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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다 할 줄 알면 그게 사람이냐.


 예수님이나 부처님급이지. 네가 할 줄 아는게 왜 없냐.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라. 놀랍게도, 넌 젓가락질을 할 줄 안다. 외국인들이 젓가락질 배울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느냐.


 넌 스마트폰을 만질줄 알고 컴퓨터로 이메일 보낼 줄도 안다. 샘, 우리 부모님한테 스마트폰 만지기와 이메일 보내는 법 설명드리려다, 그만, 부모님께 짜증마저 부린적도 있다.


 지하철 1회용 버스카드 발급받는 거랑, 충전하는 거 할 줄 알지? 샘, 일전에 서울역에 일본인들에게 버스카드 발급기 앞에서 설명해 주느라, 1년 동안 추어야 할 춤을 몽땅 추면서 (우리는 그것을 봐리랭귀지, 라고 한다) 설명했지. 


넌 올해 몇 살이니? 


아직 스무살은 안되었을 것 같아. 그 나이에, 벌써부터 잘 하는게 있다면, 물론 그 것만으로도 축복이겠지. 아마도 네 주변의 친구들이 농구를 잘하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만들기를 잘하거나 하겠지. 


근데 혹시 네 주변에, 핵 융합을 잘하거나, 9옥타브로 노래를 하거나, 쓰리 턴에 슬램덩크를 하거나, 14개 국어 하는 친구 있냐? 혹시 있으면 제보 좀 보내봐라. 


세상에 이런일이, 그런 프로에. 없지? 지금이야, 네 나이의 수준에 볼 때 우어어어어, 대단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겠지만, 안타깝지만,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게 되면, 그거 다시 리셋되어, 제대로 다시 배워야 한다. 


물론, 아닌 친구들도 있지. 이미 완성되어 있는 듯하다, 할만큼 잘하는. 우린 그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르고, 그 천재들의 수란, 정말 극 소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아직 넌 학생이다. 학생이 뭐더냐. 배우는 사람 아니더냐. 할 줄 아는 건, 날 때부터 타고 난거, 아무것도 없다. 악착같이 배우고, 혼자서 몰래 연습하고, 게다가 약간의 타고난 재능까지 얹어 주면 더 좋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잘하게 되는 거다. 


너, 제대로 연습해 보았으냐. 농구를 예로 들어 볼까. 드리블의 기초를 전문적으로 배워보았느냐, 남모래 하루에 삼점슛을 삼천번씩 쏴보았느냐, 운동장 하루에 10바퀴씩 뛰어 보았느냐. 아니라고. 뭔가 제대로 배우지 않았거든. 


샘 이야기를 또 안할 수 가 없구나. 샘, 고등학교 때 잘하는 거라고는. 툭하면 선생님에게 “샘, 질문있습니다” 하거나, 농구 할 때 반칙 대마왕. 이런거 뿐이였거든. 


아, 맞다. 연습장에다가, 반 친구들 죄다 등장하는 무협 소설 쓰기, 그런거 잘했다. 그런데 있쟎아. 정작 내가 정말 잘 하는게 뭔지 알아내는 게,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 이게 문제인게, 내가 잘하는게 뭔지 알아야, 그래야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윤곽이 드러날텐데 그렇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어찌하였느냐, 그냥 이곳 저곳 헛다리 짚기 콤보 날렸지 뭐. 그 헛다리 짚기의 콤보가 말야, 뭐 뭐 였냐면. 무술 배우기, 외국어 배우기, 시나리오 작법 배우기, 기타 배우기, 심리학 배우기. 놀랍게도 난 혹시 내가 이것들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배워보았는데..... 안타깝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다 아니올시다..... 


나이가 스물 일곱쯤 되었을 때, 우연히 들어간 사범대 생인지라(응, 미안해. 샘 사범대 입학할 당시만 해도, 내가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꿈도 안꿨어)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우리는 여기서 실습, 이란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어라, 생각보다 재밌는거야. 


그리고 꽤나, 좀 하는 것 같더라고. 남자 고등학교 교생이었는데도 아이들이 수업 괜찮다고 평가해 주었거든. 여고로 갔으면 더 폭발적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도 한번 해보고. 암튼. 어랍쇼, 혹시 나는 가르치는 것을 잘하지 않을까? 그리고 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친 듯이, 공부를 시작했다. 


그토록, 하기 싫던 공부인데, 무언가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리고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 지옥 같던(발음 참 구수하다), 공부가 너무! 너무! 잘 되는거야! 놀랐다. 우리집 키우던 강아지도 놀랬다! 네놈이 공부를 하다니! 멍멍멍! 정신없이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틈엔가, 잘 가르친다는 칭찬을 받기도 하더라. 


난, 몰랐다. 사실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서야, 아 내가 잘하는게 있구나 하는 것을. 그제서야 어렴풋이 알았다. 그리고 확신했지.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없다. 처음부터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부딪혀 봐야, 그리고 악착같이 배우고, 실습을 해보아야, 내가 정말 이걸 잘하는 지 못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자, 이야기 마무리. 이대로 어른 되어도 괜찮다. 단, 어른이 되어서도 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그 안에서 계속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이 함께 한다면, 숫자 따위의 기준 잡은 어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될거야. 고민털어. 


이대로 어른되어도 된다! 




 

사진출처 : http://cfile8.uf.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