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자유여행 견문록 2 : 이쯤되면 환승 아니다. 네덜란드 공항. 공항에서 뭐 사먹으면 거덜란드>
있을까, 있어야 해. 한국분 스튜어디스가 계시기만을 기도했다. 계셨다. 안타까운 것은 그 아리따운 동포 여러분께서는 반대 쪽 라인 좌석 담당이셨다.
입구에서 한번 스친 이후로 한국분 스튜어디스,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게르만의 워리어 후손 분들은 신체 성능이 월등해 보였다. 컸고 컸는데 컸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날아왔다. 동과 서의 끝을 이었다.
그럴싸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울적하다. 핀에어였다면 진작에 내렸어야 했다. 핀란드와 덴마크를 스쳐지나갔다. 굳이 암스테르담을 찍고 다시 턴한다. 이건 이런 느낌인거다.
경북 구미를 가기 위해 동대구역까지 내려간 뒤 다시 서울행 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그런 느낌이다.
기내식을 살핀다. 버터, 치즈, 빵, 요플레, 그리고 뭔가 느끼한 그 무엇들. 케리어에 가득 담은 gs25 오모리와 라면 포트를 떠올렸다. 그래, 버틸 수 있을거야.
화장실을 가보니 콘센트가 야릇하게 생겼다. 사실 도박이었다. 쿠팡에서 라면 포트 하나 장만했었다. 설명서에는 인정하기 싫은 살벌한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 라면 포트는 국내 전용입니다. 해외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사실 외국 사람말도 믿고 싶지 않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신뢰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어쨌든 설명서의 신빙성 여부는 오모리 김치찌개면을 향한 나의 신앙을 막을 수 없었다. 호텔에 도착하면 일정 확인 보다 라면 포트 작동 여부 확인이 먼저다. 제발 플리즈 오네가이
외화를 자막 없이 보는 남자가 되버렸다. 그렇다 KLM 네덜란드 항공기는 더빙판을 틀어준다. 브라보. 지화자. 토니 스타크와 캡틴 토르의 정직한 한국 발음이 낯설어 신난다.
얼굴 가죽이 갈라파고스 갈라져가 팩을 부착했다. 옆좌석 한국분이 화들짝 놀래고, 스튜어디스 분도 화들짝 놀란다. 껌껌하니 부착물에 반응하는 사람 없으려니 했는데, 하필 그 타임에 기내 전등이 모두 켜졌다. 도착 얼마 안남았단다.
스키폴. 디시나 마블 주인공 같은 이름이다. 암스테르담 공항이름은 스키폴. 웬지 스키타면서 검을 휘두르는 히어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해본다. 김포 공항은 김씨 성을 가진 포병일까. 청주 공항가서 술에 취해보고 제주 공항가서 곰을 혹사시킨 뒤 돈을 챙겨볼까.
와이파이가 빠방 하다. 브라보.
곳곳에 충전기가 홍진호 멀티마냥 곳곳에 박혔다. 여행 중독자 윤창경 옹이 추천한 앵커 멀티 충전기, 장만하길 정말 잘한 듯 싶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계속 되내어 보지만, 서양네 사람들의 신체 구조가 성능면이나, 디자인 측면이나 전투력 등에 비추어봐도 참, 좋아보인다. 어찌 다리가 저기까지 있을까.
아시아인 90퍼센트는 한국 분들인 듯 싶다. 서양네 사람들은 내 쇼핑백을 보고 그냥 스윽 지나간다.
한국 분들은 계속 키득 키득. 쇼핑 백을 다시 보니, '한복 전문점 다나함'이라고 살포시 수줍게 그리고 진지한 궁서체로 새겨 있었다. 반가워서 웃는 거라 믿었다.
9시 50분 비행기인데, 4시 40분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다. 보딩은 보링했다.
면세점을 살펴보니, 제품별 물가차이가 좌심방 우심실로 와닿는다. 인천 면세점에서 25달러 하던 담배가 여기선 60유!로!가 넘는다.
향수는 125달러하던 것이, 여기선 80 유로....
오메가 쓰리를 노르웨이 현지에서 살 것이냐, 이 곳 네덜란드 스키폴에서 장만할 것이냐.
작년 부모님 모시고 떠났던 서유럽 패키지 투어. 스위스에 왔으니 스위시 시계 사자 해서 보급형 스와치 하나 장만했다. 기뻤다. 헌데 로마 공항 면세점에서 확인한 가격........ 슬펐다.
유럽은 일단 왔다. 핀란드는 아직이다.
그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