캐스트 녹음 중
선생님의 실험은 날로 발전하는 듯 보였지만, 고3이 코앞에 다가온 2학년 7반의 분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아침이면 복도에 지각생들이 줄줄이 줄서고, 교실은 잠자는 아이들로 전멸이다. 담임선생님의 어떤 비책도 약발이 서지 않아 좀처럼 의욕이 없는 아이들. 결국 아이들과 헤어지는 마지막 날까지도 그의 잔소리로 끝나고 만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를 통한 아이들과의 소통 실험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 2학년 9반, 이젠 아이들이 마이크를 잡는다!
더 강력해진 <시즌2 안태일 선생님의 1318 감성통신문>
6개월 후 다시 찾아간 학교.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2학년 담임을 맡은 안태일 선생님.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던 방송은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의 단독 진행이 아니다. 안태일 선생님은 DJ 자리를 학생에게 내줬다. 아이들은 방송에 쓰일 로고송도 직접 녹음하고 스스로 방송을 한다. 좀처럼 아이들과 가까워지지 않던 얼음공주 정은이가 자진해서 말문을 열었고, 복학생, 조퇴쟁이 특집까지 그의 방송은 더욱 풍부해져 있었다.
- 2학년 9반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방송 - 로고송 녹음 현장
마이크를 아이들에게 넘기니 생각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 스스로 안태일 선생님의 방송을 통해 신통방통한 ‘소통’의 효과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방송은 물론 SNS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학생들은 안태일 선생님의 실험이 왕따 없는 교실을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평소 내성적이라 친구 별로 없던 정은이는 살면서 지금처럼 학교 다니기가 즐거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안태일 마이크 실험 1년. 이제 서서히 아이들이 ‘마이크’의 진가를 알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변하자, 안선생님 본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좌절을 맛 본 지난해, 몇 개월 만에 아이들이 바뀌기를 기대한 것이 욕심이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이들과의 ‘마이크’를 통한 범상치 않은 안태일 선생님의 소통 실험은 1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그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