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그리 랜드 의회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얏호. 이제 우리가 대 해 먹을 수 있겠구나
그럼 엥그리 랜드의 왕 오린지는 뭐 하며 살게 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오린지 왕은 유럽 대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랏님인데, 나랏님이 자기 할일, 자기 권한을 죄다 의회에 떠 넘겼으니 말입니다.
현재까지 스코어
1. 국가원수 - 왕
2. 입법권 - 의회가 가져감
3. 행정권 - 의회가 가져감
4. 사법권 - 이것도 의회가 가져감
나랏일 권력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인데, 이 세 개 모두를 의회가 가져갔으니, 이제 도대체 오린지 왕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전하"
"왜 임마"
"그래도 전하는 왕이옵니다. 전하"
"아 몰라 관심 없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전하. 이 나라의 킹왕짱은 바로 전하이옵니다. 그러니 국가원수, 이건 전하이옵니다. 전하"
"거 귀찮게 시리"
"그런데 말입니다. 전하. 아무리 이 나라의 킹왕짱이 전하라 하더라도, 전하가 저희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하시면...."
"안할거라고. 네들끼리 알아서 해"
왕은 이 나라의 킹왕짱. 그러나 하는일도, 갖고 있는 권력도, 실상 없다
엥그리 랜드 의회는 이 덩굴째 굴러온 삼권을 어떻게 할 지 회의 합니다. 우선, 이 나라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행정부를 어떻게 꾸릴까 부터 고민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저마다 내가 행정부 짱할래, 말래 아웅 아웅 했을지 모릅니다.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리기는 뭐하고, 해서 반장 선거하듯, 행정부 짱을 뽑기로 합니다. 이 반장 후보, 어디서 나왔을까요?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나왔을까요? 고기잡던 어부들 중에서 나왔을까요? 의회가 그럴리가 없죠.
"야! 우리 의원들 중에서 인기 제일 많은 놈을 행정부 짱으로 뽑자"
당연한 수순이죠.
해서, 의원(의회)들 중에서 제일 인기 많은 사람을 투표로 뽑습니다. 적어도 과반수 이상 표는 얻어야 했죠. 해서 뽑힌 사람을 수상 또는 총리라고 부르고, 행정부 짱으로 선출합니다.
엥그리 랜드 일반 백성들은, 총리를 뽑을 권한, 당연히 없죠. 자기들끼리 힘을 나누는 거였으니까요. 행정부 짱으로 뽑힌 총리는, 당연히 의원직도 겸직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나는야 총리. 이제 행정부는 내가 짱임. 헌데 함께 일할 장관들이 필요하다!"
행정부의 짱으로 뽑힌 총리는, 이제 자기와 함께 일을 할 장관들을 뽑습니다. 당연히? 그렇죠. 의원들 중에서 뽑아야겠죠.
모아 보니 근 스무명은 넘어 보입니다. 요 행정부 관료들은 어디 모여서 회의할까 고민 고민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행정부인데, 의회 구석에서 회의하긴 좀 그렇고. 해서 따로 회의실을 차립니다.
그곳이 바로 "내각"입니다.
의회와 내각(행정부)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현재 스코어
1. 국가원수 - 왕 (실권 없음)
2. 입법권 - 의회
3. 행정권 - 내각(행정부)
행정부의 짱(내각의 짱)은 의회에서 뽑음
내각 구성원 (각료)은 의회에서 건너옴
자연스레, 총리와 장관들(각료)은 의원직과 행정부직을 겸직하게 됨
4. 사법권 - 아직 의회
점점 엥그리 랜드 모양새를 갖춰 갑니다. 훗날, 사법권은 의회에서 완전히 독립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상식수준의 일반사회 - 법 편에서)
의회와 내각(행정부)의 관계
원래, 의회 하나 있었고, 행정권까지 의회가 받게 되었죠? 그리고 의원들 중에서 행정권을 전문적으로 쓸 요원들을 뽑았죠. 정확히는, 총리를 뽑아 행정부 수반으로 앉히고, 그 총리가 장관들을 뽑아 행정부를 만들었습니다.
= 행정부와 내각은,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훗날. 엥그리 랜드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서, 국민들이 직접 의원들을 선거로 뽑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원들이 모여 의회가 되고, 다시 의회에서 총리를 뽑고, 총리가 다시 장관들을 뽑는 다단계 판매가 시작됩니다.
총리를 의회가 뽑았으니 내각은 의회 눈치를 볼까요? 안볼까요?
당연히 봐야죠. 원래 자기 뽑아준 사람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쟎아요.
만약 총리가 일을 똑바로 못한다면? 그렇죠. 의회가 총리를 자르고 다시 뽑을 수 있어야 하겠죠?
일을 믿고 맡겼는데 잘 못한다면? 처리 들어가야죠.
이제, 엥그리 랜드의 가상 역사를 살펴보았으니, 의원내각제의 특성에 대해서 정리해볼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