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부모님을 소개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건 바라지도 않고,적어도 부끄럽지는 않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가 많죠. 집에 오면 서로 웃으며 반기고, 힘들때 가장 먼저 의지하고 싶어지고, 말씀도 안드렸는데 어찌 그리 잘 아시고 용돈도 팍팍 주시는 그런 부모님. 함께 여행도 같이 가고, 내 입장 내 고민 먼저 귀 기울여 들어 주시는 그런 부모님. 그런 부모님을 상상하고 원하지만, 현실은, 지금 같은 공간에 계신 그대의 부모님은 그렇지 않죠? 아니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고,그 분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마저 들지도 몰라요. 그 기분. 선생님 잘 알고 있습니다. 탤짱샘도 그런 고민속에 청소년 시기를 보내왔으니까요.
이 복잡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 잔인하지만 돌직구, 쇠직구, 아다만티윰 직구를 날려보려고 합니다. 질문 들어갑니다.
그대는 자랑스러운 딸입니까?
그대는 사랑스러운 아들입니까?
그대가 그대를 냉정하게 더듬어 볼 때, 그대 부모님께서 모임이나 직장에 나가셔서, 입에 침이 마를 날이 없도록 그대 자랑을 하고 계실거라고 확신하나요? 기브 엔 테이크. 역지사지, 입장 바꾸어서 생각해 보는 겁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한번 이 질문을 견뎌 보길 바랍니다. 그대는 부모님의 자랑이었나요?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을까요?
두번째 질문은 좀더 잔인한 질문입니다. 질문이 그대 자존심과 머리 속을 쑤시듯 들어갑니다. 이 질문은,절대로-절대로 다른 쪽으로 대답해서는 안되는 질문입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일 뿐이니, 상상만 해보는 겁니다. 질문 들어갑니다.
그대를 낳지 않았더라면, 그대 부모님의 삶은 어땠을까?
기본적인 사회인, 어른 삶의 평균을 계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한달에 필요한 돈을 계산해 봅시다. 집을 아직 구입하지 못해서 월세 산다고 가정해 볼게요. 방 세칸 정도의 아파트 월세가 40만원이라고 잡아 볼게요. 그리고 밥값 계산 들어갑니다. 정말 알뜰 하게 먹고 살면 한달 식비 4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정말 알뜰하게 먹은 겁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영화도 보고 치킨에 맥주도 한잔하고 한다면 일주일에 10만원이면 아슬 아슬하게 문화 생활 즐길 수 있습니다. 한달이면? 40만원 정도 문화비에 투자할 수 있겠네요. 핸드폰 요금도 필요하겠네요. 5만원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5만원을 잡아 볼게요. 교통비가 필요합니다. 차 한대에 기본 천만원이 넘는 현실이지만, 차가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기름값,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30만원 이상 나올겁니다. 옷이나 전자 제품, 화장품은 구입하지 않는다고 계산해보죠. 한달에 얼마정도가 들어갈까요? 200만원 내외로 계산될까요?
현재 일반적인 기업에 초임(첫 취업) 월급은 평균 18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라고 하네요. 결국 한달 벌어 그냥 한달 다 쓰는 상황이네요. 그래도 어때요, 어느 정도 문화 생활을 즐기면서 생활하는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죠?
그런데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저 위에 계산은 그대와 그대들의 자매 형제들과 같은 ‘자녀’들을 방정식에 전혀 넣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져야 할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이제 부터 계산기는 어렵게 돌아가게 됩니다.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줄여야, 그대들의 분유값, 옷값, 어린이집 값, 준비물, 그대들의 장난감, 학원비, 핸드폰 값 그리고 더 큰 무엇들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이제부터 그대들의 부모님들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합니다.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그저 돈을 줄일 뿐이죠. 돈만 줄인다고 그대들의 생명과 그대들의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요? 아니죠. 그대들에게 시간과 감정 자체를 투입해야 합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될 그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고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합니다. 인생이, 더이상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사진 출처 경향신문)
그대 부모님들의 희생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나요? 이 희생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면 됩니다. 그대가 남자라고 해보죠. 아침에 부시시 피곤한 눈을 겨우 뜹니다. 출근 길이 막힐까봐 후다닥 식사를 마치고 출근합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잠시도 쉴 틈없이 일을 합니다. 상상해보세요.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상사에게 온갖 인격적인 모욕을 당합니다. 거래처 직원을 만납니다. 제발 저희 물건 써달라고 굽신 굽신 또 굽신합니다. 속이 뒤틀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친구와 술 한잔에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득 술냄새 난다고 짜증 내는 딸과 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꾸욱 참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옵니다. 집에오니 아들은 피씨에, 딸은 드라마만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오셨냐고 인사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오늘 학교에서 뭐했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관심끄라는 말뿐입니다.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잘해서 아빠처럼 이렇게 고생하면서 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왜 또 잔소리냐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갑니다. 용돈이나 달라는 신호가 들어옵니다. 나도 여행가고 싶고 내 문화 생활 즐기고 싶지만, 피같은 돈을 떼어 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뭔가 속이 뒤틀려 오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그대가 여자라고 해봅시다. 여자-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에 너무 좋은 영화가 한편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스토리로 대신합니다. 꼭 보세요. 영화를 보실 때 이 잔소리와 만나는 지점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꿈 많고 호기심 많던 스무살 여대생 느낌의 암탉이 엄마가 되면서 잃어가게 되는 삶의 커다란 부분에 주목하면서 보시면 된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천천히 천천히 여러번 되내어 물어보길 바랍니다.
그대 부모님은, 부모님이기만 한 것일까요?
그대 부모님은, 부모님이기 전에 한명의 인간입니다. 그대들 처럼 좋은 감정, 싫은 감정을 느끼고 무언가를 갖고 싶고, 무언가를 하기 싫고, 자기 시간을 갖고 싶고, 내 공간을 갖고 싶고, 가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보통의 남자, 보통의 여자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그 자연스러운 욕망을,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 아래에 모두 잘라내고 있습니다.
이거, 엄청난 스트레스랍니다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대들도 곧 겪게 될 일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랍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를 최대한 표출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교육받아 오신 분들입니다. 하루 하루 그대의 부모님은 역할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역할 갈등이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이 서로 쿵쿵쿵 부딪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형사인데 쫓고 있던 범인이 알고 보니 자신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보아요. 이 남자는 형사로서 범인을 잡아야 하는 역할과, 친구로서 의리를 지켜야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두 역할은 서로 부딪히게 되죠. 이게 바로 역할 갈등이라는 거랍니다.
그대 부모님들은 늘 이 역할 갈등속에 살아갑니다.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신의 역할과 한명의 여자 한명의 남자로서 누려야할 삶의 역할 속에서 늘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엄마 아빠의 역할을 위해 자신 개인의 삶을 포기합니다. 그 포기가 누적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역할에는 역할 보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경우 거기에 상이나 칭찬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 칭찬은 역할에 더 열심히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입니다. 그런데,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 보상은 누가, 어떻게 해주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대들의 ‘역할’인 것이죠. 부모님에 대한 감사, 사랑, 효도 그런 것들일 거에요. 그대,부모님들에게 어떤 역할 보상을 해 주었나요?
가족은 서로의 역할에 대해 감사하고 인정하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그건 의무가 아닌 혜택이죠. 역할 갈등에 지쳐 있는 그대 부모님에게 그대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세요. 서로 걸고 있는 기대를 조금씩 맞춰가고 채워주어 간다면 우린 보다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