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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생들이라면 특히나 더, 수학, 이름만 들어도 싫어하는 거, 많이 본다. 어쩌면 너 역시 그럴지도 모르지.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에게, 너는 어찌하여 문과를 왔느냐, 열에 아홉은 수학이 싫어요, 그 처절하고 애잔한 대답을 듣게 된다.



 이과생이라고, 또 중학생이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진 않아. 수학, 참 힘든 과목인가 보다. 사람은 무언가 강렬하게 저항하고 싶을 때는 말이다, 그것이 필요 없는 존재다, 라고 강렬하게 주장한다. 그러니까, 그 필요도 없는 것이 왜 내 앞에 있어야 하느냐, 하고 도망가고 싶은 거지. 수학이 특히 그렇지? 이런 말 자주 들어. 선생님, 덧셈하고 뺄셈하고 곱하기랑 나누기만 해도, 세상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 없쟎아요? 



무엇하러 그 복잡한 걸, 쓰지도 않을 것을 배워야 하는 거에요!!! 듣고보니 제법 일리가 있어 보인다. 와우, 짝짝짝. 어쩜 그리 세상 이치를 빨리 깨달았을꼬. 기특하구나, 하고 머리 쓰다듬고 싶지만, 미안하다.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수학없이는, 살 수 없다. 오잉? 저는 문과구요, 수학이 필요 없쟎아요, 라고 묻고 싶지? 아니지, 솔직해져봐라. 그렇게 묻고 싶은게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거야. 안타깝지만, 세상 이야기를 해주마.



수학 없이, 산수로만 사는 삶도 있다.



그런데, 수학없이는 안되는 삶도 있다.



응! 길게 이야기 안하마. 이렇게 요약된다. 수학없이, 단순하게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만 해도 괜찮은 그런 삶도 있어. 그리고, 그 삶. 전혀 챙피한 것도 아니고 자랑도 아닌거야. 그냥, 그런 삶도 있어. 



그런데, 네들이 보통(그러니까 문과 성향의 친구들이) 되고 싶어하는,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그리고 너와 네 친구들이 장래희망란에 적는 그 직업들 대다수는, 그 삶들에서는 수학이 너무 중요하다. 회계사, 세무사, 은행원, 경영자, 펀드메니저, 조사연구원, 사회복지 행정가, 공무원. 너무 많아서 이름 말하다 보면 한시간은 그냥 지나갈 수많은 삶들에, 수학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하다는 것은, 당장 수학을 써야 일이 가능하다는 거지. 못 믿겠어? 그러면, 네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학 학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육과정을 클릭해봐라. 



거기서 뭐 뭐 배우는 지. 듣도 못한, 경영통계에 경영수학이라는 야릇쌉싸르한 과목 이름에 충격을 받을 거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우는 곳의 경영학과 교수들이, 합격생들을, 입학식도 하기전에 2월부터 학교에 모아놓고 미분, 적분을 공부시켰을까. 



문과 친구들이, 수학을 너무 안해서, 교수님들이, 문과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었지. 고개 갸우뚱 하지 말고 받아들여. 이게 현실이다. 문과의 삶중에, 너와 네 친구들이 줄기차게 적어내는 그 장래희망 속 직업들, 하나같이 고급 수학이 필요한 직업들이다. 아, 서럽다. 그치? 수학이 싫어서 문과로 도망왔는데, 얼라리요, 이곳은 수학을 잘해야 먹고 사는 현실이라니....... 어떤 삶을 살든 너의 자유다.



 너의 선택이고, 그 기회비용을 선택하는 것 역시 너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런 거 하나만 명심하자. 네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누군가가 되고 싶었어. 그런데, 그걸 하자니, 수학이 길을 가로 막는다고 쳐보자. 뭐, 꼭 수학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인데. 그럼, 그것을 이겨내고 내것으로 만들고, 승부를 펼쳐서, 네 근육을 키워서 이겨내서, 네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쟁취, 그래, 쟁취하려 해야지. 어라? 힘드네, 안해요, 안해요. 



진로 대 수정. 



이런 갈대보다 더한 나약한 방향 턴을 보여주는게, 인간적으로, 네가 생각해봐도 멋있어보이냐, 초라해보이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네가 하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뭔가 짜증나는 것을 해내야 한다면, 그걸 까부수고 쟁취하는 사람이 되라.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이거 필요도 없는데 왜하느냐, 나는 이길이 원래부터 가고 싶었던게 아니다, 나 따위가 뭘 할 수 있겠느냐, 따위의 소리 집어치워라. 나약한 소리 하지마. 그건 네 꿈에 대한 배신이다. 그건 네가 네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혹한 배신인거다. 



그 다음. 현실적인 이야기 하나 하고 마친다. 고삼이 되면, 그 어떤 영역도 절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국어도, 영어도, 사탐도, 과탐도 오르기 힘들다. 누구나 다 열심히 하니까. 그런데, 수학 점수만은, 열심히 노력한 친구들은, 계속 오르게 되있다. 누구나 다 포기하려 하니까. 



그러니까, 이 필요도 없는 걸 왜하느냐, 나는 그러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나약한 소리 이제 그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해라. 마음 답답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 악물고, 찬바람 한번 쐬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수학책 펴라. 안되면, 수학 샘께 달려가 꼬치 꼬치 물어. 이책 저책 맞는 책 찾아. 절대 포기하려 하지마라. 


넌, 네가 생각하는 거 보다 훨씬 더 똑똑할지도 모른다. 넌, 아직 네 뇌가 가진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 올린적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힘내라, 청춘.


사진출처 http://cfs10.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