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리즈/학교_패러디 문학관 53

업무왕자 (어린왕자 패러디)

(원작 '어린왕자, 생떽쥐베리 작')#학교_패러디문학관 얼마 전에 사하라 사막같은 교무실에서 업무관리 문서창이 고장을 일으킬 때까지 나는 마음을 털어놓고 한서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갖지 못한채 홀로 살아왔다. 내 공인인증서의 어딘가 오류가 나버린 것이다. 교무부도 정보부도 책임이 없었으므로 나는 혼자서 어려운 재발급을 시도해 보려는 채비를 갖추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퇴근을 하느냐 야근을 하느냐의 문제였다. 생기부 마감까지 며칠 남아 있지 않았다. 첫날밤 나는 따스한 밥이 있는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교무실에서 야근을 했다. 시베리아 허스키가 끌고 가던 썰매를 타다 개들이 미쳐 날뛰어 썰매 위에 혼자 남게된 개주인보다 더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네이스가 이제야 열릴 즈음 무렵, 야릇한 목소..

선생전 , ( 양반전 패러디 )

선생전 선생이란 교사들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었다. 한반도에 선생이 살았다. 선생은 착하고 성실하기를 좋아하니 매일 교육부 사업이 새로 시작하면 으레 몸소 업무를 학교에다가 뿌려 주었다. 그런데 선생은 멘탈이 약하여 해마다 교육부의 업무를 타다 맡은 것이 쌓여서 백여가지에 이르렀다. 전 정권의 나랏님들이 민원을 처리하다가 교육위에 들러 민원 사무 처리를 열람하고 대노해서, “어떤 놈의 선생이 이처럼 각종 민원을 담당하지 않고 녹봉을 축낸단 말이냐?” 하고 명해서, 선생을 잡아 가두게 했다. 동네 사람들은 선생이 한가해서 놀고만 있다고 여기고 업무를 더 떠넘겨야 한다고 소리쳤다. 선생은 밤낮 울기만 하고 해결할 방도를 차리지 못했다. 관리자가 역정을 냈다. “당신은 평생 수업만 하면 되니 나랏 복지일 업무를..

발암의 노래를 들어라 -2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패러디

k가 자연인으로서 살아있다는 것과 교사로서 죽었다는 것은 그다지도 화제가 되지 못했다. 내가 우연히 k의 트윗 계정을 처음 알게된 것은 연애에 실패해 몸무게가 14킬로그램이나 빠진, 경력 5년차 여름 즈음이었다. 나에게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알려주었던 p옹은 몇해뒤에 적폐 정권의 말도 안되는 소송에 몇년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온 맘은 갈기갈기 찢기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플라스틱 자갈을 끼워진 채 끝까지 자기 검열을 하다가 SNS에서 사라졌다. 내가 p옹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p옹은 마치 길잃은 강아지 처럼 힘없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날 페이스북과 팟캐스트 그리고 유튜브에 인도했던 분은 모두 세분이었다. 한분은 k, 다른 한분은 p옹. 두분 모두 페이스북 등에서 사라지셨다. 유일하게 남은 부산의 m ..

발암의 노래를 들어라 - 1 ,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패러디 )

"완벽한 교사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철밥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교생 때 우연히 알게 된 어떤 교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 참 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임용 후 한참 지난 뒤였지만 교직 생활하면서도 최소한 그 말을 일종의 방어기제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완전한 교사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고 그러나 그래도 역시 현장을 살아가다 보면 언제나 절망적인 사안에 사로잡히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더 나은 삶에 대해서는 훈화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 보았느냐에 대해서는 아무 잔소리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옹알이다. 12년 동안 나는 계속 그런 자격지심에 빠져 있었다. 12년 동안. 긴 세월이다. 물..

다이소 : 원작 '다이노소어' , 악동뮤지션 패러디

다이소 : 원작 '다이노소어' , 악동뮤지션 나의 옛날 자취 옛날 동네 반지하 원룸엔 내 가죽 오름 붙음 오름 붙음 숨 쉬고 있었네 화장실 문 밑엔 쥐가 파놓은 구멍이 매일 밤 변명거리하던 집주인 NoHAVE MONEY 난 아무 돈도 없었거든 아직도 그때가 생생해 내세울게 없었던 돈 없기만한 나를 펄쩍 사게 한 펄쩍 숨쉬게 한 펄쩍 뛰게 한 다아이소오~ 없을 적 내 지갑 질른 다아이소오~ 없을 적 내 지갑 질른 다아이소오~ 더위와 함께 깼네 자존감 깼네 내 친구들 다 같이 더웠던 이부자리 이부자리 두 발로 걷어찼지 친구는 날 안아줘 내 못 감추는 빈 지갑 라면먹고 진정하라 했지 깜빡깜빡 거리네 빈지갑이 번쩍거리네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해 내세울게 없었던 돈없기만 한 나를 펄쩍 사게 한 펄쩍 숨쉬게 한 펄쩍..

시킨날, 원작 : '시그널' - 트와이스 - 패러디

원작 : '시그널' - 트와이스 패러디> Trying to let you know 캔디를 주네 사탕을 주네 I must let you know 캔디를 주네 사탕을 주네 근데 전혀 안 통해 PT를 보내 문제를 주네 근데 못 알아듣네 답답해서 미치겠다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정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캔디를 주네 사탕을 주네 교수법도 열정도 어떤 표정도 소용이 없네 하나도 안 통해 의지도 긴장도 전혀 없나 봐 더 이상 어떻게 수업을 끌어가 언제부턴가 난 수업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바보야 왜 이렇게도 내 맘을 몰라 언제까지 이렇게 둔하게 나를 수면제로만 대할래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캔디를 주네 사탕을 주네 게릿 게릿 게릿 게릿(GET IT) 난 대답 원해 난 대답 원해 왜 반응이 없니 질문 때 마다 ..

공부당 선언 (원작 : '공산당 선언' ) 패러디

하나의 유령이 학교에 떠돌고 있다 '담주부터 공부당' 이라는 유령이. 옛 상위권의 모든 세력들, 즉 '공부가 제일 쉬웠 당'과 '학원에서 알아서 해준 당','과외한 당', '생기부 세특 써주니깐 스터디 당' '새벽부터 밤까지 면학실이 당' 급진파과교무실의 담임샘들은이 유령에 수년간 면역되어서일까 '담주부터 공부당'을 비웃는다.당원치고, 내신을 잡고 있는 적들에게서'담주부터 공부당'주의'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은 당원이 어디 있는가?또 당원치고, 급진적인 무단 근태생이나 자퇴생들에 의해거꾸로 모범생이다라고 낙인 찍히고 비난당하지 않는 당원이 어디 있는가이러한 사실에서 다음 두가지가 이끌어져 나오기를 기도한다.'담주부터 공부당'은 이미 전국의 모든 세력들에 의해 하나의 현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지금이야말로 '..

나의 수시 (원작 '나의 소원', 김구) 패러디

#패러디문학관네 꿈이 무엇이냐 하고 입학 사정관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꿈은 융합인재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바램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귀 대학의 명성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학습 계획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는,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계획은 귀 대학이 자랑하는 인재로 성장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교사 여러분!나 수시생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내 과거의 열아홉 평생을 이 원서를 위하여 살아왔고, 현재에도 이 원서 때문에 살고 있고, 미래에도 나는 이 자소설을 달(達)하려고 살 것이다.수상실적이 없는 학생으로 열아홉 평생에 설움과 부끄러움과 애탐을 받은 나에게는,세상에 가장 좋은 것이, 완전하게 자기 주도적인 모범적인 학생으로 살..