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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무한도전에서 인도특집이 있었다. 


인도로 떠난거지. 거기서 유재석 형님이 계속 멤버들을 다그쳐.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내가 누군이지, 나는 어디로 가는지를, 자아를 찾기 위해서 왔는데 왜 다들 이렇게 진지하지가 못하냐면서. 그거 보면서 피식했다.


 어느 다큐에서는, 스님이 여고생에게 계속 묻더라. 너는 누구냐. 여고생이 누구 누구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그건 네 이름이지. 저는 학생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그건 네 신분이고. 그러더니, 네가 너라고 인식하고 다니는 그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너는 누구냐고 대답하라고, 하시더라.


 그거 보면서 어라, 했다. 


왜냐면, 질문 자체가 틀렸으니까. 그건 평생가도 대답 못하는 질문이야. 이런 느낌인거지. ‘대한민국의 국왕은 대머리 인가요?’같은 질문이야.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거지. ‘누구냐’라고 묻는 것은, 대답 자체가 아주 간결한 걸 묻는거야. ‘숙제 안 낸 놈이 누구냐’라든가, ‘이 집 막내 아들이 누구냐?’라든가, ‘9반 반장은 누구냐’같은 질문은 ‘네 누구 누구입니다’하고 대답이 탁 나오지. 


애시당초, 누구냐, 라고 묻는 건 대답이 이리 간단해야되는데, 다짜고짜 ‘넌 누구냐’라고 물으니 당황스럽고, 답은 안나오고, 웬지 답해야 할 것 같아서 미쳐버리겠다, 이거지. 걱정마라. 그거 지금 너만 그런거 아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그 질문에 다 미쳐버린다. 


질문을 바꿔야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게 이 질문의 원래 모습이야.


 ‘숙제 안 낸 놈은 어떤 아이냐?’라고 물으면, ‘네, 평소에 학교도 잘 안나오고 매일 잠만 자는 아이옵니다’하고 대답하게 되지. 


‘9반 반장은 어떤 아이냐?’하고 물으면, ‘예, 평소에 생긴거 답지 않게 야한 영화만 골라서 보고 공부는 뭐 그닥 중간정도 하는데, 리더십은 좀 있는 놈입니다’하고 어떻게든 대답을 하겠지.


 이해 되냐? 


자아 정체성이니 뭐니 하는거, 물론 많이도 널 헷갈리게 할 것인데, 지금 이거 질문 자체가 어지러우니, 그동안 이 질문에 답 찾느라 고생 많았다.


 몇 번을 강조한다. 이거 질문이 잘못된거였다. 자, 그러면 이제 질문을 새로이 바꾸었으니, 이제는 한번 진지하게 대답해보자꾸나. 다시 물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저 뒤에, 사람, 이란 단어도 다양하게 바꾸면 대답하기가 좀 쉬워진다.


 하나씩 바꿔서 넣어봐.


 질문이 또렷해진다. 학생, 아들, 딸, 인재, 친구, 애인, 히어로, 파이터...... 이제 좀 대답할만해졌냐? 응, 본 게임은 이제 부터다. 이제 뒤에 ‘인가’를 과거형과 현재 진행형 그리고 미래형으로 바꿔서 다시 문장을 여러개 만들어 보자. 


몇 개 만들어주마.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질문이 적나라하고 또렷해지니 대답도 좀 뜨끔 뜨끔하지? 차라리,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은 웬지 거창하고 거룩해 보여서, 대답을 애시당초 잘 못할것 같으니, 대답을 안해도 괜찮을것 같았는데, 이제 저거는 웬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대답을 하자니, 


이거 정말 현실에 딱하니 직면하게 돼서, 뜨끔하지? 불편한 진실들이 마구 너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거야. 안들어? 어허, 들어야돼. 그리고, 그거 부정하지마. 그게 지금 현재의 네 모습이야. 쫄거나 자기 스스로를 갉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너는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더 성장할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청소년이니까. 일단 적어라. 네가 지금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친구였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네 삶의 흐름상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자신을 분석해봐. 


그리고, 결과적으로 원래, 네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어떤 모습의 사람이었는지 적어봐. 그러면, 대충 윤곽이 그려진다. 네가 그리는 그 모습과 지금 네 모습의 거리가. 그리고 그걸 채우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응. 그래. 질문 바꾸고 나면 무지 바빠지는 거다. 


왜냐,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그냥 고민만 계속 하는 질문인데(애당초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헌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어떤 사람이 될까, 이렇게 질문을 바꾸고 나서는 분석하고 행동해야 하거든. 응, 밑그림 그려졌으면 행동으로 옮겨라. 


그리고 선택해라. 그 행동과 선택들이 결국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 끽해야 많아야 열 아홉인 네놈은 지금 현재의 네 모습이 네 인생 전체의 한계라고 선 긋지마라. 촌스럽다. 넌,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