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 서방견문록 3화 <런던가려다 파리가다>
2014.02.15
+2월 14일 토요일 저녁 8시. 런던에 도착해야 했던 시간이다. 일곱시 오십분 즈음 런던 상공을 윙윙 돌던 우즈벡 항공기.
+모니터에 표시된 항로가 요상했다. 항로가 계속 몇바퀴 째 타원을 그린다. 멀미난다.
+런던 안개가 모리어티 음모 파헤치는 마이크로프트 마음 같았나보다. 한치 앞도 안 보였다고 한다.
뿌암 뿌암 밤 다라다라단 ~~
어디선가 셜록 오프닝 음악이 멤도는 것 같다.
+시트 모니터에서 "투 파리"가 뜬다. 런던 가야할 비행기 행선지가 파리라니. 파리 날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나보다.
+우즈벡 승무원이 영어로 추정되는 언어로 라임 충만한 멘트를 들려준다. 가이드가 침착한 '척' 설명해 준다. 오.마.이.갓.
+ 파리 공항에서 감금 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새벽에 런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운이 안 좋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괜히 궁금해 했다. 우린 운이 안 좋았으니까.
+ 파리 공항에서 누드 필 충만한 검색대를 지나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기상 악화로 파리에서 하룻밤(이라고 쓰고 다섯시간 이라고 셈한다) 머물고 다음날 아침 런던으로 향한다고 한다.
+ 원래 일정은 이렇다. 토요일 저녁 런던 호텔에서 푸욱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영국 명소를 관광한다. 그리고 해저 터널을 내달리는 유로 스타를 타고 프랑스 파리를 ,그제서야, 밟는 것.
+런던의 사랑스런 안개 덕에 가이드는 일정을 수정해야만 했다. 변경된 일정은 마치, 다음주에 다른 지역으로 환승하기 위해, 굳이 우리 학교에 전입신고 하는 학부모의, 전략적 널뛰기처럼 짜여졌다.
+ 변경된 일정은 이렇다.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의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런던 행 비행기를 탄다. 런던에 도착하는 시간과 런던을 떠나야하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 뿐. 그리고 다시 '굳이'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파리의 저녁'을 느낄 예정이다.
+덕분에 첫 유럽 여행임에도, 런던 두번, 파리 두번 가본 남자가 되었다.
+날아라 우즈벡 항공기야. 밟아 좀 보자 런던 땅이여!
+기다려 엘리자베스. 나도 꽃마차 태워주세요. BBC 보도는 안해 주는 것이 '관례'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